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현실에서 꿈꿀 수 있다면
우린 어릴 적에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제 어린 시절인 1990년대만 하더라도 남자아이라면 변신 로봇과 공룡 인형으로 영웅 놀이를 했고, 여자아이라면 예쁘장한 바비 인형으로 소꿉놀이를 했습니다. 매년 크리스마스나 생일, 어린이날이 되면 어떤 장난감을 받을지 기대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죠.
픽사의 첫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 스토리>는 '장난감들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이라는 발칙한 상상에서 출발했습니다.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는 장난감에 대한 이야기를 80분 분량으로 풀어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정말 많지만,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두 주연 우디와 버즈를 살펴보았습니다.
<토이 스토리> 시놉시스
카우보이 인형 우디는 주인 앤디가 가장 사랑하는 장난감입니다. 그러나 어느 날 버즈라는 새로운 액션 피규어 장난감이 등장합니다. 서로 다른 두 인형 라이벌들이 주인에게서 떨어지게 되었고, 서로의 다름을 통해 배우고 한 팀이 되어 사랑하는 주인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너무나 현실적인 장난감, 우디
황야의 카우보이 인형 우디는 앤디의 장난감 패밀리의 터줏대감입니다. 새 장난감이 오면 쫓겨날까 두려워하는 기존 멤버들을 잘 달래고, 장난감 세계의 대소사를 관장하는 라커룸 리더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앤디가 우주를 지키는 변신로봇 버즈 라이트이어(이하 버즈)를 생일 선물로 받으면서 찬밥 신세가 되었고, 자신에게 쏟아졌던 스포트라이트가 사라지자 버즈를 미워하게 되었습니다. 질투에 눈이 먼 우디는 버즈를 문틈 사이로 장난감이 빠졌다는 핑계를 대며 창밖으로 떨어뜨렸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우디는 버즈를 미워해서 골로 보내버린 나쁜 장난감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건 주인의 애정을 구하는 장난감이라면 할 수 있을 법한 행동이었습니다. 장난감의 본질은 그걸 갖고 노는 아이에게 꿈과 희망, 즐거움을 주는 것인데, 하루아침에 그 역할을 버즈한테 빼앗겨 버렸으니 질투가 나지 않을까요? 우디가 새로운 자극에 반응하는 미취학 아동의 특성을 이해했더라면, 새 친구 버즈를 절벽 너머로 밀어 버리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너무나 이상적인 장난감, 버즈
앤디의 새로운 장난감 버즈는 자신의 컨셉에 너무 몰두했습니다. 그는 악의 황제 저그를 무찌르기 위해 우주를 비행하던 중 혹성에 불시착했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우주선을 수리해서 본부로 돌아가려 했습니다. 또한 우디와 함께 도착한 '피자 플래닛'의 인테리어를 보고 자신이 우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시드의 집에서 신상 장난감 버즈 라이트이어를 소개하는 텔레비전 광고를 본 버즈는, 자신이 선택받은 우주 용사가 아니라 잘 만든 장난감이란 걸 깨닫고 좌절했습니다.
자신이 바라던 소망을 그대로 이루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현실의 벽 앞에서 어릴 적 꿈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하늘을 날 수 있다고 굳게 믿었지만 땅으로 떨어졌던 버즈는 몸과 마음 모두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추락의 아픔을 딛고 우디와 함께 앤디의 차로 돌아갔던 것처럼, 꿈을 이루지 못한 아픔을 이겨낼 수 있다면 남은 인생을 더 성숙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게 아니야, 멋지게 추락할 뿐
장난감 테러범 시드의 집에서 탈출한 우디와 버즈는 앤디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즈 등 뒤에 달린 화약에 불을 붙였습니다. 로켓 런처의 추진력 덕분에 하늘로 날아오른 두 장난감은 이사 트럭이 아니라 앤디의 장난감 박스에 들어갔습니다.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두 장난감을 잃어버린 줄 알고 실의에 빠졌던 앤디는, 다시 돌아온 우디와 버즈를 보고 행복해 했습니다.
<토이 스토리>의 클라이맥스 신은 픽사 특유의 추격전을 묘사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나름의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하늘을 날 수 있다고 믿는 버즈에게 정신 차리라고 일갈하는 우디는 폭약을 짊어진 버즈의 손에 붙잡혀 하늘을 날았습니다. 로켓 런처의 도움을 받아 짧은 비행을 끝낸 버즈는 장난감들이 함께 있는 이삿짐 트럭이 아닌 자신의 주인 앤디의 차로 돌아갔습니다. 헛소리로 치부했던 어떤 꿈이 주변 환경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진 장면, 그리고 그 꿈이 끝났을 땐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는 장면은, 꿈과 삶이 균형을 이루었을 때 나타나는 바람직한 모습을 그려냈습니다. 전혀 다른 우디와 버즈가 결국에는 친해진 것처럼, 물과 기름처럼 보였던 이상과 현실은 이렇게 어우러질 수 있었습니다.
소망을 잃어버린 채 인생을 보내면 메마르고,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시간을 낭비하면 허망합니다. 간절히 바라고 원하는 이상과 지금 이 순간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잘 버무려진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더 다채로워지지 않을까요.
오늘의 환상극장은 여기까지입니다. 환상적인 한 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