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의 첫 방문

by Lydia young

2025.10.12 - 인생 69일 차

찰떡이가 태어나고 딸의 생일이 돌아와 점심 식사를 하기로 해 찰떡이가 처음 우리 집에 다녀갔습니다.

친정엄마와 통화하며 찰떡이가 잘 다녀갔다고 말씀드리니 "어디 아프지 않고 잘 놀다 갔니?"라고 물어보십니다. 그러면서 옛날 나를 낳고 외가댁에 갔던 얘기를 하십니다.


엄마는 출산 후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한 데다가 얼마 뒤 맹장 수술까지 하셨었다고 합니다. 수술 후 몸을 추스른 친정엄마는 강원도 산골 외가댁에 나를 낳고 첫 방문을 했었답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 너희 외할아버지께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시지 뭐야."

먼 길을 온 엄마는 오랜만에 온 친정집에서 며칠 쉬었다 가려고 했는데 외할아버지께서

"첫애가 와서 병나면 밑에 아이들도 외갓집 방문하면 내리 병이 나니 이제 얼른 가거라." 하셨답니다. 외할아버지께서도 맏딸의 첫아이인 내가 첫 손주 였으니 반가운 마음과 걱정되는 마음에 그렇게 말씀하셨겠지요.

엄마는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집으로 돌아오셨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옛날부터 내려오던 친정 부모님들의 조심스러운 마음에서 나온 이야기였나 봅니다. 친정엄마도 옛이야기를 해 주시며 찰떡이의 외갓집 첫 방문이 무사히 지나갔기를 바라며 잘 놀다 갔는지 물어보신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딸이 찰떡이를 데리고 온다는 얘기에 나도 평상시보다 더 열심히 청소

하고 전날 성당에서 새로 받아 온 성수를 집 구석구석 뿌리며 요란을 떨었습니다. 작은딸이 "엄마 성수 뿌리는 모습도 영상으로 찍어놔야겠네!" 하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찰떡이 맞을 준비를 했습니다.

"아기는 시원하게 해줘야 하니 에어컨을 미리 틀어 놓자!" 하며 에어컨을 켰습니다.

조금은 시원해진 날씨에 여름내 열일을 한 에어컨을 청소하고 며칠 동안 쓰지 않고 있었는데 에어컨을 켜보니 갑자기 에어컨 작동이 되질 않는 겁니다. "어쩌지? 찰떡이 더우면 안 되는데!" 여러 번 켰다가 끄기를 반복해도 작동이 되질 않습니다. '찰떡이의 첫 방문이 더워서 짜증이라도 나 울면 외갓집 기억이 안 좋아지는 거 아닐까?' 하는 우스운 생각도 하며 온 창문을 열어 맞바람이 쳐 시원해지도록 했습니다. 장롱에 있던 너무 푹신하지 않은 깨끗한 이불도 꺼내 거실 바닥에 깔아 놓았습니다.

찰떡이가 왔습니다. 딸에게서 찰떡이를 받아 거실에 깔아 둔 이불 위에 눕히고 가족들이 모두 찰떡이 앞으로 모여듭니다.

요렇게 작고 귀여운 천사로 인해 집안이 환해지네요!

천사의 미소에 오전 내 치우고 정리하던 수고로움이 사르르 사라집니다.

'찰떡아! 외갓집의 첫 방문을 환영해! 부디 좋은 기억만 간직하렴!'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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