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5 log
아무도 소리를 듣지 못해도 괜찮아, 숲은 기억할 거니까, 나무가 쓰러진 자리는 그가 사무치게 버텨내던 곳이라는 걸
10대를 지날 땐, 빨리 20살 어른이 되고 싶었다. 30살을 앞두고 있는 난, 10대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나도 그랬다. 다들 걱정 없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10대 때 힘들었으니, 20대엔 괜찮을거야! 그래야 인생이지, 내려가면 올라갈 때도 있을거야! 이런 말, 불행도 행복도 총량이 정해져 있다면, 불행질량보존의 법칙은 무섭게 맞아 떨어진다.
어떤 걱정이 우릴 멈추게 만들고, 보지 못하게 했을까? 지금 우리는 기후변화를 몸으로 느끼고 있다. 일 년이 지나갈 때마다 뉴스에선 ‘이번연도는 최고로 뜨겁다’라고 하는 말을 듣는다. 최대, 최고 이런 말들은 이제 감흥이 없다. 언제인지 몰라도 큰 일이 나긴 나겠구나!라는 생각은 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 큰 일 나지 않으니, 괜찮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이번생은 망했고, 내 삶의 변화는 없을 테니,
노력 우선 법칙은 이미 배제된 지 오래다. 노력한다고 근본이 바뀌지 않는다는 걸 이미 경험으로 안다. 더 나아질 수 없단 것도 이미 노력하는 사람은 바보가 된 세상
출생부터 잘못된,
금수저가 아니라, 흙수저 물고 태어난 인생,
부모가 스펙이고, 부모의 부가 나의 부,
사무치게 아련하게 놓고 싶지만, 차마 놓지 못해서 연명하고 있는 인생들이 많다. 나 포함. 우리에게 희망은 뭘까? 취업? 취업하면 다 괜찮아질 거라는 취업 만능주의, 근데 아마 그것도 아닐걸, 그래 그것도 아니라면,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야 하나, 푸념을 늘어놓아도 무엇이든 지금 당장은 괜찮으니까, 괜찮다.
미래의 카드값을, 미래에 나에게 맡기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