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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깽s May 19. 2022

너에게.

꿈자리의 선득함에 놀라 눈이 떠졌다.

팔뚝에 돋아난 소름과 온몸과 목을 둘러싼 축축함을 닦아내고는 너를 찾는다.

다행히 너는 쌕쌕 그릉그릉 잠들어있다.

네가 태어난 후부터 나는 종종 알 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 공포란 것은 다름이 아닌 너를 잃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나는 단 한 번도 부모의 손을 놓쳐 미아가 되거나 헤어진적이 없었고 칠칠맞게도 너를 잃은 적은 더욱이 없는데도.

그런데도 너를 잃어버리는 꿈을 종종 꿨다.

그것은 공포를 능가한다.

가위에 눌리지도 않았는데 몸이 오열한다.

쫓기지도 않는데 달린다.

달리고 달린다. 끝없이 흐르는 땀에 옷이 젖고 눈물범벅에 비명이 터져 나오면서도 왜인지 다리는 무겁고 천근만근인 꿈.

달려야 할 길은 줄지 않는 그런 꿈.


너를 품에 안았을 때 가까이에서 같이 본 네 아빠는 그랬다. 애를 손사래 쳤다고.

이제 와서 좀 핑계지만, 그래 그랬던 것 같다.

이야기하자면 너는 거의 나의 배를 찢고 헤집고 나왔다.

4.1킬로의 거구, 10시간 가까이의 진통 끝에 본 너를 본 나의 첫 느낌은 픔을 뛰어넘어서는 고통이었다.

당장 내가 죽을 것 같은,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 고통 속에서

몸이 많이 훼손돼 계속해서 출혈이 되는 상태에서

거의 정신을 잃기 직전이었다.

겨우 너의 얼굴과 손과 발의 다섯가락의 유무를 확인한 것이 전부였을 수밖에 없었고,

다행이다. 알았으니 이제 나를 좀 어떻게 해 봐 좀!

그런 상태였다.


크게 태어난 너는  먹지 않았고

미숙한 엄마의 흔들림에 쑥쑥 크질 못했다.

내 탓인 것만 같아 잠든 네 옆에서 그 쓸데없는 눈물은 또 왜 그렇게 흘렸는지.

그게 내 사랑인 것처럼.

네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내마음인건처럼

그 작디작은 너에게 나는 그런 식의 부담을 주었으리라. 오롯이 네 마음으로 내 눈물을 사랑의 모이처럼 받아먹길 바랬다.


떠올려보면 나는 부모의 돌봄을 살뜰히 받은 기억이 없다.

가장으로서 항상 바쁘셨고 조부모님의 돌봄 속에 컸지만 정서적인 돌봄은 기억하지 못하는 걸 보면 그때의 아이들은 그저 자라난 것 같다.

그러했으니 소중한 아이를 잘 키우고 지키고 싶은 욕망만 있었지 어떻게 사랑을 줘야 할지를 알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게 와 쭉 살뜰하지 못했다.

조그만 너를 끊임없이 가르쳤고

지적했다.

다행인지 아닌지, 너는 더러 까먹었고 자주 해맑았다.

혼을 내면 또다시 울고 겁을냈지만 나와는 꼭 붙어있으려고 했다.

마치 나는 결국그것을 확인하려 했던 것처럼...

거봐 엄마뿐이지? 엄마 좋지? 엄마 사랑하지?


그런 말들은 언제나 진심이었지만

한 번씩 두 번씩

너는 그 말들에 얼마만큼의 겁과 조바심을 내었으려나.

행여나 엄마를 잃을까 하고선.


무지하고

부족하고

모자란 나를

이제껏 네가 키웠나 보다.


오히려 마음들을 네게 확인받고 싶어 했던 것이 바로 나였음을 이제야 알게 된다.

우린 앞으로 쭉 울퉁불퉁 모난 길들을 향해 걷게 될 테지만은

너의 작은 손만은 여전히 놓기가 망설여진다.

안고 품고 자주 널 놓지 말았어야 할 때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널 자주 기다리게 하던 한때를

반대로

가 겪게 될까 봐서.


어쩌면 나는 너를 잃어버린 일 따윈 없었으리라.


이미 내 손을 놓고 저만치 걸어가는 너의 그 등을 찾느라..

꿈속에서  이미 엉망인 채로 두려운 것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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