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다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파아란 하늘빛 물이 들지요
어여쁜 초록빛 손이 되지요
초록빛 여울물에 두 발을 담그면
물결이 살랑 어루만져요
물결이 살랑 어루만져요
[초록바다]
초록빛 바다. 초록빛 여울물.
초록빛과 바다, 초록빛과 여울물. 두 어절이 만났을 뿐인데, 벌써 펼쳐지고 보여진다.
까르르한 소녀의 넣은 손이 맑게 보여지는 투명한 바다, 어디선가 살랑 불어오는 바람.
무릎까지 차오르는 얕은 초록빛 물, 챙이 넓은 연갈색 모자를 눌러쓴 일곱살배기 소녀.
어린 시절, 엄마는 내게 초록바다를 많이 불러주었다.
때마다 나는 위의 이미지들을 떠올리고는 했는데, 가사의 어느 지점에서도 주인공의 성별을 알려주지 않았지만, 으레 내 상상 속엔 소녀가 등장했다. 내가 소녀여서였을까.
그저 예쁜 동요, 짧은 가사 속에 커다란 서사가 존재할리 만무하지만, 어린 나는 이 노래가 그렇게 평화로웠고 반짝였으며 잔잔했다. 유아시기의 내가 그려낸 가상의 아름다운 어떤 공간 안에는 반짝이는 초록빛 바다, 즐거운 소녀, 살랑바람, 소녀를 바라보는 엄마의 미소, 가끔 눈을 맞추며 서로 웃어주는 행복이 있었고, 이것이 일곱살배기의 상상 가능한 최대치의 신비스런 낙원 이미지였던 것도 같다.
초록빛.
중년을 바라보(아야하)는 나를 유지하게 하고, 지지해주며, 때론 회복시키는 무언가가 초록인 것의 시작점이 이 곡, 그리고 그 때 그려낸 세계 아니었을까?
나의 삶 중심부터 언저리까지 크고 넓게 관통하는 초록이란 단어,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빛은 나를 살게하는 힘이자 사랑이며 위로다.
그 까르르한 소녀가 자라나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나는 초록빛 안에서 안온한 쉼을 누리고 걸어갈 힘을 얻어내며 사랑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