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7 log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고 싶은 날, 그런 날이었다. 한바탕 내 삶에 휘몰아친 여러 파도들이 내 삶을 휘청이게 했다. 파도는 잔잔할 땐, 몰랐던 무서움을 가지고 있다. 쓰나미로 몰려올 땐 비로소 그 무서움을 직감한다.
우울함, 슬픔, 나에 대한 연민도 그렇다. 다 괜찮을 땐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지만, 나를 받쳐주고 있던 것들이 이따금씩 무너지면 그 소용돌이에 맥없이 휘말리고 만다.
그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오래 머무르지 않고, 내 삶에 잔잔히 왔다 가리라..
오늘도 왔구나, 슬픔아..
오늘도 왔구나, 우울함아..
그렇게 온전히 느끼다 보면, 그 파도를 타게 되는 순간이 온다. 마치 서퍼들이 파도가 두렵지 않듯, 그 파도가 타질 때쯤 되면, 그 우울함도 슬픔도 조절이 되고, 다시 내 생각으로 들어올 준비를 마친다. 그럼 쓰나미가 아닌 다시 내 마음의 잔잔한 파도로 오늘도 왔다 갔구나 한다.
가끔 우울이, 슬픔이, 탄식이 내 삶에 끼어 들어올 때, 온전히 그것들을 느껴봐라, 느끼다 보면 아득한 끝엔 또 다른 내가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 감정들에게 이름을 붙이기 어렵다면, 그냥 머물다 가도록 놔두면 된다, 굳이 이름을 붙이지 말고..
오늘 나는 어딘지 모를
감정의 바다에 머무르기로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