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세계가 어우러진
미키 마우스나 레미처럼 캐릭터화 된 쥐 말고, 현실에서 실제 쥐를 본 적이 있나요? 귀엽고 예쁜 만화 속 친구들과 달리, 현실의 쥐는 다시 보기 싫을 정도로 무섭고 끔찍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부엌과 주방에서 찍찍대며 우는 쥐를 보면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까요?
2007년 개봉한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라따뚜이>는 '주방에 사는 쥐가 요리를 한다고?'라는 발칙한 상상에서 출발합니다. 요리를 해본 적 없는 링귀니와 몸으로 요리를 배운 쥐 레미가 파트너가 되어 구스토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에피소드를 그렸습니다. 라따뚜이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라따뚜이> 시놉시스
어느 날 운명처럼 파리 최고의 레스토랑에 떨어진, 요리사를 꿈꾸는 절대 미각 생쥐 레미! 레미와 요리 견습생 링귀니는 힘을 합쳐 환상적인 요리 실력을 발휘하게 되는데... 레미와 링귀니의 좌충우돌 프로젝트가 아름다운 파리를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라따뚜이처럼 어우러지는 개성 만점 스토리라인
피도 눈물도 없는 음식 비평가 안톤 이고가 한 입 먹고 푹 빠져든 프랑스 음식 라따뚜이. 야채, 야채, 야채, 수많은 야채가 어우러져 상상도 못한 맛을 만들어냅니다. 버섯, 애호박, 양파, 토마토, 가지를 따로 먹으면 그닥 맛이 없을 수 있지만, 이 모든 야채가 한 솥에 담아 뭉근하게 끓여내면 새로운 맛이 나옵니다. 야채보다 고기가 좋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 내가 한 입 먹고 푹 빠져들 정도면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서로 다른 야채가 어우러져 맛있는 만찬으로 다시 태어나는 음식 라따뚜이처럼, 영화 <라따뚜이>도 하나의 스크린에서 서로 다른 사건들이 동시에 펼쳐집니다. <라따뚜이>의 스토리라인은 크게 보면 두 갈래, 작개 보면 다섯 갈래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극 초반에 고인이 된 구스토를 제외한 나머지 다섯 캐릭터 레미, 링귀니, 콜레트, 스키너, 안톤 이고가 하나 이상의 스토리라인을 이끌었습니다.
일반적인 영화라면 하나의 배경에서 주동 인물과 반동 인물을 세우고, 거기서 나온 대립과 갈등으로 작품을 그려낸다. 하지만 <라따뚜이>는 서로 다른 차원을 사는 레미와 링귀니가 함께 주인공이다 보니, 각자의 비중을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쥐 세계의 갈등과 인간 세계의 갈등을 동시에 풀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라이온 킹> 같은 단순하고 직선적인 플롯에 익숙하다면 입체적인 플롯을 담은 이 작품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 영화를 처음 볼 땐 한쪽의 입장에 집중하다 보니 '레미가 왜 이러지?', '링귀니 이 답답한 친구야!' 같은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러다가 레미는 이럴 수밖에, 링귀니는 저럴 수밖에, 나머지 인물들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걸 인정하니까 복잡해 보였던 이야기 흐름이 저절로 맞춰졌습니다. 라따뚜이의 재료 중 가지만 좋아해서 그걸 생으로 씹어먹다가, 눈 딱 감고 모든 재료를 솥에 넣고 끓이니 맛있는 요리가 만들어진 것처럼 말입니다. 개성 넘치는 스토리라인이 하나로 맞춰지는 그 순간, 레미 일당이 직접 만든 라따뚜이를 먹고 감격하는 안톤 이고가 오버랩 것입니다.
쉽게 만나기 어렵지만 맛있는 프랑스 요리 같은 영화 <라따뚜이>. 처음 볼 땐 어려워서 머리 아프지만, 한 번 빠지면 다시 보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친구 덕에 언젠가 이 영화의 주제가 <Le Festin>을 들으며 파리 여행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오늘의 환상극장은 여기까지입니다. 환상적인 한 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