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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새 Mar 22. 2024

[8화] 엔칸토: 마법의 세계

나 혼자만 레벨 0?


세상 모든 사람이 슈퍼히어로인데 나 혼자만 일반인이라면 어떨까요? 아무런 능력이 없는 평범한 사람도 특별하게 여겨지겠지만, 막상 그 사람은 엄청난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까요? 기적의 가정에서 태어난 평범한 인간 미라벨의 이야기를 담은 <엔칸토: 마법의 세계> (2021)를 살펴보면 그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엔칸토:마법의 세계> 시놉시스

신비하고도 환상적인 마드리갈 가족은 콜롬비아의 깊은 산 속, 놀라운 마법의 세계 엔칸토에 지어진 활기로 가득찬 마법의 집에 삽니다. 그 자손은 초인적 힘, 치유의 힘 등 저마다 고유한 마법의 능력을 받게 되지만, 미라벨만은 아무런 능력이 없습니다. 어느 날, 엔칸토의 마법이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미라벨은 유일하게 평범한 자신이 이 특별한 가족을 지켜내겠다고 다짐하는데...


자신의 능력을 '올바로활용해야만 쓸모 있는 건가요?


촛불의 가호를 받아 특별한 능력을 지니게 된 마드리갈 가문은 자신이 사는 마을을 위해 항상 봉사합니다. 이들이  이렇게 사는 이유는 '자신들이 없으면 안 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습니다. 알마의 촛불이 산을 만들어서 적군의 총칼에 몰살될 뻔한 피란민 무리를 구원하였고, 피란민 무리는 그 산을 요새 삼아 새로운 마을을 개척할 수 있었습니다.


내전과 재건을 몸소 겪은 알마는 가문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능력이 아예 없는 손녀 미라벨은 여러모로 홀대하며, 예언을 보는 브루노는 그 능력이 쓸데없이 불길하다 생각해 마뜩찮게 보았습니다. 예쁜 꽃을 피우는 이사벨라는 항상 아름답길 바랐고, 힘이 센 루이사는 몸쓰는 모든 일을 도맡길 바라는 등, 알마는 마드리갈 가문의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능력을 '올바로' 사용하길 원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미라벨은 자연히 다른 가족들을 부러워했고, 그렇게 할수록 무력한 자신을 자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드리갈 가문을 알려주는 오프닝 넘버 <The Family Madrigal>은 특별한 가족에 동화되고 싶었던 평범한 소녀의 소망이 담겨 있었고, 안토니오의 능력 수여식이 끝난 뒤 단체사진을 미라벨 혼자 못 찍었을 때 부른 <Waiting On a Miracle>은 애써 가렸던 자신의 슬픔을 토하면서 기적이 임하기를 갈망하였습니다. 유능함이 곧 힘이라는 마드리갈 가의 능력주의 가풍은 미라벨을 오랫동안 눌러왔습니다.



있는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길.



철벽같았던 마드리갈 가문의 구습은 능력자 가족이 자신의 약점을 깨닫고 인정하면서 서서히 깨졌습니다. 자신의 강인함을 믿고 거침없이 행동하던 루이사는 뭐든 다 할 수 있을 거란 사람들의 기대가 부담감으로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아름답고 완벽한 모습을 추구하면서 자신을 갉아먹던 이사벨라는 꽃이 아닌 다른 식물을 만들면서 자연스러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전능할 것 같았던 슈퍼 히어로가 자신의 약점을 수용하는 건 쉽지 않았을 텐데, 그 가면을 벗어던진 장면에 영화를 보면서 절로 박수를 보냈습니다.



시종일관 몰아붙이는 알마의 잔소리를 맞받아친 미라벨의 일갈에 마드리갈 가문의 집 까시타가 무너진 장면은 집안 분위기가 능력주의 대신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문화로 바뀌었단 걸 간접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기적은 세상에 유용한 능력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일상을 누리는 것 그 자체란 걸 잿더미에서 깨달은 알마는 모든 오해를 풀고 미라벨과 화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린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 남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습니다. 외부의 시선에 눌려서 나를 폄하하기도 하고, 나 자신의 오만함에 못 이겨 남을 업신여기기도 합니다. 선입견에 휩싸이지 않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조금 더 편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의 환상극장은 여기까지입니다. 환상적인 한 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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