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1 log
어쩐지 글방의 글에는 하부의 감정이 담기는 것 같다. 마치 가장 아래쪽에 숨겨야 할 것만 같은..
나는 글을 쓸 때 자주 듣는 Pil들이 있다. 내가 병원에 있을 때 가장 많이 느꼈던 감정이기도 하다.
최근에 병원 동기로부터 전화가 왔다. 좋은 일 하나와 나쁜 일 하나, 왜 좋은 일엔 나쁜 일도 같이 일어나는 것일까? 취업을 하게 되었다! 는 말과 욕창이 생겼다는 말이 공존하는 아이러니 한 상황.
이걸 축하해줘야 할지, 같이 푸념을 해줘야 할지. 분명 취업한 건 좋은 일인데, 욕창은 정말 생겨서는 안 되는 일이니 말이다. 어려웠지만, 나는 축하는 축하대로, 공감은 공감대로 해주었다.
나는 병원에서부터 줄곧 욕창이 생길 뻔한 적은 있지만, 심각하게 생긴 적은 없다.
욕창이 무서운 이유는, 겉 보기 상처는 아주 작아 보이지만, 안쪽으로 깊숙이 상처들이 곪기 때문이다. 욕창의 치료법은 다양하지만, 대표적으로는 상처를 말리는 것이다. 심하면 째고 안쪽에 고름을 배출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상처를 말리는 방식은 꽤나 간단하다. 상처 부위를 열어두는 것이다. 그리고 그 친구는 꼬리뼈였는데, 그 친구는 그 기간 동안 엎드려서 지내야 한다.
참, 욕창이라니..
취업을 했는데..
그래서, 취업하자마자, 휴직 중이라고, 그 와중에 그게 꿀이란다.. 이틀 일했는데, 너무 힘들다고 말이다..
그 일을 겪고도 웃는 거보니,
살 만한 가보다!라고 말하며 둘은 멋쩍게 웃었다..
그래, 인생 그런 거지 뭐!
우리는 다음에 같이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도 근무를 시작하면서 욕창이 제일 무서웠다. 감각을 느낄 수 없는 우리에게는, 가장 많이 일어나는 일이다. 나에게는 왜 욕창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반문해 보니..
병원에서부터 기본기를 잘 해온 덕이었다. 그 기본기로 말할 것 같으면, 피부가 눌리지 않도록 시간을 잘 지켜 엉덩이를 들어주는 것! 그리고, 침대나 의자 *트랜스퍼를 할 때, 엉덩이를 잘 들어주는 것!
그 기본기만 하면, 욕창에 시달릴 일은 없었다!
*트랜스퍼 : 척수손상, 하지마비 환자가 침대에서 휠체어 혹은 휠체어에서 바닥 등으로 옮겨 앉는 행위를 말한다.
우리는 이렇듯 인생에서 눌림을 경험한다. 피부가 짓눌리듯 마음이 짓눌리기도 하고, 눌리다 못해 깊게 파인 상처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고, 덮어두고 낫길 바란다. 그러나, 절대 나을 수가 없다. 욕창을 덮어두면 점점 심해지듯 말이다.
'안녕'이라는 말의 뜻을 아는가?
오늘 하루 안녕하셨나요? 평안하셨습니까?라는 뜻이다. 우리는 늘 누군가에게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하지만, 정작 나에게는 안녕하냐고 묻지 않는다. 바쁘다는 이유로, 핑계를 대며 말이다. 그렇게 나에게 안녕하냐고 묻길 멈추는 순간, 누구도 나에게 안녕을 물어주지 않으니, 스스로에게 오늘은 안녕한지, 혹시나 그렇지 않다면, 나의 마음은 어떤지 그것을 묻는 하루가 되면 좋겠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