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마음"이라는 단어가 풍요로움과 신비로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단순히 하트, 심장이라고 하기에는 단어사용의 범주나 의미가 너무 깊고 넓기 때문이다. (우리말샘) 사전을 찾아보니 이렇게 뜻이 풀이되어 있었다.
마음[마음]
1. 사람이 본래부터 지닌 성격이나 품성
- 마음이 좋다
- 아내는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2.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감정이나 의지, 생각 따위를 느끼거나 일으키는 작용이나 태도
- 몸은 멀리 있어 마음으로나마 입학을 축하한다.
- 몸은 늙었지만 마음은 아직 청춘이다
3. 사람의 생각, 감정, 기억 따위가 생겨나거나 자리 잡는 공간이나 위치
- 안 좋은 일을 마음에 담아 두면 병이 된다.
- 너무 욕심내지 말고 마음을 비워라.
4. 사람이 어떤 일에 대하여 가지는 관심
- 마음을 떠보다.
- 오늘은 날이 추워 도서관에 갈 마음이 없다.
5. 사람이 사물의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심리나 심성의 바탕
- 네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골라 결혼해라.
- 그는 자신의 마음에 비추어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는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
6. 이성이나 타인에 대한 사랑이나 호의의 감정
- 너 저 사람에게 마음이 있는 모양이로구나
- 동생은 그녀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
7. 사람이 어떤 일을 생각하는 힘
- 마음을 집중해서 공부해라.
하나의 단어가 이렇게도 많고 깊은 뜻을 품고 있다니 놀랄만하다. 더구나 의미가 눈에 명징하게 보이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늘 "마음"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기에 추상적이라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이 단어를 외국인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사용할지 궁금했는데, 마침 은유 작가의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에 외국인 한국어 번역가 알차나의 인터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한국어의 '마음'이라는 단어는 '심장'의 뜻도 있고 '감정'의 뜻도 있고 여러 뉘앙스가 있잖아요. 다 포괄하는 뜻을 얘기하고 싶을 때 '마음'이라고 하면 돼요. 영어에는 그런 말이 없거든요. feeling, sense, heart 등등 여러 단어가 있지만 (딱 들어맞는 느낌은 아니고) 간단하게 제 마음을 표현하고 싶을 때 그냥 '마음'이라고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어린이 도서관에 책장에 꽂혀있는 "마음여행"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책표지에 그려진 주인공이 캐리어가 아니라 침냥을 올린 배낭을 메고 있어 더 내 마음(^^)에 들었다. 간단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소녀는 어느 날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허전하게 빠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정말 마음이 툭 하고 떨어져 뒹구르르 굴러가 버렸다. 마음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날 이후 소녀는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어졌다. 공허함에 우울함까지 찾아온 듯하다. 소녀는 긴 생각 끝에 마음을 찾으러 가겠다고 결심한다. 마음여행은 길고도 험난하다. 죽을 고비를 넘고 넘는 시간을 견디며 마음여행을 이어간 소녀는 외로움이 제일 힘들었다고 말한다.
외로움을 견디며 다 포기하고 싶어 질 때, 소녀는 마음언덕에 도착했다. 주인 없는 마음들이 모이는 곳. 무수히 많은 마음들이 쌓여있는 곳. 색도 크기도 모양도 다양한 곳. 산처럼 높은 곳.
소녀는 이곳에서 자신의 마음을 찾아야 한다. 신기하게도 소녀는 끌림으로 마음을 찾아낸다. 그런데 마음이 쪼그라진 것일까 소녀의 마음에 딱 들어맞지 않았다. 그때 마음요정이 나타나 말해준다.
"그렇게 슬퍼하지 않아도 돼. 마음이 작아진 게 아니니까. 네 마음자리가 커진 거야."
마음여행 과정에서 두려움 고단함을 지날 때 소녀의 마음자리가 조금씩 조금씩 커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마음요정이 바람결에 보낸 작은 씨앗까지도 마음자리에 안착해 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새 마음을 마음자리 크기에 맞게 잘 가꾸는 일이 소녀에게 남아있다. 소녀는 마음새싹을 품고 다시 길을 떠난다. 집에 가는 길도.... 험난하고 고단할 예정이다. 그래야 새싹이 자라 마음자리에 딱 맞을 수 있을 테니까.
아...., '마음자리'....
누구에게나 마음자리가 있겠구나.
그마음자리는 삶을살아 갈수록커진다는 것을,
그래서 가끔씩 우리는 마음속새싹을 키워내야 한다는 것을 ...
그걸 내가 몰랐구나...
책을 읽고 나서 내 마음은 작가님을 향한 고마움으로 가득 찼다. 그 무수히 견뎌왔던 공허함의 원인이 밝혀진 느낌이었다. 살아가면서 마음이 공허할 때가 있었다. 주변이들이 넌 정말 잘 살고 있다고 하는데도, 그리고 시간을 충실히 채우며 살고 있는데도, 마음속이 비어있는 것처럼 허해서 내 삶에 그 어떤 매력도 못 느낄 때가 종종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묻곤 했다. "내 마음이 왜 이런 거지?" "나 왜 사는 게 이렇게 재미없는 거지?" "뭔가 채워지지 않은 이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은 왜 온 거지?"라고 계속해서 묻고 또 물었었다. 잘 살다 문득 뚝 하니 뭔가 부러지는 듯한 느낌이 무엇 때문인지 딱히 답을 낼 수 없었고 이해할 수도 없었다. 이유도 모른 채 그냥 또 일상으로 향했던 그때, 누군가가 나에게 "너의 마음자리가 커져서 그래. 너의 마음에 씨앗을 심고 그걸 키워야겠다"라는 말을 해주었다면, 어땠을까?
그땐 내 마음이 크려고 그랬다는 걸, 마음이 커버려 빈 공간을 채워야 했다는 것을 몰랐다.
이제 나는 어느 날 문득 마음이 공허하다고 하는 지인에게 말해줄 수 있다.
"아, 그렇구나. 지금 너의 마음자리가 커져서 그런 거야. 너의 마음이 그동안 컸나 봐. 그 빈 공간을 채워야겠다"라고. 더불어 "너의 마음자리가 멋지게 채워지길 응원한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