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태수교예요
첫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
뿌듯함, 대견함, 감격스러운맘등 여러 가지 마음이 엉켜 뭉클함을 느꼈습니다.
유치원 다닐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학교에 적응할 무렵, 첫 번째 학부모 회의 날짜가 잡혔습니다.
내 아이가 어떻게 학교 생활에 적응하고 있는지 아이의 첫 담임선생님은 좋은 분인지 궁금했습니다.
학부모의 입장으로 학교엘 간다는 것 자체가 가슴 떨렸습니다.
전 학년이 모인 학부모 회의가 끝나고 각 반에서 담임선생님과의 면담이 있었습니다.
교실로 가보니 여러 명의 엄마들이 모여있었습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1학년 교실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의자를 동그랗게 둘러놓고 그곳에 엄마들이 모두 앉도록 했습니다.
돌아가며 누구의 엄마라는 소개와 인사도 하고 이런저런 질문들이 오가던 중.
담임선생님은 나에게 "00네 가족은 종교가 뭐예요?"라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약간 가라앉은 분위기에 유머로 분위기 반전을 꾀 한 건지, 튀려고 한 건지 모를.
"저희는 태수교예요!"라는 말이 조용히 튀어나왔습니다.
선생님은 갸우뚱하며 "태수교라는 종교도 있나 봐요?"라고 하시는 겁니다.
나는 웃으며 "00 아빠 이름이 태수라 저희는 태수를 믿어요."라고 얘기했더니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한바탕 웃었습니다.
그날 저녁, 처음 학부형이 된 남편도 첫 학부모 회의를 궁금해했습니다.
'태수교' 이야기를 해 주니 갑자기 교주가 된 남편은 약간 좋아하는 듯했습니다.
어느 날은 지인들 모임 자리에서 은근히 자랑하듯 "난 교주가 됐어요." 하고 웃으며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러나 남편의 교주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3년 뒤, 나는 아이들과 천주교 세례를 받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이 살면서 힘들거나 지칠 때, 부모에게 얘기할 수 없는 일이나 해결해 줄 수 없는 일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마음의 의지가 될 만한 종교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은 "나에게 성당 같이 가자는 얘기 안 할 거면 종교를 갖는 것도 좋아요."라고 얘기해 딸 둘과 셋만 세례를 받았습니다.
남편은 아쉬운 듯 우스갯소리로 "나의 신자들이 모두 나가 버렸네?"라고 했지만 우리의 종교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었습니다.
성당에 같이 가자는 얘기를 안 하기로 하고 세례를 받았지만 늘 마음속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미사 드리는 모습을 보면 많이 부러웠습니다.
나의 기도 제목 중 첫째는 우리 가족이 함께 미사 드리는 날이 오는 거였습니다.
그 후 성당에 같이 가자는 말도 하지 말라던 남편은 스스로 성당으로 가서 교리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신부님의 칭찬과 함께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하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 후, 큰 딸은 단단한 믿음을 가진 사위와 성당에서 혼배미사와 결혼식을 했습니다.
가족이 함께 미사 드리는 나의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우리 가족의 든든한 첫 번째 믿음 남편과 손잡고 성당에 가는 시간은 행복한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