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캄보디아로 출국하시기 전, 집에 혼자 남아있는 아들을 위해 많은 식자재를 준비해 주셨다. 된장, 고추장, 다진 마늘 등의 기초 양념장, 차고 넘칠 정도의 육류, 신선한 감자와 양파, 쌀 등, 집안 곳곳에 집밥을 만들 수 있는 재료를 사다 놓으셨다. 집밥만큼 인스턴트 음식도 좋아하는 둘째를 위해, 라면, 참치캔, 김 등의 즉석식품들도 넉넉히 갖춰져 있었다.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넓은 마음 덕분에, 여러 종류의 생선도 냉동고에 넣어두셨다.. 한국에 사는 아들내미가 냉동실에 얼려 놓은 물고기를 잘 해동시켜서 에어프라이어에 넣거나 팬에 구워 먹을 줄 알고 아주 많이 사 놓으셨다. 하지만 나는 어머니의 생각과 달리, 생선을 거의 구워 먹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양의 생선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아까운 식자재를 함부로 버린 거에 대해 뭐라 할 수도 있겠지만, 냉장고에 넣어 둔 생선을 먹지 않은 데엔 내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먼저, 얼려둔 생선을 해동하는 게 쉽지 않았다. 냉장실에서 해동하자니 하루 전에 미리 꺼내야 하고, 실온에 둔 차가운 물에 넣어 놓자니 생선의 짠맛이 가셔서 비린 맛이 심해졌다. 게다가 냉장실에서 해동하면 생선 주변에 핏물이 흐르기 때문에 청소용 물티슈나 행주로 안쪽은 한 번 더 닦아줘야 했다. 생선 하나 먹자고 냉장고와 내 머릿속을 어지럽힐 순 없지 않은가.
다음으로, 해동한 생선을 요리하는 것이 귀찮았다. 에어프라이어에 요리하면 비교적 편리하게 요리할 수 있지만, 뚜껑을 닫고 십여 분 동안 데워야 하기 때문에 비린 맛이 빠져나가기 힘들다. 프라이팬에 조리하면 생선 굽는 연기가 온 집을 메우기 때문에 눈과 코가 따끔따끔하다. 가끔씩 탄 고기가 팬에 들러붙으면, 설거지의 난도도 확 올라간다.'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며 절규하는 햄릿에 빙의된 양, 나는 생선구이를 조리 할 때마다 '에어프라이어냐 프라이팬이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외치게 된다.
마지막으로, 생선을 먹는 과정이 까다로웠다. 민물에 살건 바다에 살건, 물고기는 당최 가시가 많다. 조리가 다 된 요리를 접시에 놓고 그냥 썰어 먹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손이 너무 많이 가기 때문에 긴장하면서 먹어야 한다. 천신만고 끝에 먹는 생선은 맛이 있지만, 그 결과를 얻기까지 가시밭길을 걸어야 하므로 얼린 생선에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다.
가수 김창완이 부른 <어머니와 고등어>는 냉장고 한 쪽에 놓인 자반고등어를 통해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표현하였다. 예전에는 잘 와닿지 않았지만, 생선을 직접 구워 보니 노래에 담긴 어머니의 감정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반찬 투정은 언제나 지양해야 하지만, 생선 앞에서는 더 말조심하게 되었다.
나를 위해 생선구이를 해준 사람을 뭐라 하지 마라. 너도 그만큼 애정을 쏟아 본 적이 있는가?
다섯 번째 끼니 - 생선구이, 꽁치찌개, 어묵볶음, 낙지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