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 Lee Bae
I come from a place that knows all about black
저는
검은색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곳에서
왔어요.
2019년 작가 에이미 세라핀 Amy Serafi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인생을 관통하는 색인 숯의 검정색과 자신의 운명적 유대에 관해 밝힌 화가 이배 Lee Bae는 30년 넘게 숯을 이용해 다양한 형태, 매체, 기법을 연구해 왔고 이는 단순히 작품 제작을 넘어 그에 담긴 한국 고유의 문화를 알리는 여정의 일환이다
프랑스 파리를 거점으로 한국과 파리, 뉴욕을 오가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작가 이배 Lee Bae는 1956년 대한민국 청도의 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무학無學이던 아버지는 장남인 이배 Lee Bae가 그저 평범한 농부로 가업을 잇길 바래 학교 간 아들을 과수원일로 불러들일 정도로 교육엔 무심했는데 중학교 2학년 때 만난 미술 선생님이 작가 몰래 출품해 준 전국 대회에서 대상을 받는 등 두각을 나타내던 이배는 결국 미술 특기생으로 장학금을 받고 고교에 진학하게 되었고 이후 부친도 반대를 거두며 본격적으로 예술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그러나 홍익대 미대에 진학한 작가는 대학원 졸업 후 교편도 잡았었지만, 더 큰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고 결국 뉴욕과 LA를 거쳐 파리에 정착하게 되었는데 1989년 9월 프랑스에 도착한 작가는 즉시 생활고에 시달리며 현실적인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결국 평소 목탄 드로잉을 즐겼던 작가는 집 근처 주유소에서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던 유일한 도구인 바비큐용 숯으로 작업을 시작하는데 이는 훗날 동양의 작은 나라 시골의 농부로 태어나 서양문화예술의 본고장에서 가장 한국적인 작품으로 인정받으며 2018 년 프랑스 문화예술 훈장 Chevalier de l'Ordre des Arts et des Lettres, France까지 받게 된 작가 이배 Lee Bae가 탄생하게 되는 아주 중요한 시점이 된다.
농부였던 아버지는
땅을 지배하는 것은 내 몫이 아니라
오히려
땅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작가에게 숯은 사용하는 것이 아닌 교류하는 대상이었다. 땅에 관심을 기울이듯, 숯이라는 자연의 산물에 관심을 기울이며 관찰하는 반복적인 여정을 통해 이배는 그 안에서 단순히 색 이상의 혼돈, 기원, 혹은 오래된 전통에 대한 대변 등의 영감을 얻게 되는데 파리 근처의 비어 있는 담배공장을 작업실 삼아 그는 숯으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온 젊고 가난한 아티스트들이 작업하던 그곳에 어느 날 취재차 방문한 신문기자가 있었는데, 그는 바로 훗날 이배의 운명을 가른 평론가 앙리 프랑수아 드바이유(Henri-François Debailleux).
또한 앙리는 당시 생면부지 일색인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서양예술허브에 한국작가들의 정착과 활동을 돕기도 했는데, 그뿐 아니라 이우환, 이배, 남춘모 등 오늘날 한국 단색화가들이 국제적으로 입지를 다지게 되는데 큰 역할을 해준 인물이기도 하다
백남준과도 친분이 돈독했던 앙리는 엉터리 프랑스어로 예상 질문과 답변을 준비했던 이배의 작품을 일간지 리베라시옹 Libération에 실어주었고 그가 소개한 화랑에서 이배는 첫 개인전을 열게 되는데 이는 작가 이배가 본격적인 작가로서의 여정을 시작하게 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숯"을 재료로 한 한국 회화를 국제무대에 선보이며. 단색화를 현대적으로 변용해 국제 화단에 이름을 알린 한국 단색화의 2세대 작가로 평가받는 이배 Lee Bae 는 특히 당시 한국의 화가들이 외국의 트렌드와 접점이 희소함에도 불구 당대 이탈리아나 프랑스, 미국에서 활동한 작가들의 작품과 유사한 형식과 철학 등을 공유하는 동 시대성을 나타냈음을 높이 평가받는다
또한 아버지에게서 배운 자연을 정복하는 것이 아닌 관찰하며 소통하는 방법은 이배에게 숯이 단순히 검은색 표현만이 아닌 수백 가지 색이 들어간 동양문화와 감성을 재발견 케하는 재료로 기능하게 했고 이배는 고향인 청도 근처에 전통 가마를 얻은 후, 그곳에서 직접 숯을 만들기 시작했다
탄 나무 가지를 조각품으로 선보였던 작가는 캔버스에 절단한 숯 조각을 잘라 붙인 뒤 표면을 연마해서 완성하는 방식의 초기 작품 <불에서부터(Issu du Feu)> 시리즈와 숯가루를 짓이겨 화면에 두껍게 붙이는 '랜드스케이프'(landscape) 시리즈 등이 그의 대표작인데 사실 그의 숮 작업은 크게 세 단계의 변화가 있었다.
1990년대부터 시작한 숯 조각과 회화작품을 통해 '숯의 물성'을 최대화했던 작품 <불에서부터(Issu de feu)>에서 시작해 2000년에 와서 작가는 숯가루를 페인트 기반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무거운 물성에서 해방되기 위해, <아크릴 미디엄 Acrylic Medium> 작업을 시작하여 물성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 작가는. 2019년부터 "붓질" 작업을 시작하게 되는데 흰색 아크릴을 섞어 보다 대담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표현한 작가는 이를 통해 시간성을 해방시키는 작업을 꾀한다
'아크릴 미디엄’은
'동양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거예요.
화선지에
먹으로 그림을 그리면
종이가 먹을 완전히 흡수하거든요.
서양에서는
캔버스에 유화물감을 칠하면
밖으로
두꺼운 층이 형성되죠.
서양에 이러한 동양화의 개념을
알리고 싶었어요.
죽은 듯 보이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머금은 숯. 한국의 모더니스트 이배는 평생을 숯이라는 단일 소재에 집중하여 단색 선형 드로잉, 숯 파편이 박힌 캔버스, 탄화된 나무 가지에서 얻은 대형 조각품을 만들어왔으며 이는 레진, 잉크, 아크릴 등과 결합을 이용 계속 진화중
파리, 청도, 서울, 뉴욕 작업실 등 국경을 오가며 종횡무진 활발한 작업을 진행 중인 작가 이배의 가장 한국적인 작업은 결국 가장 세계적일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며 이우환, 박서보 서도호와 함께 한국의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4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다소 저평가된 감이 없지 않아 있는데... 감히 그중 가장 큰 성장주라 말할 수 있는 내공이 남다른 작가 이배는 말한다
옛날에는
남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고,
재능이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현대에서는
그것보다 진지한 애티튜드와
성실한 프로세스가 있어야
진정한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즉
지속성과 일관성을 지닌 태도를
기반으로 하는
삶의 자세, 그것이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