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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새 Apr 12. 2024

[11화] 토이 스토리 2

프랜차이즈의 연결고리

옛말에 '형만한 아우 없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불과 한 세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부모의 사랑을 온전히 받은 첫째가 자신과 함께 관심을 나눠 받은 동생들보다 더 건강하게 자랐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이 격언은 시리즈물에도 적용되었는데, 작품 자체를 오롯이 만드는 데 집중했던 원작에 비해 그 요소를 계승하고 변형시킨 후속작의 평이 더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4년 만에 돌아온 <토이 스토리 2> (1999)는 그 격언을 보기 좋게 부쉈습니다. 다시 돌아온 우디와 버즈는 여전히 매력 넘치는 캐릭터였고, 원작의 인기 요인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형을 뛰어넘은 둘째의 이야기를 살펴보았습니다.


<토이 스토리 2> 시놉시스
앤디네 집 마당에서 중고 시장을 사고파는 벼룩시장이 열렸습니다. 벼룩시장에 팔릴 위기에 처한 장난감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우디가 길을 나섰지만, 장난감 판매상 알이 그를 억지로 훔칩니다. 알의 손에 붙잡힌 우디를 구라러 간 버즈와 친구들! 과연 이들은 알의 손에서 버즈를 구할 수 있을까요?


서로 뒤바뀐 우디와 버즈

시리즈물의 후속작은 전편의 특징을 어느 정도 살려야 하므로 이전에 사용했던 서사구조를 그대로 답습하거나 비틉니다. 4년 만에 나온 후속작 <토이 스토리 2>는 전작의 구조를 어느 정도 비틀어서 이야기의 토대를 쌓았습니다.


<토이 스토리>의 이야기 구조를 간단히 살펴보면, ‘우디가 버즈를 벽에서 밀치고,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우디가 버즈를 구하러 간 뒤, 둘 다 시드에 잡히지만, 여차저차 탈출한다.’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앤디의 일등 장난감 자리를 뺏겨서 시샘하는 우디가 버즈를 곤경에 빠뜨리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1편에서는 앤디네 장난감을 이끄는 우디의 지도력이 빛났지만, 버즈의 인물 탐색에 조금 더 집중했습니다.


<토이 스토리 2>의 플롯은 ‘알이 우디를 훔치고, 버즈가 장난감 친구들과 함께 우디를 구하러 갔는데, 기존 멤버들은 물론 새 친구 제시와 불스아이도 함께 앤디의 집으로 돌아왔다.’로 이뤄졌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전작과 비슷한데, 이번 작품에선 우디와 버즈의 역할이 바뀌었습니다. 버즈가 앤디의 장난감을 이끌고 우디를 구하러 갔고, 우디는 자신이 주인공인 만화영화 비디오를 보면서 앤디를 만나기 전 자신의 과거를 알 수 있었습니다. 우디와 버즈는 <토이 스토리> 시리즈를 이끄는 더블 주인공이지만, 작품마다 역할 비중을 달리함으로써 두 캐릭터의 균형을 맞추었습니다.

'장난감은 장난감다워야 한다.'라는 주제 의식과 인간 몰래 움직이는 장난감들의 이야기라는 기본 틀은 비슷했지만, 두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같은 듯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전작과의 연속성을 유지하되, 그 안에서 재밌게 변주했기 때문에 <토이 스토리 2>가 성공한 것 같습니다.


우디를 구하기 위해 콘을 쓰고 달리는 버즈와 장난감 친구들


장난감인가전시품인가?


<토이 스토리 2>는 전작에 이어 한 번 더 '장난감은 장난감다워야 한다.'는 주제를 제시했습니다. 두 영화에서 같은 주제를 제시했다면 지루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표현 방식을 바꿔서 매너리즘을 깰 수 있었습니다.


1편에서는 현실적인 장난감 vs 이상적인 장난감의 구도로 두 주역을 대립시켰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새로운 캐릭터를 투입하여 장난감 vs 전시품이라는 갈등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알의 아파트에 들어온 우디는 한 사람의 확실한 사랑은 받을 수 없지만 만인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전시품이 될 것인가, 유년기 주인의 열정적인 사랑은 받을 수 있지만 주인이 자랄수록 사랑의 강도가 옅어지는 장난감이 될 것인가 선택해야 했습니다. 현실에서도 한순간 불꽃처럼 타오르는 삶과 잔잔하지만 꾸준한 삶 중 어느 게 더 가치있는 지 토론하긴 하지만, 그걸 직접 골라야 하는 우디의 머릿속은 얼마나 복잡했을까요.

알의 창고에 먼저 갇혀 있었던 피트와 제시의 설득에 혹했던 우디는 일본으로 건너갈까 고민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이들과 함께하기를 거부했습니다. 자신의 곁을 잠시 떠난 주인 앤디가 자신과 함께 노는 모습이 좋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디는 주인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즐거움을 주는 장난감의 본분을 잊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고, 버즈 패밀리의 도움을 받아 앤디 곁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수리공이 덧칠한 페인트를 직접 벗기는 이 장면은 <토이 스토리 2>의 명장면이었습다.


제시가 쏘아올린 작은 공


쾌활한 카우걸 장난감 제시는 알의 아파트에 오기 전 에밀리와 함께 지냈습니다. 그는 어린 에밀리에게 카우걸의 꿈을 심어주었고, 에밀리는 그와 함께 밖에서 놀며 자랐습니다. 하지만 에밀리는 자라면서 장난감 대신 화장에 더 관심을 두었고, 화장대에 놓여 있던 제시와 카우걸 장난감은 침대 밑으로 떠밀려 버렸습니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음지에서 오랜 시간 잠들어있던 제시는 오랜만에 에밀리와 나가게 되어 설렜지만, 에밀리과 함께 놀던 그 장소에서 이별하게 되었습니다.


점차 자라는 에밀리한테 잊혀지는 제시를 그린 'When She Loves Me.'


제시가 주인을 찾아 자신 곁을 떠나려는 우디에게 이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자신의 소임을 다한 장난감은 언젠가 버려질 수 있기에, 그리고 그 이별을 다시 겪고 싶지 않기 때문에 제시는 우디와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고 싶었습니다. 장난감의 입장에서 <When She Loved Me>를 감상하면 절로 슬퍼집니다.


장난감의 생애 주기를 담은 제시의 하소연은 관객의 눈물을 훔치는 슬픈 장면으로 끝날 수 있었지만, 11년 뒤 개봉할 <토이 스토리 3> 덕분에 후속작의 복선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의 에밀리처럼 후속장의 앤디도 언젠가는 장난감을 갖고 놀지 않을 텐데, 그 이별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 제작진이 이 장면을 보고 3편의 시놉시스를 짰는지 알 수 없지만, 제시가 쏘아 올린 명장면 덕분에 이 작품이 1편과 3편을 매끄럽게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반을 감상했습니다. 1편과 2편은 어릴 적 텔레비전과 비디오로 본 적이 있었지만, 3편과 4편은 단편적인 정보만 알았을 뿐, 이번 리뷰를 준비하면서 처음 감상했습니다. 새로운 이야기는 어떻게 이어나가게 될지 기대됩니다.


<환상극장>은 매주 목요일 0시 팟빵과 네이버 오디오클립, 그리고 애플 팟캐스트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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