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멋진 오합지
약 20년 전 인기를 끌었던 KBS2 <천하제일 외인구단>을 기억하나요? 무명에서 벗어났지만 아직 S급 MC가 되지 못한 유재석과 열정 넘치지만 어딘가 아쉬운 고정 멤버들이 각 종목의 지존들과 한 판 겨루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붙을 때마다 거의 매번 지는 바람에 바보 드림팀이라고 놀림받았지만, B급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이 코너는 A급 톱스타들이 출연하던 <출발 드림팀>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었습니다.
각자의 부족한 점을 내세워 웃음을 이끌어낸 천하제일 외인구단처럼, <벅스 라이프>는 각자의 부족한 점을 함께 메워서 공공의 적을 물리쳤습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서로가 서로의 우산이 되어 보듬어준 아름다운 이야기를 살펴봅시다.
<벅스 라이프> 시놉시스
개미들을 위협하는 메뚜기 일당들에 대항할 전사들을 찾아 나선 한 일개미. 서커스 벌레들을 찾았지만 메뚜기 일당들에게 맞서기엔 너무 부족합니다. 이제 남은 희망은 끈끈한 우정과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 뿐입니다.
세상엔 완벽한 곤충은 없다.
선역으로 등장하는 <벅스 라이프>의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장단점이 명확합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시대를 앞서간 발명가지만 개미 동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플릭
• 플로라 여왕의 뒤를 이을 차기 여왕개미지만, 매사 우유부단해 왕위를 물려받지 못하는 아타 공주
• 왕족이지만 너무 어려 하늘을 날지 못하는 도트
• 플릭이 전투원으로 착각해 도움을 요청했지만, 사실은 인기 없는 예술가였던 P.T. 서커스단
전통 질서를 망가뜨리는 혁신가, 왕족의 자질이 부족한 로열 패밀리, 전투 능력은 없지만 전투원 연기를 해야하는 예술인까지. 모인 멤버들의 면면을 보면 답이 없었습니다. 이것만 보면 개미들을 수탈하는 메뚜기 떼 하퍼 일당을 물리치는 건 어려워 보였지만, 각자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여 그 어려운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걱정은 많지만 똑똑했던 아타 공주는 메뚜기의 천적이 새라는 걸 떠올렸습니다. 개미떼를 구할 대표자가 된 플릭은 개미떼와 P.T. 서커스단을 규합해 메뚜기 떼를 물리칠 '가짜 새 작전'을 실행했습니다. P.T. 서커스단은 자신들의 연기력을 십분 발휘해 어린 개미 소녀단에게 용기를 불어넣었고, 메뚜기 떼의 눈을 돌리는 서커스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들은 개미떼를 속여서 받은 호의를 진심으로 되돌려주었습니다. 조금 더 자란 도트는 위기의 순간에 날 수 있었고, 흉포한 메뚜기 텀퍼에 맞서 싸웠습니다. 단점이 더 커 보였던 부족한 멤버들이 모여 서로가 서로의 우산이 되었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혼자서도 잘 해나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또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자기만의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그렇지만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기에 자신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가려줄 동료가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내세울 것 없는 오합지졸이지만, 함께 부딪히고 성장하면 혼자 있을 때보다 더 큰 성취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의 환상극장은 여기까지입니다. 환상적인 한 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