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젖은 마음 위로 스며드는 것들
비는
먼저 마음을 젖힌다
우산 속 허공을 타고
내일의 그림자가 스며든다
'혹시'라는 말이
'괜히'를 불러내고
불안은 그 사이에 잎처럼 흔들린다
하지만
노란 장화 속 발자국이
물웅덩이를 깨뜨릴 때
내 웃음도
조용히 튀어 오른다
기대는 늘
틈새에서 피는 작은 꽃 같다
누군가의 발끝이
그걸 몰래 지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걱정은 늘 발이 빠릅니다.
미래는 아직 문턱에도 닿지 않았지만,
불안은 이미 우산 속까지 들어옵니다.
우리는 자주 ‘혹시’라는 말에 잡히며,
그 말은 곧잘 ‘괜히’라는 그림자를 함께 데려옵니다.
걱정은 그렇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순간에도
말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다른 속도의 것들도 존재합니다.
누군가의 말 없는 배려,
창가에 내려앉은 빛 한 줄기,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건네지는 따뜻한 잔 하나.
그러한 것들이 걱정의 습기를 천천히 말려줍니다.
마치 기대란, 말이 아니라
기억 속에 피어나는 어떤 감정인 것처럼
아주 조용하게, 아주 오래도록 스며듭니다.
예측할 수 없는 하루 속에서도
그 틈 사이, 무심한 순간 하나쯤은
우리를 안심시키기 위해
이미 준비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걱정 반, 기대 반.
그 무게만으로도
오늘을 살아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