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괜히 꽉 막힌 마음이다.
아닌 척해봐야 의식하는 그때그때뿐
다시 되돌아와 착, 하며 무겁게 내려앉아 버리는 마음.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것이 장막 뒤에서 적당한 때를 고르는 것 같은...
고요의 시간들은 이제 날 때릴 준비를 하고 있는 중 이리라.
이 마음들은 오로지 너로 인해 시작되었다.
우리를 이었던 그 따뜻하고 축축했던 끈을 시작으로 맹목적인 너의 사람이 돼버린 나는,
태생적으로 너에게만큼은 객관적일 수 없는 그런 사람이 된 탓인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큰 등을 보이고
훌훌 떠나갈 줄 알면서도
너를 떠올리면 늘 콧잔등이 시큰거리는 나란 사람은
자주 벽에 부딪힌다.
너를 위한다는 많은 일들에 의심도 확신도 들지 않는 아주 어려운 벽들이 제법 자주 다가온다.
사랑 이란 말로 그저 포장해버리고 얼버무릴 수 있을까
네가 겪는다는 일방통행
네가 느낀다는 불합리와 모욕
네가 당한다던 그 차별들을 말이야
언젠가 "그건 사랑이었어!"
그 가볍기도 하고 폭력적이기도 할 한마디 말로
모든 것이 무마되고 정리가 될 수 있을까
어쩌면
뻔한 결말을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스스로가
실망스러워 버리고 만다.
어쩔 수 있을까..
나도 너도 이 생은 처음이라 여전히 내일이 낯설고
아직도 올라야 할 산은 높을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말하자면
어렵게...핑계를 대보자면
그건 사랑이다
뭐 하나 섞지 않은 무해한 사랑의 모습이
그래서야 될까 싶지만은
의심할 수 없는 그것이란다.
사랑의 모습이 이토록 시시하다니 놀랐을까...
그래 인정한다.
지시적이어서
일방적이어서
과제적이어서
미안해
이렇게 시시해서 많이 미안해
내가 널 기다리며 꾼 꿈들은 이랬다.
따뜻한 손과 손이 맞닿아져 온기만으로도 꽉 차는 그런
너를 마주할 때마다의 감격과 감동이 나날이 새롭고 벅찰 그런 날들의 연속.
그래서 서로를 향한 눈이면 되겠다 싶던 그런..
이쯤 되면 너는 그럼 지금은 식었어요? 하고
의심의 눈을 동그랗게 뜰 테지만
놀랍게도 마음만은 여전히 그렇단다
다만 무언가에 쫓기다 보니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흘러가버리고
하루하루 네가 그토록 원하는 마음.
그 마음 하나 표현할 여유를 내가 자꾸만 놓치고 사는 것만 같기도.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고 가르쳤던 나의 가르침이
이제 내게 매를 들고 달려드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궁금하고 호기심이 넘치는 천진난만한 작은 새끼는 자꾸만 주머니를 탈출하려 하지
하지만
어미 캥거루의 때는 아직 준비되지 못해서 멀어지는 새끼를 다시 좇을 수밖에 없는 건데...
이제는 진심으로
너의 영원한 지지자가 될 준비를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여전히 너의 일이라면 내 일인 듯 내 가슴인 듯 요동치는
나의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감정들을 추스르고
온전히 서로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응원해야 할 것이다.
여러 번, 어쩌면 자주.
계속해서 못 미덥고 걱정스러운 내 새끼에게 주머니를 또다시 열어 보인다면...
그땐 너의 품이 그리워진 탓일 게다
내게도 너의 응원이 많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언제나 늘 알아주길.
그러면
나는
다시 돌아 내 산을 오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