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문다는 것에는 언제나 값이 붙는다
카페 창가
아메리카노 한 잔
그 천 원짜리 커피값에
햇살 각도,
의자에 눌린 시간,
말하지 않아도 되는 권리가 들어 있다
우리는
무언가를 사는 척하지만
사실은 머무름을 산다
자리값엔
온도도 포함되고
적당한 소음,
지켜지는 평화도 포함된다
자리에 오래 앉을수록
값은 올라가고
그 가치를 모르면
공기는 금세 흐트러진다
편안하다는 감정엔
보이지 않는 배려가 숨어 있고
아늑하다는 느낌엔
공간이 끝까지 지켜낸 예의가 있다
모든 자리는
값이 있다
그 자리를 만든 이,
지키는 이,
떠날 때의 작은 손짓까지도
"카페에 앉아 있으면,
문득 커피가 아니라
공기를 음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햇빛이 스며드는 창가,
말 없는 음악,
그리고 누구의 시선에도 구겨지지 않는 마음.
한 잔의 음료로 누리는 이 시간은
가격표에 적히지 않지만
분명한 ‘값’을 갖고 있습니다.
깨끗한 테이블,
정돈된 의자,
적당히 울리는 대화의 볼륨.
그 모든 건
누군가가 애써 지켜낸 결과입니다.
그래서 자리를 떠날 때
우리는 조용히 흔적을 정리합니다.
컵을 비우고, 의자를 밀고,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인사를 남깁니다.
말 대신 건네는
작은 예의 하나.
그게 이 공간의
숨겨진 언어일지도 모르지요."
누군가 나보다 먼저 앉아
자리를 따뜻하게 만들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내가 남긴 평화 위에 앉겠죠.
흐름을 잇는 마음.
그게 우리가 정말 지불해야 할
자리값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