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실 그녀! 지켜보겠어!!

따로 또 같이, 한 가족이지만 적군 같은 그녀들...

by 보건쌤 김엄마

행정실 그녀

깐깐한 그녀

날 주눅 들게 하는 그녀

힘마저 세 보이는 그녀


어느 직장이든지 직원들 간의 작은 갈등과 마찰은 누구나 겪으며 산다. 아쉬운 소리 조금 덜하고 살면 좋으련만, 어쩔 땐 내 일 다 해놓고도 남 눈치 볼 때가 있다.


수업과 보건실 처치 업무 외에 짊어지고 있는 서류 행정 결제 업무들. 그런 업무가 몰아닥치는 시기엔 학생 중심으로 어우러져 돌아가는 학교라는 느낌은 싸악 빠지고, 마치 내가 회사 사무직 말단 여직원 같은 느낌마저 든다.


나에게 불친절했던 행정실 그녀.

근무지가 바뀌어 낯선 일이 많았고, 뭐든지 나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보건교사의 업무.

급한 대로 인근 학교 보건쌤께 문의하기도 하고, 내가 오기 전 근무하셨던 쌤께 전화하여 귀찮게 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역시 친구! 간호대학 동기들이 최고이고, 항상 차근차근 무엇이든 알려주는 지영이가 가장 고맙다.


학생들의 결핵검사가 끝난 후 행정실 사인을 받을 일이 있었다. 몇 가지 사안에 기록해주고 직인만 찍으면 되는데, 훅 치고 들어온다.



"아니~ 행정실 직원이 한 둘이 아니거든요. 어느 직원의 사인이 필요한지 정확히 말씀하셔야죠."


갑자기 내가 학생이고, 교무실에서 혼나는 느낌이 들었다.


"직원 성함이요? 제가 그것까진 잘 모르고요. 결핵 검사소 직원분들이 주신 서류만 받아 들고 오긴 했네요. 결핵검사 같은 절차를 담당하는 분이 계시지 않으세요? 매년 하는 검사인데요."


"아니~~그러니까 정확하게 일을 하셔야 해요. 그쪽에서 회계 업무 직원 사인이 필요한지 아닌지 그런 거요!"


녹색 부직포가 깔린 그녀의 책상 옆에는 가림막 파티션이 서있고 경계선이 분명하게 그어진 듯한 그녀만의 zone에서 그녀는 따박따박 절차대로 하라고 설명했다.


점심시간이라 애들이 몰려드는 보건실은 선도부 정환이에게 잠시 맡겨뒀고, 오전에 끝난 결핵검사 차량은 시동이 켜진 채 내가 들고 올 학교 직인이 찍힌 서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환아 네가 애들 학번이랑 이름 적고 소독해주고 반창고 붙여줘라~ 나 행정실 금방 다녀올게. 많이 다친 애들 있으면 전화하구"


그렇게 뛰어가서 서류 주고받고 마무리했다.

달리기가 빠르고 민첩한 덕분에 그만하면 무리 없이 끝났다. 내가 느낀 당혹감과 불쾌함이 남아있긴 하지만, 난 참 잘 참고 뭐든 잘 넘기니


그닥 큰 일도 아니고 그렇게 땡!


그리고 30분 후,

급식으로 나온 한라봉 팩 주스를 마시며 그녀가 보건실을 찾아왔다. '그 주스 나에게-?' ㅋㅋ 착각!!


한라봉 팩 주스 뚜껑을 따고 두꺼운 입술로 입구를 문 채 보건실에 온 행정실 그녀는 자신을 가리키며 "아까 그 결핵~직인 직인!!" 하며 웃는다


"뭐지?"


보건실에 성큼 걸어 들어 와선 모기약이 있는지 묻는다. 모기에 물렸는데 긁었더니 붓고 가렵다며


미운 그녀가 나의 zone에 들어왔다.


그녀처럼 땍땍거리며 복수해주고 싶었으나, 나의 보건실에 온 그녀에게 나는 온정과 정성을 다해 친절을 베풀었다. 긁고 또 긁어 농가진이 생겼고, 딱지도 앉아있었다. 벅벅도 긁어댔군!


그녀의 굵은 장딴지를 내 다리 위에 털썩 올린 채 기꺼이 소독해주었으며, 연고를 바르고 밴드도 붙여주었다. 떨어지면 다시 붙이고 긁지 말라 일러두었다. 거기다 여유분 밴드도 두장 쥐어주고, 농가진은 약이 필요하니 병원가 보라 알려주었다.


농가진. 참고사진

그녀의 몸을 맡은 나는 친절을 베풀며 내 나름의 복수를 한다. "그래 내가 당신보단 윗길이오, 난 차갑게 땍땍거리지 않소, 나에게 불친절했던 당신마저도 난 안아줄 테니. 언제든 오이소"


"쌤 참 친절하시네요. 애들이 참 좋아하겠당, 또 봬요. 고마워요."라며 그녀는 떠났다. 다시 안 보고 싶은데 참 자주 볼 듯...


2001년. 신규 간호사였던 시절이 생각난다.

환자를 맡기 전, 수습 기간 동안 이 부서 저 부서 교육받으며 말단 사무직처럼 눈치 보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아마 아직도 많은 젊은이들은 그런 불편한 마음을 안고 직장 생활을 하고 있지 않을까?


직장 상사나 동료에게 싫은 소리 듣지 않고 회사 생활하는 자들이 얼마나 되랴?

처음엔 혼나며 배우고, 조금 적응하면 서서히 좋아지는 것이 순리이겠지만, 그 설움은 평생 남는 듯하다.

그럴 때 던져주는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미소는 십수 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감사한 쌤들이 떠오르는군. 특히 정희경쌤 진심으로 늘 고맙습니다.


컴퓨터 화면에 메신저가 푱하고 날아온다.

땍땍거리는 행정실 그녀는 쿨 메시지로 우리 모두를 압박했다.



주차공간이 부족하니 5부제를 지켜달라, 주차 라인 없는 곳에는 차 대지 말라하시고,

학생들에겐 교실에서 농구공 튕기지 말도록 꼭 전달해달라고 하신다. 행정실 바로 위 2-4.5.6반에 특히 부탁 좀 하시겠다고. 이유는 그녀의 편두통이 심해지기 때문이라며


어찌 됐건 그런 그녀조차

필요할 땐 언제나 찾아오시길

보건실은 늘 열려있고 누구든 살펴드릴 터이니


---또봐요. 아프지마시고. 언제든 오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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