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선화 Jan 03. 2024

"미움"이 가득 찬 마음에서 벗어나는 방법

그림책 읽은 후... 조원희 작가의 <미움>

어느 날 아이는 얼굴이 벌게진 정도로 화가 난 친구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

처음 듣는 말이 아팠는지 아이도 결심한다.

"나도 너를 미워하기로 했어"


미워하기로 결심한 후, 미움이 아이의 일상을 잠식했다. 밥을 먹을 때도, 숙제를 할 때도, 놀 때도, 목욕할 때도, 잘 때도 그렇다. 꿈속에서 마저도 미움이 가득하다. 작게 시작한 미움은 자라고 자라나 점점 커지고 힘도 세졌다. 그래서... 결국 아이의 마음은 미움으로 가득 차버렸다. 미움이 가득한 마음은 마음속에 감옥을 만들었고, 결국 아이는 미움감옥에 갇혔다.




나는 아이를 빨리 구하고 싶어졌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미움"이라는 감옥에서 나오게 할까를 생각하다가 나는 나의 마음이 미움으로 가득 찼던 때를 떠올렸다.

그를 향한 미움은 그가 나에게 행한 무례함에서 시작했다.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라는 말을 나는 입으로 내뿜었다. 모욕감이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체감하며 부르르 떨었던 그때 그 회의실. 회의실에서의 사건 이후 나는 그의 태도와 그의 언어와 그의 모든 것을 미워했다. 심지어 내 자리로 가는 길에 있는 그의 자리를 나는 그날 이후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림책 속 아이처럼 미워하기 시작하자 미워함은 점점 커졌다. 그 아이처럼 밥을 먹을 때 목구녕에 생선가시가 걸린 것 같은 아픔을 삼켰고, 일할 때나 놀 때, 휴식할 때도 나는 미워하는 대상을 향해 보이지 않는 미움의 화살을 쏘아댔다.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다 보니 눈에 거슬리는 것들이 쌓이고 쌓였다. 그렇다고 그에게 가서 따지고 싸우고 할 수도 없는 위치에 내가 있었다. 미움의 시간이 며칠이 되고 몇 주가 되자 내 마음은 온통 낙서로 가득한 종이처럼 어지럽혀있었다. 새로운 것을 담을 수도 없었고 이전의 것을 정리할 수도 없게 되었다. 이렇게 나는 미움이라는 감정을 내 안에 들여놓고서는 나 스스로 지쳐갔다.

미움이 채워진 마음을 조금씩 바꾸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시간을 들이고 비용을 들이고 애를 쓰고 나서야 '더 이상 나 자신을 해치면 안 되겠다'는 자각을 할 수 있었다. 미움의 대상이 아닌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얼마나 지쳐있는지를 보았다. 내 모습이 얼마나 평화로움에서 벗어나 있는지를 보았다. 미워해도 합당하다고 생각하며 미워했고 그 미움이 커져만 갔는데, 그를 미워했던 결과는 나를 지치고 괴롭고 나가떨어지게 만든 것이다.


아이도 미움을 경험하고서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드디어 내 마음이 미움으로 가득 찼어. 그런데 이상해. 하나도 시원하지가 않아."

"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이상해. 싫은 사람을 자꾸 떠올리면서 괴로워해."

미움이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아이는 발견했다.

아이는 자신의 경험에서 해결책을 찾는다. 그리고 친구에게 바로 말한다.


"너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어"




내가 내 마음속에 미움을 키워갔을 때, 미움의 씨앗은 "무례한 그"였다. 그런데 그를 자꾸 떠올리며 씨앗을 싹트게 하고 자라게 하였던 것은 나였다. 미움의 씨앗을 없애는 방법은 간단하다. 아이가 한 것처럼 "더 이상 너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어"라고 말하는 것이다. 굳이 미워하는 대상에게 가서 얘기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나 자신에게 말하면 된다. 조용히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거나 지인에게 선언해도 좋다.  


우리는 살아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비용과 시간을 '미움'에 쏟아왔던가. 미워하지 않았으면 지치지도 괴롭지도 나가떨어지지도 않았을 텐데...

미움은 결국 망가진 자신만을 남김을 나는 지난 경험을 통해 배웠다. 그리고 그림책 <미움>은 나의 그 지난하고 무거웠던 경험을 떠올리며,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임을 새해에도 잊지 말라고 말해 주는 듯했다.



이전 10화 너는 어떤 할머니가 될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