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처음엔, 방향 감각이 없다
앞차가
방향지시등을 켠 채
한참을 망설인다
차선 하나 바꾸는 일이
저토록 어려운 걸까
나는 잠시
브레이크에 발을 얹는다
창문 너머
‘초보운전’ 스티커 하나
햇빛에 약간 일그러져 붙어 있다
저 사람은
길보다 사람을 더 의식하는구나
흐름을 방해할까
세상의 속도를 막을까
그게 더 겁나는 거겠지
사실은
우리 모두 그런 시절이 있었다
처음엔
가고 싶은 길보다
방향부터 잃는 게 먼저였다
그래도 결국은
조심조심 길을 틀고
서툰 속도로
자기만의 리듬을 찾아 나간다
나는 클랙슨 대신
조금 더 멀찍이
서두르지 않는다
익숙함은
누군가의 느림을
기다려준 시간 위에
세워지는 것이니까
"오늘, 앞차가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방향지시등은 계속 깜빡이는데
움직이지 않았죠.
누군가는 답답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경적을 울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저
그 차의 뒷유리에 붙은
‘초보운전’ 스티커를 보았습니다.
작은 문구 하나에
많은 게 담겨 있더군요.
아직 손에 익지 않은 두려움,
흐름을 막고 싶지 않은 조심성,
그리고 어쩌면
세상이 자신을 탓할까
불안한 마음까지.
문득 생각했습니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길보다 시선을 더 의식했고,
속도보다 맞는 방향을 잡기 위해
주춤거리던 때가.
우리는 능숙해지면서
종종 잊습니다.
처음엔 누구나
그 느린 한 걸음으로
자기만의 리듬을 찾아간다는 걸.
오늘도 어디선가
주저하는 이가 있다면
잠시만 기다려줄 수 있기를."
클랙슨보다 더 따뜻한 침묵,
그 기다림이 누군가에겐
세상으로 나아가는 첫 리듬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