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끼니 - 2
지금으로부터 무려 15년 전, 우리 가족은 일요일 저녁만 되면 삼삼오오 TV 앞에 모여 <1박 2일>을 시청했다. 2008년에는 강호동 포함 6명이 전국 팔도를 돌며 블록버스터급 웃음과 감동을 주었고, 재치 있게 잘 풀어낸 갈등과 화합의 장은 나를 포함한 전 국민을 웃고 울렸다. 2023년에도 여전히 1박 2일은 계속되고 있지만, 강호동과 함께 으쌰으쌰했던 그때 그 시절 매콤하고 강렬했던 맛은 아쉽게도 나오지 않는다.
1박 2일에서 소개된 여러 음식은 지상파 프로그램의 힘을 받아 단번에 명성을 얻었다. 부산 씨앗호떡, 속초 생선구이, 장흥 키조개 삼합 등 지역민이 아니면 모르는 별미를 알 수 있었고, 여행지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더 넓어지니 여행의 즐거움도 자연스레 올라갔다. 하지만, 전문 음식점이 아닌 가정집에서 얻어먹은 반찬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전남 영광의 한 가정집에 홈스테이하기 위해 가정집에 찾아온 강호동은 집주인 할머니께서 차려주신 봄동 겉절이를 밥에 비벼 먹었다. 대식가이자 미식가인 강호동이 봄동 무침을 두고 '고기보다 맛있는 반찬'이라는 극찬했고, 한 대야를 싹싹 비우면서 그 말을 증명했다. 그 당시 방영분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1박2일 레전드 편으로 남아 있다.
15년 전에 전설을 목도했던 중학생은 이제 성인이 되어 그 맛을 재현해보았다. 강호동만큼 까다로운 미식가는 아니지만, 3년 동안 자취 요리를 하면서 얻은 요리 실력은 갖추고 있으므로 과감히 도전해보았다. 흙먼지 많이 묻어 있는 봄동을 씻고, 고기 소스와 고춧가루를 손질한 봄동에 쓱쓱 비벼 만들었다. 원래대로라면 액젓과 갖은양념, 참기름 등을 사용해야 하지만, 그만한 요리 재료를 다 가지고 있으면 자취가 아니라 요리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동 겉절이를 드디어 영접했다. 겉절이를 젓가락으로 집어 한입 딱 베어 물었을 때, '오!' 하는 느낌보다 '어?'하는 느낌이 더 크게 들었다. 맛있긴 했는데, TV에서 감탄할 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이 정도면 내가 한 요리 중에서는 잘한 축에 속하는데, 강호동이 극찬하던 만큼의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아, 여기엔 방송을 위한 과장이 섞여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치니 기운이 쑥 빠졌다. 봄동 무침은 맛있게 먹었지만, 뒷맛은 개운하지 않았다.
텔레비전의 영향력은 매우 강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