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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새 Mar 01. 2024

[5화] 겨울왕국 2

두 자매와 비밀의 숲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많은 사람이 전작에 비해 난해했던 후속작을 보고 이렇게 요약합니다. 어떻게 보면 맞다고 볼 수 있지만, 이 한마디로 이 작품을 요약하는 건 너무나 아쉽습니다. 전작의 브랜드 밸류에 힘입어 대한민국 개봉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최다 관객 수를 기록했지만, 한마디로 요약하기 어려웠던 영화였죠,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겨울왕국 2>(2019)입니다. '물'이라는 소재가 이번 작품을 관통하는 요소는 맞지만, 이번 리뷰에선 네 주인공이 모험을 떠났던 마법의 숲에 주목해 보았습니다. <겨울왕국 2>의 개요부터 살펴보시죠.


<겨울왕국2 시놉시스>

내 마법의 힘은 어디서 왔을까?

어느 날부턴가 의문의 목소리가 엘사를 부르고, 평화로운 아렌델 왕국을 위협합니다. 트롤은 모든 것은 과거에서 시작되었음을 아려주며 엘사의 힘과 비밀과 진실을 찾아 떠나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위험에 빠진 아렌델 왕국을 구해야만 하는 엘사와 안나는 숨겨진 과거의 진실을 찾아 크리스토프, 올라프 그리고 스벤과 함께 위험천만한 놀라운 모험을 떠났습니다. 자신의 힘을 두려워했던 엘사는 이제 이 모험을 헤처나가기에 자신의 힘이 충분하다고 믿어야만 하는데...


마법처럼 탄생한 <겨울왕국 2>


2013년 말과 2014년 초에 상영한 <겨울왕국>은 뜨거운 인기를 얻었습니다. 불후의 명곡도 만들고, 팬덤도 생기고, 국내외에서 흥행했기 때문에 이 작품의 차기작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화려한 영상과 귀에 쏙쏙 박히는 음악은 전 세계인을 사로잡았지만, 그 줄거리는 꽤 복잡했습니다. 그래서 저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은 '후속작이 나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좋은 작품이었지만 너무 어려웠던 <겨울왕국>


그로부터 6년 뒤, 디즈니는 이런 제 생각을 말끔하게 깨 주었습니다. 전작에 남아있던 몇몇 미싱 링크를 활용하고, 거기에 상상력을 덧붙여 후속작을 제작했습니다. <겨울왕국 2>에서 활용한 전작의 미회수 떡밥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작의 미회수 떡밥 → 이번 작품의 활용 사례

이름도 모른 채 돌아가신 엘사와 안나의 부모님 → 아렌델의 왕자 아그나르와 노덜드라 출신 이두나

항해 중 사망한 아그나르와 이두나 → 엘사의 마법을 풀 실마리를 찾기 위해 아토할란으로 가다 배가 부서져 사망함

전작의 소동이 우연히 수습되었을 뿐, 아직 냉기 마법을 다룰 줄 모르는 엘사 → 다섯 번째 정령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자 자유롭게 마법을 활용할 수 있게 됨


환상의 마법나라 디즈니는 맥거핀으로 남을 수 있었던 전작의 요소를 살려서 훌륭한 연결고리로 활용했습니다. 전작의 캐릭터성에 미회수 복선을 가져오고 새로운 노래와 그래픽을 입히니 인기 프랜차이즈의 두 번째 작품이 마법처럼 나타났습니다. 전작의 서사 구조가 어려웠기 때문에 더욱더 거리낌 없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마법의 숲에서 성장한 네 주인공


한여름에 혹한이 닥쳤던 일련의 소동이 진정되자 아렌델에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엘사는 안나와 함께하는 순간이 행복했지만, 어디선가 들려오는 정령의 목소리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그는 겨우 되찾은 평화를 누리고 싶어 귓가에 맴도는 낯선 목소리를 계속 거부했지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자 자신을 찾는 정령의 부름에 응합니다. 엘사가 목소리의 근원을 찾기로 결심한 그 순간, 평화로웠던 아렌델이 갑자기 요동쳤습니다. 엘사, 안나, 크리스토프, 올라프는 높은 곳으로 대피한 아렌델의 백성들을 트롤에게 맡긴 후, 숨겨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마법의 숲으로 향합니다.


선선한 가을을 맞은 아렌델에서 평화로운 나날을 즐기던 <겨울왕국 2>의 네 주인공은 당면한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비밀의 숲으로 떠났습니다. 먼 길을 떠난 대의명분은 같았지만, 이들의 속내는 사뭇 달랐습니다. 비밀의 숲으로 발길을 돌린 네 인물의 속마음을 살펴보고, 그들이 바라던 것을 이루었는지 살펴봅시다.


마법의 숲에 도착한 네 주인공


엘사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마법의 숲으로 향했습니다. 여름이 겨울처럼 바뀌어버렸던 전작의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왕궁에 돌아온 엘사는 냉기 마법을 여전히 조절하지 못했습니다. 사랑하는 안나랑 함께 아렌델의 여왕으로 지내는 건 좋지만, 자신에게 깃든 냉기 마법은 아직 완벽히 제어할 수 없는 데다가 나 혼자 들리는 원인 모를 소리가 계속 들리니 내심 답답했을 것입니다. 엘사는 자신이 벌인 일을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길을 떠났지만, 그 이면에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는 굳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마법의 숲에서 만난 노덜드라 여인의 도움을 받아 정체성의 실마리를 얻었고, 돌아가신 부모님의 발자취를 따라 도착한 아토할란에서 인간과 정령을 잇는 다섯 번째 정령임을 깨달았습니다. 긴 여정을 마치고 홀가분해진 엘사는 자신의 왕위를 안나에게 물려주고 아토할란으로 떠났습니다.


다섯 번째 정령으로 거듭난 엘사


안나는 언니와 함께하고 싶어 마법의 숲으로 떠났습니다. 10년 넘는 생이별의 상처는 3개월 만에 덮기 힘들듯이, 오랫동안 언니와 떨어져 있었던 안나는 어떤 문제건 함께 해결하길 바랐습니다. 엘사 때문에 아렌델이 흔들리는 건 알고 있었지만, 먼 길을 떠나는 언니와 이별하기 싫어서 머나먼 여정에 함께했습니다. 안나는 마법의 숲에서 동료들과 떨어지게 되었지만, 자신의 힘으로 역경을 헤치고 나아가 만악의 근원이었던 댐을 터뜨릴 수 있었습니다. 나홀로 남겨진 마법의 숲에서 홀로 설 힘을 얻은 안나는,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아렌델을 떠나는 엘사를 웃으며 보낼 수 있었습니다.


외로움을 떨치고 날아오른 안나


크리스토프는 안나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두 자매와 함께했습니다. 그는 초반부터 시도때도 없이 안나에게 고백하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아렌델의 왕궁에서는 마음을 전할 순간을 잡지 못했고, 마법의 숲에서는 자신의 마음이 너무 앞선 나머지 걱정하는 안나에게 의도치 않은 실언을 내뱉기도 했습니다. 전작의 두 자매처럼 크리스토프도 홀로 다니는 게 익숙했다 보니, 때와 장소에 맞게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숲에 홀로 남아 자신의 처지를 살핀 크리스토프는 말 대신 행동으로 사랑하는 안나에게 자신의 진심을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두 자매를 놓치고 숲에서 자신을 돌아본 크리스토프


올라프는 지금보다 더 넓은 세상을 만나고 싶어서 마법의 숲으로 떠났습니다. 올라프는 전작에서 엘사가 폭주하면서 태어난 눈사람이었기 때문에, 세상에 나온 지 불과 3개월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어린 아이처럼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신기하게 쳐다보았습니다. 어른이 되면 세상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었고, 마법의 숲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일을 겪으면서 하루빨리 어른이 되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모든 모험이 끝난 뒤 다시 돌아온 올라프는 더 이상 모든 걸 이해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올라프 본인도 마법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때론 이 세상엔 논리정연하게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단 걸 깨닫지 않았을까요.


세상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단다, 올라프.


다 자라지 않은 묘목 같았던 네 주인공은 비밀의 숲을 통과하니 잘 자란 나무가 되었습니다. 영화 초반만 하더라도 미숙한 면모가 아직 남아 있었지만, 이들은 자신 앞에 닥친 시련을 멋지게 통과하면서 서로서로 지켜줄 수 있는 버팀목으로 거듭났습니다.


2년 뒤에 다시 만나요, 제발!


오랜 외로움 끝에 서로 사랑할 수 있었던 <겨울왕국>, 외로움을 딛고 홀로 우뚝  <겨울왕국 2>. 2년 뒤 만날 <겨울왕국 3>(2026년 예정)는 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요? 아렌델에서 곧 날아올 세 번째 편지를 기다려 봅시다.


오늘의 환상극장은 여기까지입니다. 환상적인 한 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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