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 15일 연휴에 아주버님, 큰동서 부부에게 맛난 것 사드린다고 하며 우리 집에 초대했다. 코로나로 인하여 명절에도 간단히 인사만 드리러 갔었기에 실로 몇 년 만에 1박 2일을 함께 보내게 되었다. 그동안 아주버님은 35년간의 회사원을 퇴임하는 엄청난 전환기를 맞으셨다. 평생 한 회사를 35년간 다니셨기에 우리 모두에게는 전설 같은 면모를 보여주신 분이다. 아마 대한민국 근면 성실의 표본으로 삼아도 남음이 있을 것 같다.
평생 새벽 출근이 몸에 익으셔서 집안에 제사가 있던 시절에는 가장 먼저 일어나셔서 한때는 늦잠 자던 나를 부담스럽게 하신 기간도 있었다.
오랜만에 뵌 아주버님은 얼굴이 제법 그을리고 달라 보였다. 피부가 희고 깨끗하시고 늘 엷은 미소를 지으시던 분인데, 모습이나 분위기가 조금 달라 보였다. 한 번씩 짓궂은 표정도 지으시고 아무래도 퇴임하시고 쉬시면서 많이 다니시고 마음이 편해지셨나 생각했다. 그런데,
아주버님은 큰동서의 조언에 따라 몇 달을 푹 쉬시면서 놀러 다니시던 중, 다니시던 회사의 몇 협력업체에서 러브콜이 왔지만 옛날처럼 그렇게 출퇴근을 하고 또 책임지고 하는 일을 그만하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알바로 구직을 하셨고 제일 먼저 연락 온 곳이 집 근처 주유소 알바였고 집이랑 가깝고 오전 근무이어서 시간도 자유로워서 얼른 한다고 하셨단다.
그날 이후, 실적 저조하던 &&$ 주유소는 엄청난 새로운 기능이 계속 추가되었다. 새벽 주유 기능이 생겼고, 주유소 인근 지역이 깨끗해졌으며, 집 도시락과 간식 나눔 기능이 추가되었으며, 직원 친목 상담이 활발히 이루어졌으며, 경리 업무의 효율화가 완성되었다!!!
ㅎㅎ~ 새벽에 기상하시는 아주버님은 7시부터 주유소 근무인데, 6시 이전에는 주유소에 도착하셔서... 심심하시니까 업장 주변을 깔끔하신 성격으로 꼼꼼히 청소하시고 불을 밝히니까, 지나가던 차량들이 '어 문 열었네!' 하며 들어오면 기름 팔고, 큰동서가 싸준 도시락과 간식은 알바들의 인기 맛집이 되었고, 경리 직원이 마감이 잘 안 맞는다고 해서 봐주다가 경리 업무를 효율적으로 정리해 버렸다는 일화를 들었다.
주유소 사장님은 싱글벙글하면서 계속 커피를 사다주시고 주유소 이웃들도 놀러 온다고 한다. 그야말로 &&$주유소 핵인싸가 되신 것이다. 다만, 퇴근 후에도 주유소에 문제가 생기면 도움 요청이 있고, 큰 동서는 받는 월급이 무색하게 직원의 도시락과 간식의 양을 늘려가고 있다는 점도 있다.
그래도! 두 분은 너무 신나게 보였다. 퇴임하신 아주버님은 주유소 사람들이 모두 '@선생님!... @선생님!...' 하고 찾으니까 행복하시고, 큰동서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자꾸 '맛있다'라고 '더 없냐'라고 하니까 흐뭇하신 모양이다. 다른 알바 직원들은 각자 사연으로 신용불량자라 하였으니, 나누는 기쁨이 더 큰 것으로 보였다.
나는 아주버님이 아이처럼 신나 하시면서 자신의 얘기를 오래 하시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야말로 집안의 장손으로서 젊잖은 모습만 보다가 주유하러 나가신다는 말씀에 깜짝 놀랐는데... 그곳에서 새로운 삶의 재미를 느끼고 계시고 기쁨으로 하시는 것 같아서 그 전보다 훨씬 더 멋져지셨다고 말씀드렸다.
아주버님과 큰동서가 가시고 우리 부부는 차를 나누며... 두 분께 참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먼 주유소에 기름 넣으러 갈 계획을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