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학교 아이들의 보건실 이용기

남다른 아이들, 알고 보면 비슷한 아이들! 많이 다르지만 많이 비슷한 애

by 보건쌤 김엄마

이 학교는 출입구부터 참으로 웅장하다.

학교 입구의 교훈석은 일반학교의 그것에 비해 3배쯤 큰 것 같다.

예지의행(叡智義行) 예리한 지혜를 가지고 의를 행하라는 뜻!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과학인재의 산실.


출입구에서 학교 지킴이 보안관님이 방문자 관리를 철저히 하고 계신다. 경비실마저 대박 넓고 크다.

1980년대에 개교한 지역별 과학고등학교를 시작으로 현재는 전국에 십여 개의 과학영재학교와 과학고등학교가 있다.



전국 각지의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을 하고, 평균 7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중학교 성적은 최상위권, 별도의 학원 공부를 통해 영재학교 과학고 입시를 준비한 학생들이 진학한다. 전교생은 기숙사 생활을 하며, 학점제로 운영되고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공부할 수 있다.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융합교과 그리고 국어 사회 영어 예체능 수업도 있다. 물론 보건 수업도 한다.


교과는 일반 공립학교와 많이 다른 편이다. 연구활동이 활성화되어 있고, 각자 연구 주제를 잡아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그 사이사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공부도 해야 한다. 눈코 뜰 새 없이 공부를 하고, 전 교과 수재와 과목별 천재가 공존한다. 이들을 통해 우리나라 이공계 발전이 눈부시게 성장했고, 각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oo과학고 보건실도 여느 학교와 다를 바 없었다.

진찰실과 기구들, 약장 가득 채워진 약품들, 수업에 필요한 기구들, 누울 수 있는 침대, 그리고 보건교사의 책상.


반별로 30명씩 학년마다 열반,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총 1500명이 넘는 초등학교에서 근무한 것에 비하면,

이곳 oo과학고는 학년별 120명, 고등 1,2,3 세 학년을 다 합해서 360~370명쯤 밖에 안된다. 거기에 교원 수는 일반 학교와 비슷한 90명쯤이니, 과학고 학생들은 실로 엄청난 교육적 혜택을 받고 있기도 하다.


어떤 아이들이 찾아올지, 어떤 업무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벽면에는 아이들 약 300여 명의 사진이 촤르륵 붙어있고, 한 명 한 명이 참으로 똘망똘망 빛나 보였다.

과학실이 종류별로 다양했고, 컴퓨터실과 연구실 등등 공부하기에 너무나 훌륭한 환경이었다.



보건실은 정말 똑같았다.

아픈 아이들이 수시로 찾아왔고, 약을 먹거나 누워서 쉬기도 했다.

그들이 어떤 공부를 하는지 나는 잘 알지 못하지만, 내가 처치해주고 돌봐주는 대상은 일반 학교의 아이들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밤에 아픈 경우가 생기면 사감 선생님께서 관리해주신다. 기숙사에도 약이 구비되어 있어 필요시 처치도 해주신다. 낮동안 운동장에서 열심히 운동도 하고 그러다 다쳐서 오기도 한다. 속이 쓰려 제산제를 찾고, 많이 먹어 소화제를 찾거나 머리가 아프다고 두통약을 요구하는 정도.


쓰고 보니 재미가 없다. 생각해보면 제일 지루했던 학교였던 것 같다.

징징대며 조퇴시켜달라는 깔깔이들이 없었고, 과자 들고 와 나눠먹던 재미도 없었다.

수업 빠지기 위해 아픈 척하는 아이들도 없었고, 진짜 많이 아파야 배를 부여잡고 보건실을 찾아왔었다.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것은 화려한 데일리 식단들!

다녀본 학교 중에 밥이 가장 맛있고 대단했다.

열심히 공부하라는 배려였을까?

기숙사 생활을 하니 밥이라도 꼭 잘 먹으라는 엄마 마음 같은 거였을까?


평범하지 않은 특수목적 학교.

영재학교의 보건실은 그 기본 목적을 이행하며 똑같이 흘러갔다.

똑똑하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 것도 아니고, 영재가 아니라고 해서 몸이 튼튼한 것도 아니다.


기숙사에 넣어둔 자식을 애미는 안타까워하고 그러다 그 생활에 적응하고 그러다 매주 나오면 좀 귀찮다고도 한다. 전국의 전교 1등들이 모여있을 터 그래도 누군가는 꼴찌를 하니, 그 충격을 어찌하리

영재들도 마상 입고 충격받을 테니, 그 특이한 고통과 힘듦을 어찌 달래주어야 할꼬


선생님들도 참으로 스페셜하시다. 과학고를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치른 후 부임하신 선생님은 선배이자 교사인 역할을 해주셨다. 천재들이 치고 들어오니 수업 연구를 부단히 부단히 애쓰고 노력하신다.


지금 이 시간에도 특목고 진학을 위해 노력하는 중딩들에게

각자의 영재성을 냉철히 살펴보고 탄탄히 준비하여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란다.


어디서든 아프면 힘들고 눈물 날 텐데

처음으로 집 떠나 기숙사 생활하며 힘들고 외로울 아가들아

언제든 보건실에 찾아오렴. 잠시 쉬어가렴. 너희들의 복잡한 머리 잠시 식히고 가렴.


---또보자, 언제든 와. 아프지 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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