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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윤 Jul 27. 2022

[일일사색] 당신은 지금 눈에 거슬리는 이들이 있는가?

'눈엣가시'에 대하여

테어드로 아도르노는 자신의 저서 [미니마 모랄리아]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눈엣가시가 최상의 확대경이다' 이것이 무슨 말인가? 차근차근 파헤쳐보도록 하자. 먼저 '눈엣가시'란 무엇인가? 사전적 정의로는 '몹시 밉거나 싫어 늘 눈에 거슬리는 사람'을 말한다. 우리는 살면서 이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들을 종종 마주치게 된다. 그것은 직장 동료일 수도 있고, 지나가는 사람일 수도 있으며, 자기 자신일 수도 있다.


내 얘기를 해보자면, 나는 SNS 댓글에 종종 보이는 '가십거리만 얘기할 줄 아는, 호들갑 떠는 대중들'이 굉장히 눈에 거슬린다. 나는 왜 이들에게 화가 나는가? 그것은 나에게 어떤 사회적 지위도 없기에 마음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그들과 피상적인 결과물로만 보았을 때는 같은 인간이며 미성숙한 존재로서 비슷해 보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이들을 무지하고 어리석은 자라고 칭하고, 이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짜증과 화를 냄으로써 나의 존재를 '그들과 다르다'는 논증적 방식으로만 정당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가 최종 학력이 높지도, 자산이 그리 많지도 않기 때문에 이들과 배타적인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그저 논증적 방식으로부터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들에겐 마음에 여유 따윈 없고 화만 낼 줄 알았다. 내가 만약 마음에 여유가 있을 정도의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더라면, 굳이 화가 나고 짜증이 날 이유가 없다. 그렇기에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적 희소가치를 획득해 나가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보다 보니 그들에게 미움과 증오보다 이해와 존중의 감정이 앞서게 되었다. 눈엣가시는 나에게 이러한 답변을 제시해주었다. 


눈엣가시가 생길 때마다 당신에게 '문답법'으로 물어보도록 하라. "나는 왜 나태하고 게으른 사람이 싫은가?" "그것은 나에게서 종종 발견되는 나태하고 게으른 면모가 겹쳐 보이기 때문에, 이들을 거슬리는 존재로 봄으로써 나태하고 게으른 모습에서부터 탈피하고 싶은 마음이 아닌가?" 눈엣가시는 당신의 특성을 이해하기 가장 적합한 수단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성적으로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내가 너무 마음에 여유가 없었던 것은 아닌지, 나의 바보스러운 특성 때문에 저들을 싫어한 것은 아닌지 등의 성찰과 숙고를 진행함으로써 당신의 마음엔 차분함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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