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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스쳐가기 16화

열정의 탈을 쓴 욕심

나를 다그친 건, 결국 나였다

by 김챗지


처음엔 몰랐다

욕심이 열정의 얼굴을 하고

슬며시 내 곁에 앉았다는 걸


나는

그저 하고 싶은 줄 알았다

하고 싶어서 하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더 잘하고 싶었다

더 앞서고 싶었다

더 인정받고 싶었다


불안은

몸을 일으키는 자극이었고

자극은

곧 조용한 강박이 되었다


쉬어도 되는 날에

쉬지 못한 건

아무도 아니라

내가 나를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야 하니까”

그 말에 나는

언제나 고개를 끄덕였다


욕심은 늘

열정의 탈을 쓰고

내 앞에 나타났고


나는 그 탈을

진심이라 믿었다


그리고 어느 날,

지쳐 쓰러진 나를 바라보며

그제야 알았다


나를 밀어붙인 사람도

결국—

나였다는 걸




“자주 착각합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믿고 달려들지만,

그 시작점이 욕심인지, 열정인지

깊이 들여다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나는 열정적인 사람이야.”

“좋아서 하는 거야.”


그 말들은 종종

자신을 다그치기 위한 핑계가 됩니다.

실은 불안이 시작이었고,

자격지심이 연료였으며,

타인의 시선이 도착점이었던 것을

우리는 모른 척합니다.


욕심은 열정의 얼굴을 하고 옵니다.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성취라는 명분으로,

쉼 없이 달리게 만듭니다.


그러나 진짜 열정은

쉬어도 된다고 말합니다.

오늘을 멈춘 당신을

미워하지 않게 만들어줍니다.


자기 자신에게 너무 엄격했던 하루에

작은 브레이크를 걸어주기를 바랍니다.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혹은

‘해야만 한다고 믿는’ 일인지—

그 차이를

한 번쯤 조용히 바라보아도 괜찮습니다.


열정은 나를 지키는 힘이지만,

욕심은 나를 소비하는 무기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은
당신을 지키고 있나요?
아니면 밀어붙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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