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소용돌이가 내 마음 안에서 요동치고 있다. 무엇이 정답인지 아직도 모르는 채로 방황하고 있는 나는, 오늘도 이리저리 휩쓸려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도착했다. 때론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면 숨 막히는 외로움이 더욱더 선명하게 느껴지곤 하는데, 내 감정에도, 그들의 감정에도 솔직하지 못한 나에겐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였을까, 나에게 인정받지 못한 나는 타인의 사랑과 관심이 지나치게 많이 필요했다.
스스로 상처 난 살갗을 치료할 생각은 하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 따갑다 투정 부리고 고쳐달라 매달렸다. 시간이 흘러 내 상처들은 온몸에 퍼졌고, 누구도 곁에 둘 수 없게 되었다. 상처를 너무 오랫동안 방치한 탓에 살이 약해져 조금만 가까워져도 더욱더 쓰라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해져 갔고, 공허했지만 아픈 상처를 잊고 살 수 있어 좋았다. 보기 싫은 상처들을 애써 숨기고 모른 척하는 것들이 나를 더 못나 보이게 하는 일이었음을 난 알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만난 커다란 바람에 휩쓸려 넘어졌을 때, 그제야 나는 알았다. 내 못난 상처들을 아무렇지 않게 감싸주며 가까이서 나를 지켜줬던 사람들의 온기를. 너무 가까워 아프고, 너무 멀어 춥다며 투정 부렸던 이들의 온기로 그동안 버텨왔음을. 그들의 상처는 뒤로한 채 내 곁에서는 항상 따뜻하게 머물러 준 것이었음을, 홀로 머나먼 길을 떠돌다 넘어져보니 알 수 있었다. 아직 나는 그들 곁에 머무르고 있다는 걸.
지금도 여전히 서툴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나를 돌봐야 하는 것은 타인이 아닌 나였음을. 외롭게 남겨진 나와의 시간을 잘 보내며 내 상처를 스스로 돌볼 수 있는 힘을 길러야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감싸주듯, 나도 그들의 곁에서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 또 새롭게 시작되는 길 위에서는 조금씩 상처가 아물어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