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 영감집 - Artist 편

서도호(徐道濩, Do-ho Suh)

by 계영배

계영배가 반한 Artist 2



서도호

徐道濩, Do-ho Suh



"Reflection"(2004) nylon and stainless steel tube




아버지께서

1970년대에 우리 집을
19세기 한옥으로 지어놓으셨거든요.

겉만 한옥이 아니라
집 안도 조선 선비의 미학을 따라 꾸미셨어요.

저는 매일
대문을 열고 학교 갈 때마다
다른 세상으로 가는 것을 경험했고,

밖에 있다가 집에 갈 땐

타임머신을 타는 것 같았어요.






작가 서도호(徐道濩, Do-ho Suh,1962~)는 런던과 뉴욕에 거주하며 서울, 베를린, 도쿄 등을 오가면서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집, 물리적 공간, 감정의 전이, 기억, 개인성 및 집합성의 문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다양한 작업을 하는 작가이다



Do Ho Suh, 'Staircase Ill' (2010)


백남준, 이우환에 이어 한국을 대표하는 역량 있는 아티스트로 평가받고 있는 작가는 서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 후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에서 회화 전공으로 학사 학위를, 예일대학교에서 조각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는데 1997년 예일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2000년 P.S.1 그룹전에 참여한 이후 괄목할 만한 성장과 활동을 이어 왔다.



Home within Home within Home within Home within Home,2013Installation view


특히,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로 선정되면서 국제무대에 알려지기 시작한 작가는 천으로 만든 이동 가능한 '집' 주요 특징으로 하고 있다


Do Ho Suh- Passage/S


1년의 365일 중 350일을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작업하는 '유목민형 작가'로 알려져 있는 서도호는 실제로 런던과 뉴욕, 서울, 베를린, 도쿄 등 각지를 누비며 늘 '집'을 탐구해 왔다.



Rubbing/Loving Project: Seoul Home, 2013–2022, work in progress, Seoul
Hub series, installation view, 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 Sydney, 2022,


개인이 가지는 최소한의 공간이자, 문화와 문화, 안과 밖 등 상이한 것들의 관계 맺음이 일어나는 곳이 바로 '집'이기 때문이었는데 그래서 집의 의미가 그에겐 더욱 각별하다.



Apartment A, Unit 2, Corridor and Staircase, 348 West 22nd Street, New York, NY 10011, USA, 2011-201
Apartment A, Unit 2, Corridor and Staircase, 348 West 22nd Street, New York, NY 10011, USA (detail),



특히 그가 나고 자란 (의 부친이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현대 한국화의 구심적 역할을 한 한국화가 서세옥이 지은) 한옥은 그의 상상력의 원천이었는데, 결국 그렇게 시작한 '집'시리즈는 '서도호'를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이 됐다



서세옥 "두 사람"
생전 서울 성북동 작업실에서 작업하는 서세옥 화백의 모습. 이주연 작가 촬영. [사진 리만머핀]
서울 성북동 언덕에 자리한 서도호의 부친 한국화가 서세옥이 1973년 지은 한옥(撫松齋)". ‘소나무를 어루만지는 집’이라는 이름처럼 정원엔 수백 년 전 태어난 소나무가 있다



조각, 드로잉, 영상 작업 등을 하는 작가는 한국, 로드아일랜드, 베를린, 런던, 뉴욕에서 거주했던 집의 표면을 재구성한 직물 조각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물리적·은유적 공간의 유연성에 천착해 온 작가는 신체가 공간과 관계를 맺고 그 안에 거주하며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Reflection, 2004 Nylon and stainless steel tube

특히 작가에게 있어 우리가 거주하는 공간은 심리적 에너지를 담고 있으며, 작품을 통해 그는 지리적 장소와는 무관한 기억, 개인적 경험, 안정감 등의 지표를 가시화하는데 그가 가정의 실내 공간과 집의 개념이 특정한 장소와 형태, 역사를 지닌 건축물을 통해 명료화되는 과정에 주목하는 것을 잘 보여주었던 삼성미술관 리움(Leeum)에서의 ‘집 속의 집(DO HO SUH:HOME WITHIN HOME)’전시는 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Home within home>(2009)


작가가 살았던 성북동 한옥, 뉴욕 아파트, 베를린 아파트 등 거대한 천으로 된 실물 사이즈의 집뿐만 아니라 세면기, 손잡이, 전등, 스위치 등 그 디테일까지도 천으로 꼼꼼히 제작관람객들이 작가가 거쳤던 집을 함께 경험하고, 음미할 수 있어 더욱 사랑받았던 전시는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앤디 워홀 팩토리’ 전의 일평균 관람객 1350명을 능가하는 것으로도 큰 화제가 되었다



Jet Lag, 2022 (detail),


Stove, 2013, polyester fabric,106.2 x 52.1 x 65.3 cm (41.8 x 20.5 x 25.7inches)
Refrigerator, 2013, polyester fabric, 166.9 * 72.6 X 73.9 cm (65.7 X 28.6 x29.1 inches)
Bathtub, 2013, polyester fabric,34 x 150.1 x 76.5 cm (13.4 x 59.1 x 30.1inches)
Radiator, 2013, polyester fabric, 93.5 x 74.7 x 18.3 cm (36.8 x 29.4 x 7.2 inches)





미국 수도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NMAA) 앞에서는 NMAA가 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작가에게 의뢰한 작품 ‘공인들’(Public Figures)2024년 4월부터 5년간 기간을 한정하여 전시 중이다.


미국 워싱턴DC 국립아시아미술관(NMAA) 앞 잔디 위에 전시된 서도호 작가의 ‘공인들Public Figures’.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성격을 가진 높이 170m의 워싱턴 기념탑과 링컨·제퍼슨 등 전직 대통령 기념관 등이 들어찬 도시인 워싱턴 DC가 갖는 공간적 의미와 대조적으로 특정 개인을 기리는 작품이 아니라 그저 관객들에게 "과연 누구를 기리고 누구를 공공장소에 세울 것인가"라는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은 약 400명의 군중이 거대한 받침대를 들어 올린 모습을 형상화했다.





그러나 정작 받침대 위 동상이 있어야 할 자리는 텅 비어 있는 작가의 작품은 “미 전역에 있는 4만 8000여 개의 대개 남성을 형상화한 전형적 형태의 조형물과 대조적으로 빈 받침대를 떠받친 인물들을 통해 집단과 개인 사이 긴장, 억압과 민중의 회복력 사이 긴장을 묘사하고 있는데 관람객들에게 역사적 맥락에서 권력이란 무엇이고, 그 꼭대기에 누가 있는지 등에 대한 다양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실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작가 서도호는 그 역량을 인정받아 에르메스 코리아 미술상과 호암상 등 그간 다수의 상을 수상해왔는데 2006년 LACMA가 ‘문’을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2009년 텍사스 휴스턴 미술관이 서도호의 작품을 구입하는 등 이후 세계 유수의 미술관들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흙탕물은
바닥이 안 보이니까
겁이 나서 발 담그기가 쉽지 않아요.


그런데
물이 너무 맑으면
열 길인데도 모르고 발을 담글 수 있죠


전 열 길 깊이라도
맑아서 사람들이 겁 없이 발을 담그게
하고 싶어요.


쉽게 선뜻 접근하지만
발을 담글수록 투명한 레이어가 많아서
점점 깊이 들어가게 되는

그런
작품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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