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만날 그 녀석과 마주하기
그림책 읽은 후..... 안단테 작가의 <그 녀석, 걱정>
어느 날, 목에 좁쌀만 한 파란 점 하나로 시작했다. 점이 점점 커지더니 내 머리 꼭대기에 앉았고, 결국 나를 집어삼킬 만큼 커졌다. 그렇게 큰 파란색 괴물이 다른 이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걱정, 이 녀석을 어찌해야 할까.
안단테 글, 소복이 그림의 <그 녀석, 걱정>은 걱정이 어떻게 다가오고, 걱정이 있을 때 일상이 어떻게 엉망징창이 되는지, 그리고 걱정을 없애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그림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아이는 소리친다.
"넌 누구야? 너 뭐야! 왜 날 괴롭히는 거야?"
내가 소리치자, 그 녀석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나 몰라? 나는 네 걱정이잖아. 네가 날 불렀으면서....."
살면서 걱정이 없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림책 속 파란색으로 표현된 걱정뿐 아니라 나는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검은색... 무수히 많은 걱정을 내 안에 키웠었다. 색도 크기도 다양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나를 집어삼킬 만큼 커지기도 하고 때로는 내가 직면하면서 작아지기도 했고, 사라지기도 했다. 사라진 걱정 녀석을 한 곳에 쌓아두었다고 생각해 보자. 아마도 태산만 하겠지. 일렬로 세워 지구를 감싸라고 하면 지구 몇 바퀴는 돌겠지.
걱정이란 녀석이 내가 불렀기에 왔다는 것을 알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두 어깨에 짊어지고 일상이 엉망이 되고 나서야 멀리 날려 보내기도 했고, 머리 한편에 깊이 넣어두고는 가끔씩 꺼내서 아직 사라지지 않은 녀석을 빤히 쳐다보기도 했다. 걱정이 많아 이것을 어떻게든 없애려고 많은 강연을 보았고 인생 선배들에게 조언도 구했었다. 그들은 "직면하라"라고 말했다. 눈을 감고 명상하는 과정에서 걱정, 그 녀석을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작가도 말한다.
나는 그 녀석에게 사정했다.
"제발 그냥 가 주면 안 돼?"
"네가 보내 줘야 가지. 나를 보낼 수 있는 것도 너야."
"내가 어떻게 해야 되는데?"
그러자 그 녀석이 나를 빤히 보았다.
"나를 똑바로 봐. 그리고 잘 생각해 봐. 너한테 왜 내가 왔는지."
지금의 내 걱정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할까 봐, 좋은 어른이 되지 못할까 봐 걱정한다. 불어난 몸무게가 부담스러워 걱정하고, 곧 있을 강연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한다. 그런데 그것들을 똑바로 보면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들이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방법을 이것저것 자료를 보고 생각해 찾으면 되고, 좋은 어른이 되도록 책을 읽고 마음을 넓히고 타인을 인정하고 좋은 이들의 삶의 궤적을 나도 따라 하면 된다. 살찌는 것에 대해서는 건강히 먹고 운동하면 된다. 발표 걱정은 준비하고 연습하면 된다. "나를 똑바로 보라고, 그리고 왜 내가 왔는지 생각해 보라"라고 얘기한 그림책 속 걱정의 메시지대로 걱정을 적어보고 그 걱정과 안녕하고 이별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 옆에 또 적어보면, 답이 없는 게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걱정이라는 녀석'을 걱정하지는 말자. '걱정이라는 녀석'이 점점 커져 나를 집어삼킬지, 아니면 점점 줄어들지, 똑바로 걱정을 마주해 보자. 책 속에서 걱정과 마주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사랑스럽고 편안하다. 외면하지 말고, 마주하여 나도 편안해지자.
그 녀석을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