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 마음이 먼저 도착했다
발끝보다
마음이 먼저 긴장했다
처음인 것은
언제나 공기부터 다르다
베란다에 널린 수건이
내가 스친 바람에
놀란 듯 흔들리고
엘리베이터 안
무표정한 인사와 함께
조용한 벽이 하나 생긴다
텃세는
화를 내는 대신
말없이 문을 닫는 일로부터 온다
너무 조용한 인사
짧게 닫히는 현관문
그 뒤의 한숨 같은 공기
낯섦은
그런 작은 틈 사이에서 자란다
그러다 문득
눈인사 하나가 먼저 다가왔고
누군가 문을
조금 더 오래 붙들었다
그 ‘별일 아닌 일’에
나는 오늘도
여기에 있어도 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제야 알았다
텃세는
누군가의 마음이 아니라
내가 움츠렸던 마음의
모서리였다는 걸
이제
조금은 익숙해진 이 골목에서
나도 누군가의 처음을
조용히 받아줄 준비를 해본다
"처음이라는 건,
늘 발보다 마음이 먼저 멈춥니다.
한 발 내디딘 골목에서조차
공기가 다르다는 걸 먼저 느끼게 되지요.
누구도 나를 향해 차갑게 굴지 않았지만,
누구도 내게 다정히 말을 건네지도 않았기에
나는 조심스러워지고,
말 없이 작아집니다.
텃세는 꼭 누군가의 차가운 말에서 시작되는 게 아닙니다.
더 자주,
조용한 인사와 닫히는 문틈,
말 없는 거리의 표정 속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나’에게서 피어납니다.
우리는 모두
새로움에 서툴고, 낯섦 앞에 긴장하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처음은,
결국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이 공간에 들어섰는가’에서
조용히 시작됩니다."
텃세는 타인의 벽만이 아닙니다.
아주 자주,
그건 나조차 몰랐던 내 안의 두려움이
천천히 만들어낸
투명한 벽이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