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말이

두 번째 끼니 - 2

by 빛새

파 송송 썰고, 햄 송송 썰고, 소금 한 꼬집을 집은 다음에 달걀 세 개를 푼다. 그리고 잘 달궈진 팬에다 뒤집개로 달걀반죽을 잘 말면 완성. 뒤집을 때 속이 덜 익었더라도 팬의 열기 때문에 달궈지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갓 만 달걀말이는 잘 바스라지니, 5분 정도 식힌 후에 잘라내면 달걀말이 완성! 정말 간단하지만, 맛도 좋고 영양만점이니 어찌 안 좋아할 수 있을까. 달걀말이는 담백하고 소박한 요리라서 메인 메뉴로 자주 나오지 않는다. 이 친구는 메인 메뉴를 든든히 보좌하는 듬직한 보좌역이지만, 그래도 나에게 아주 큰 의미가 담겨 있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에 주방에서 라면을 처음 끓였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라면 물을 보면서 요리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고, '나도 언젠가 부엌에서 라면 말고 요리를 해 봐야지'라는 생각을 가지며 자랐다. 원재료가 불을 만나 요리로 바뀌는 과정이 신기했고, 라면에 달걀을 넣는 것 그 이상의 과정을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요리에 대한 호기심이 넘치던 초등학생은 중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요리를 배웠다. 몇 년동안 요리하고 싶어하는 내 모습을 보신 어머니께서 '그럼 너도 요리 한 번 해 보겠니?'라고 물어본 후, 달걀말이 하는 법을 알려주셨다. 라면 빼고 처음 하는 요리였기 때문에 많이 타고 망가지긴 했지만, 그래도 내 손으로 요리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흙이 금으로 바뀌는 연금술을 보는 것처럼, 달걀과 소금, 파가 달걀말이로 되는 과정이 눈앞에서 펼쳐지니 하늘을 날아갈 거 같았다. 간 조절도 실패하고, 많이 탄 달걀말이였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요리의 즐거움을 혼자서 즐기기엔 너무나 아쉬웠던 나는, 해놓은 달걀말이 절반을 보온용기에 담았다. 아버지께서는 운동하다가 다리를 다쳐 입원하고 계셨기 때문에 집 근처 정형외과에 입원하셨다. 단조롭고 밋밋한 병원 밥 대신 요리 초보자의 자극적인 계란말이를 갖다드리면 좋겠다는 재밌는 생각, 내가 처음 한 요리를 맛봤으면 좋겠다는 애틋한 생각이 함께 들어서 한달음에 달려갔다. 아들래미가 반찬을 들고 병문안을 하니 반갑게 맞아주셨고, 잘 먹겠다는 한 마디를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요리가 맛이 없을까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아버지께서는 나의 달걀말이를 맛있게 드셨고, 같이 입원한 환자들에게 자랑하셨다.


이처럼 달걀말이는 간단하고 단출한 요리지만, 나에게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요리하는 즐거움을 알게 해 주었고, 요리로 마음을 전해줄 수 있는 걸 확인해 주었다. 진심을 담은 나의 첫 요리처럼, 사랑을 가득 담으면 밑반찬도 메인 디시가 된다.


PBSE8413.jpg 두 번째 끼니 - 카레라이스, 김치, 달걀말이, 그리고 소시지 야채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