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같은 친구가 있다. 정말 말 그대로 어디든 갈 수 있는 바람처럼, 눈에 보이는 것 같다가도 모르겠는 바람처럼, 차가울 때도 따뜻할 때도 있는 바람 같은 친구다. 지금도 그 친구는 본인답게 홀연히 떠나 먼 외국에서 멋있게 살고 있다. 며칠 전에는 요즘 잘 듣고 있는 유튜브 채널이라며 링크를 하나 보내줬는데 듣자마자 퇴근하고 싶어져 버려서 참느라 혼이 났었다. 내 눈앞에 보이는 건 삭막한 사무실 책상인데 들리는 건 비 내리는 재즈바라니. 신기한 게 이 친구는 답답할 때 시원하게 불어주는 바람처럼 타이밍 좋게 한번씩 나를 찾아온다. 우연히 붙인 별명인데, 아무렇게나 붙여도 찰떡이다. 그날도 덕분에 잠깐 한 숨 돌릴 수 있어서 행복했고, 나를 생각해줬다는 마음이 고마웠다. 자주 볼 수는 없지만 유일하게 내 감성을 오롯이 공유할 수 있는 너무 소중한 친구. 작은 에피소드이지만 취향이 잘 맞고 나를 잘 아는 친구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몇 년 전 함께 갔던 라이브 재즈바에서 와인 한 잔 같이 하고 싶은 밤, 아침이라 조깅하고 있다며 연락이 온 친구가 보고 싶어 져서 남겨보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