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ydia young Sep 04. 2024

5도 2촌(4도 3촌)

6. 호박이 달렸어요!

요렇게 귀한 호박을 어찌 요리해 먹을까 고민해 본다.


작년 고추, 상추, 깻잎등 모종을 사다 심으면서 호박도 심었다.

호박이 많이 달리면 말려서 호박고지 나물도 해 먹어야지 하며 야무진 꿈을 안고 호박을 썰어 말릴 그물 채반까지 사놓았었다.


그런데 호박이 잎이 무성하고 꽃은 피는데 열매가 달리지 않는 것이었다.


어쩌다 열매가 조그맣게 달리면 조심스럽게 남편에게 열매가 달린 위치를 알려주고 혹시라도 잡초 뽑거나 할 때 조심하라고 알려주었다.

일주일 뒤 다시 가보면 조그만 호박 열매가 떨어져 있길 여러 번 호박 수확이 어려웠다.


"호박은 거름을 많이 줘야 해"  엄마의 말씀에 나름 정성을 들였지만 직접 기른 호박을 맛볼 수 없었다.


올봄 역시 호박을 한번 따서 먹어보자는 일념하에 다시 도전!

거름흙을 찐(?)하게 만들어서 호박 모종을 심었다.

올핸 제발 맛보게 해 주세요!


집 지을 때 돌로 채우고 집을 지었는지 마당에 파쇄석을 걷어내고 땅을 파보면 흙보다 돌이 더 많이 나와 텃밭을 만들 때 흙을 받아 돋구고 텃밭을 만들었었다.

영양분이 없는 땅이라 호박이 잘 안 되는 거 같아 품 넓고 깊이가 깊은 커다란 화분에 거름을 듬뿍하고 호박을 심었다.


모종이 자리 잡고 호박잎이 진초록으로 아주 건강하게 자랐다.

그런데 꽃은 많이 피는데 열매가 달리지 않았다.

남편은 종묘사에서 자갈돌 같이 생긴 거름을 사다 열심히 호박에 정을 쏟았다.

그래도 호박이 달리지 않았다.

올해도 호박을 따볼 수 없을 것 같은 상심에 포기할 즈음 휀스 담장 너머 어느새 많이 커 있는 호박을 발견했다.


"어머! 호박이다!!!"


"지난주 에도 못 봤는데 어느새 이렇게 컸지?"

우리 눈에 안 띄게 잘 숨어있다가 깜짝 등장으로 딱 먹기 좋을 때 내 눈에 띄어 이렇게 큰 기쁨을 주다니!

2년 만에 딴 너무 귀한 호박이어서 먹을 수가 없을 거 같았다.

잘 포장해서 냉장고 서랍에 넣었다.


"어렵게 수확한 호박이니 다음 주에 온 가족이 모일 때 함께 먹어야지!"


온 가족이 모여 호박의 반으로 차돌박이 호박 된장찌개를.

나머지 반으로 정성껏 호박을 키운 남편에게 남편이 좋아하는 호박 새우젓 볶음을.


소중한 호박 잘 키워준 흙에게 감사.

잘 자란 호박에 감사.

잘 보살펴준 남편에게 감사.




작가의 이전글 5도 2촌(4도 3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