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 이른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부모님께서 계신 캄보디아에 다녀왔다. 수도 프놈펜에서 이틀을 보내면서 낯선 나라에 적응하였고, 나머지 기간엔 해안 도시인 시하누크빌, 코 롱 섬, 까엡에서 바다 구경을 원 없이 하고 돌아왔다. 각자의 삶을 살던 가족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좋은 시간을 보냈다.
모든 일정이 끝난 여행 마지막 날, 프놈펜에 있는 부모님 댁에서 한국에 들고 갈 짐을 정리했다. 친구들에게 나눠줄 말린 망고와 말린 파인애플도 넣었고, 캄보디아에서 입었던 옷과 화장품들도 다시 정리했다. 귀국길에 들고 갈 캐리어를 다 쌌을 때, 어머니께서 미국산 오리지널 스팸을 한 캔 선물해 주셨다. 두 분께서 스팸을 먹지 않으셔서 선물 받은 캔을 처리하기 어려웠고, 가만히 놔두는 것보다 스팸 요리를 자주 하는 나에게 선물해 주는 게 더 좋을 거 같아서 나에게 선물하셨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께서 주신 스팸 한 캔을 들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캄보디아에서 귀국한 다음 날, 브런치에 올릴 글감을 만들기 위해 부모님께서 선물하신 스팸을 사용했다. 감자짜글이는 집에 있는 통조림 햄을 사용했고, 스팸마요덮밥과 스팸구이는 캄보디아에서 받은 스팸으로 조리했다. 한 시간 동안 세 가지 통조림 햄 요리를 만들었고, 30분 동안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에 올릴 음식 사진을 찍었다. 브런치 콘텐츠를 위해 멋지게 만든 집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투박하지만 정성스럽게 만든 스팸마요덮밥을 조미김에 비벼 먹고, 목이 막힐 때마다 감자짜글이도 한 숟가락씩 퍼서 먹었다. 다른 재료가 섞인 스팸마요덮밥과 조미김, 집에 있는 통조림 햄으로 만든 감자짜글이는 너무나 익숙한 맛이었다. 글을 쓰는 나도, 글을 읽는 너도 다 알 만한 바로 그 맛이었다.
하지만 선물 받은 햄으로 만든 오리지널 스팸구이는 달랐다. 통조림 캔 특유의 익숙한 고기 냄새는 그대로지만, 그 맛은 한국 것보다 몇 배나 짰다. 겉으로 보기에는 구분할 수 없지만, 한 입 딱 베어 물면 전혀 다른 맛이 느껴졌다. 조리법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미국에서 스팸이 좋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되었는지 순간 이해할 수 있었다.
미국에선 좋지 않은 이미지를 지닌 통조림 햄이 한국에서는 인기 만점의 밥반찬이 된 건 현지화가 잘 되었기 때문이었다. '따끈한 밥 위에 햄 한 조각'이라는 카피로 명성을 얻은 통조림 햄은, 뇌리에 박히는 카피 때문이 아니라 한국 시장에 맞게 변형했기 때문이었다. 대외적으로 유명해졌지만 좋은 평을 듣지 못하는 미국 햄과 성공적으로 안착한 한국 햄의 맛이 다른 걸 보면서, 환경에 따라 다르게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하단 걸 깨달았다.
미운 오리 새끼도 새 환경에 적응하면 백조가 될 수 있다.
세 번째 끼니 - 스팸마요덮밥, 감자짜글이, 스팸구이, 김
인스타그램 @bitsae.jakk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