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7 log의 연장선, D-20 log..
감정의 쓰나미가 몰려왔던 날의 이야기를 풀어 보고자 한다. 왜 오늘일까? 돌아볼 준비가 조금은 되어서 일까?
유난히 하루가 길고 쓴 날이었다. 처음 근무를 하면서,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날이었다. 나는 괜찮다를 스스로에게 이야기 하며, 다독였지만, 난 괜찮지 않았다. 일은 정말 너무 바쁜 상황에서 일어났고, 사실 그렇게까지 반응할 상황은 아니었다. 조금 고객이 많긴 했지만, 지나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 고객은 휠체어를 치고 지나가며, 가장 가슴에 아픈 말을 툭-! 던졋다.
"하.. 진짜.. 집에나 있지"
그렇다. 우리는 그저 집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었다. 휠체어 장애인에게 사회의 시선은 아픈 사람, 격리해야 할 사람, 도와주어야 할 사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듯 보였다. 휠체어를 타고, 병원에서 겪은 일이 오버랩 되었다.
그 날도 여김없이 물리치료 후 복도를 나와, 천천히 휠체어를 밀며, 병실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건너편에서 아버지와 아들로 보이는 두 사람이 걸어오고 있는 상황이었고, 나는 그들을 피하기 위해 살짝 왼쪽 옆대각선으로 피했다. 그 때, 아들이 갑자기 내 쪽으로 급하게 방향을 트는 바람에 부딪힐 뻔했고, 나는 그 때 연신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그렇게 돌아서서 그 아버지는 툭-! 아무렇지 않게 말을 던졌다.
"다리 병신이.."
그 때가 오버랩되었다. 던진 돌에도 맞아 죽는게 개구리라고 했던가? 자신들은 어떤 생각으로 내뱉었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 돌에 맞아 죽었다. 정확히는 마음에 정확히 꽃혔다.
그리고, 그 날 하필이면, 병원에 다녀온 일도 내 마음을 힘들게 했다. 떨어지지 않는 간 수치와의 전쟁과 끊어야 나아지지만 끊을 수 없는 면역억제제와의 전쟁도 발발했다. 그렇게 한달을 겨우 노력해도 떨어진 간수치는 '2' 정말 어이 없게도 그랬다.
그렇게. 절망적인 말을 들으며 빠져나온 진료실 앞에서, 하염없이 멍 때리고 있었다. 어떻게 할 수도 없는 현실 앞에 난 쓰러지고 싶었다. 진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일을 해야했고, 출근도 해야했다.
그렇게, 다시 차를 타고 가면서, 비가 오길 바랄만큼 마음이 쉽지 않았다. 하늘이 나 대신 울어주길 바랬다. 그리고 차라리 비가 오면 그 비에 내 눈물이라도 흘려 보낼텐데 말이다.
난 언제부턴가 울지 않았다. 잘해준 거 하나 없는 아빠의 마지막 유언을 지키는 것일지 모르지만, 아빠는 '딸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약해지지 말고 울지 말라고' 했다.
그 말을 이후로 나는 소리내어 울어본 적이 없다. 단 한번도!
나에게 울음은 그런 것이었다. 그 이후로 좋지 않은 것을 밖으로 표출하는 것들이 힘들어졌다. 말을 꺼내기 쉽지 않았다. 그것은 슬픔을 참는 것과는 사뭇 다른 감정이다. 때로는 내가 느끼지 못하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돌연 찾아온 이러한 일들은 나의 마음의 감정의 쓰나미를 불러 일으켰다. 잔잔했던 호수의 돌이 던져지고, 던져지다보니 그것들이 여러 파동을 만들어냈고, 결국, 쓰나미가 되어 나의 마음의 방파제를 뚫고 들어왔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쓰나미에 잠식되어갔다. 그날 하루는..
그런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문을 닫는 하루기에..
그런 은유적인 표현들로 내 마음을 애써 꾹꾹 담아보았다.
그 날의 나의 pil도, 글도, 온통 모든 것들이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