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신화 만들기
신화는 결코 과거의 유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단지 시대와 환경에 맞게 모습과 이름을 바꾸었을 뿐, 여전히 우리 곁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고대 사회에서 신화는 신들과 인간, 자연과 사회를 연결하는 근본적 이야기로서, 사회 질서와 권력 구조를 설계하고 정당화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 신화들은 권력자들이 사회를 통제하고 지배하기 위한 강력한 도구였습니다.
오늘날 현대 사회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고 삶의 의미를 찾는 본능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신화적 서사, 즉 ‘현대적 신화’ 안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만 고대 신화가 신들의 이야기였던 반면, 오늘날 신화는 성공, 돈, 과학, 민주주의, 국가, 그리고 디지털 플랫폼과 같은 새로운 형태와 이름으로 나타납니다. 이 신화들은 우리에게 삶의 방향과 가치를 제시하며, 때로는 개인의 선택과 행동을 규율하는 무형의 권력으로 작동합니다.
이처럼 신화는 시대를 초월하여 존재하며, 변화하는 사회의 가치와 질서를 반영하고 재구성하는 사회적 장치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이 현대적 신화 속에서 살아가면서 그 영향력에 무의식적으로 순응하거나, 때로는 신화 자체를 의심하고 해체하는 길을 모색하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신화의 변신과 현대 사회 속 신화의 작동 방식을 살펴보며, 신화가 어떻게 여전히 우리 삶과 사회를 지배하는지를 깊이 있게 탐구할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신화를 생각할 때 떠올리는 모습은 아주 오래전, 먼 나라에서 신들이 펼친 장대한 이야기나 용맹한 영웅들의 전설일 것입니다. 그러나 고대 사회에서 신화는 단순한 옛날이야기를 넘어선, 매우 실질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회의 기본 질서와 권력 구조를 설계하고 정당화하는 ‘기본 설계도’였던 것입니다.
고대인들은 신화를 통해 세상의 기원과 인간의 존재 이유, 자연 현상 그리고 인간 사이의 관계를 설명했습니다. 신화는 단순한 이야기 이상으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누가 권력을 가져야 하는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명확히 하는 사회적 규범과 도덕 체계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신들은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사회 질서의 구현자였으며, 그 질서가 바로 인간 사회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믿었습니다.
이러한 신화의 기능은 오늘날에도 전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비록 우리가 신들의 이야기를 문자 그대로 믿지는 않더라도, 신화가 수행하던 역할은 현대의 다양한 이념과 가치, 사회 규범, 그리고 문화적 내러티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신화와 같은 이야기를 통해 이해하고 받아들입니다. 정치, 경제, 종교, 과학, 심지어 SNS와 같은 디지털 공간에서도 신화는 변형된 모습으로 존재하며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깊게 지배하고 있습니다.
결국 신화는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형태를 바꾸며 여전히 우리 삶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신화는 인간 사회가 자신을 이해하고 조직하는 데 필수적인 문화적 틀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해석하는 근본 도구인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믿는 여러 ‘신화’는 과학과 기술, 경제, 정치, 문화 곳곳에 깊숙이 숨어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 사회의 가치관과 행동 양식을 규정하고, 사회 질서와 권력 구조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대표적인 현대 신화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성공 신화입니다. 이 신화는 ‘노력과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초합니다. 성공이 개인의 노력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믿게 만들면서, 실패는 오직 개인의 부족함이나 무능함 때문이라고 해석합니다. 이는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동시에, 사회적 구조나 불평등 문제는 은폐하는 기능을 합니다.
둘째, 자본 신화입니다. 자본 신화는 ‘돈이 곧 자유와 행복을 보장한다’는 믿음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신’은 가장 강력한 현대 신화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신화는 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며, 경제적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작동합니다.
셋째, 민주주의 신화입니다. ‘투표를 통해 모든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믿음은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로 널리 받아들여집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권력 구조와 제도적 한계, 선거 제도의 불완전성 때문에 이 이상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신화는 시민들이 체제에 순응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넷째, 과학 신화입니다. 과학 신화는 ‘데이터와 통계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진리’라는 믿음에 기반합니다. 그러나 과학적 사실도 결국 인간의 해석과 가치 판단, 연구자의 편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자주 간과됩니다. 과학을 절대적인 진리로 믿는 태도는 사회적, 윤리적 논의의 복잡성을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섯째, SNS 신화입니다. 좋아요 수와 팔로워 수가 개인의 가치와 인기를 증명한다는 믿음으로, 디지털 공간에서의 인정 욕구가 사회적 영향력으로 포장됩니다. 이 신화는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위치를 수치로 환원하는 현대적 현상입니다.
마지막으로, 국가 신화입니다. 민족과 국경이 본래부터 존재해 온 자연스럽고 불변의 질서라는 믿음입니다. 하지만 이 경계들은 역사적, 정치적 맥락에서 만들어진 인위적인 구획에 불과합니다. 국가 신화는 국민들에게 소속감과 정체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다른 집단과의 대립을 정당화하는 도구로도 쓰입니다.
이처럼 현대 신화들은 보이지 않는 힘으로서 우리 사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개인과 집단의 삶에 깊이 개입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신화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그 속에 감춰진 권력과 이데올로기를 분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대 신화가 왕과 제국, 즉 지배 계급의 권력 유지 장치로 기능했다면, 오늘날 신화는 국가, 기업, 그리고 거대 디지털 플랫폼과 같은 현대의 권력 주체들이 자신들의 이익과 지배를 정당화하는 중요한 도구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민족주의 신화를 통해 국민들의 정체성과 결속을 형성하며, 이를 바탕으로 복종과 충성을 이끌어냅니다. ‘우리가 하나의 민족이다’, ‘우리의 역사는 특별하다’는 메시지는 국민을 하나로 묶는 동시에, 외부 위협이나 내부 비판을 봉쇄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국가 권력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핵심 신화입니다.
기업은 성공 신화를 통해 개인 소비를 촉진하고, 경쟁을 부추깁니다.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 ‘성공은 행복과 자유를 가져다준다’는 믿음은 소비자의 자기계발 욕구와 연결되며, 경제적 성장을 지탱하는 동력으로 작용합니다. 이 신화는 실패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함으로써 사회 구조적 문제의 논의를 회피하게 만듭니다.
SNS 플랫폼은 사회적 인정 신화를 통해 사용자들을 끊임없이 플랫폼에 머무르게 만듭니다. ‘좋아요’, ‘팔로워 수’는 개인의 가치를 증명하는 지표로 포장되어, 디지털 공간에서의 인정 욕구와 비교 경쟁을 증폭시킵니다. 이는 사용자들을 중독시키고, 플랫폼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현대적 신화의 한 형태입니다.
이처럼 신화는 시대와 주체가 달라졌을 뿐, 언제나 ‘지배 질서를 유지하는’ 핵심적인 도구로서 기능해 왔습니다. 신화는 권력을 정당화하고, 사회적 통제를 가능케 하며, 권력자와 지배 세력이 자신들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수단인 셈입니다. 그래서 신화는 단순한 옛이야기가 아니라, 권력과 사회의 깊은 구조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주목해야 할 살아있는 현실입니다.
신화는 절대 불변하는 진리가 아닙니다. 신화는 인간이 만들어낸 이야기, 허구입니다. 그렇기에 인간은 그 신화를 읽고 분석하며 해체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는 새로운 신화를 창조할 능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신화는 고정된 권위가 아니라,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변화하는 살아 있는 이야기입니다.
“믿지 말고, 읽고, 해체하라”는 이 말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이자 실천적 명령입니다. 신화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그 안에 숨겨진 권력 관계와 의도를 파악할 때 우리는 기존의 지배 구조를 의심하고 도전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우리는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을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자유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신화를 해체하고 새롭게 만든 이들이 사회 변혁을 이끌었습니다. 예를 들어 계몽주의 철학자들은 종교적 신화와 절대 권위에 도전하며 인간 이성과 자유를 강조했고, 현대 민주주의는 전통적 권력 신화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서 출발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오늘날에도 우리는 미디어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수많은 ‘현대 신화’를 접하며, 그중 무엇을 믿고 무엇을 의심할지를 스스로 선택해야 합니다.
신화를 깨뜨리는 자는 단순히 반역자가 아니라, 새로운 자유와 정의를 여는 창조자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는 신화를 비판적으로 읽고, 해체하며, 그 위에 더 나은 이야기를 쌓아 올리는 ‘신화의 파괴자이자 재창조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여정은 자유와 주체성을 위한 끝없는 싸움이며, 동시에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신화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신화는 더욱 교묘해지고 다채로워졌으며 우리의 일상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사회를 움직이는 거대한 이념부터, 미디어와 광고가 만들어내는 환상까지, 신화는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 우리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러한 신화를 ‘신화’로 인식하는 순간, 우리에게 자유가 열린다는 사실입니다. 신화를 알고, 그 구조와 목적을 이해하면, 우리는 더 이상 무비판적으로 신화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그 인식은 무기이자 해방구가 됩니다.
비록 신화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지라도, 우리는 신화를 대하는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신화를 의심하고 해체하며, 그 위에 더 건강하고 평등한 사회를 세우는 작업은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그렇게 신화를 넘어설 때, 우리는 비로소 더 나은 사회와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신화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신화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태도는 언제든 바뀔 수 있으며, 그 변화가 곧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임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신화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데는 미디어와 광고 산업, 교육 체계, 정치 캠페인 등 다양한 사회 영역의 역할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광고 산업은 ‘성공 신화’와 ‘자본 신화’를 반복적으로 재생산하며 개인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고, 소비를 통한 자기실현을 권장합니다. 이로 인해 개인은 끊임없이 더 많은 물질적 성취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됩니다.
학교 교육 역시 ‘민주주의 신화’와 ‘과학 신화’를 중심으로 합리성과 참여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주류 사회의 가치와 권력 구조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내면화시키는 기능도 수행합니다. 학생들은 민주주의의 이상을 배우면서도, 정치와 경제 시스템이 실제로는 복잡한 권력 관계 속에서 작동한다는 현실은 접하기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이 ‘중립적 진리’라는 신화를 더욱 공고히 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객관적이고 공정하다는 믿음이 확산되고 있으나, 이면에는 알고리즘 설계자의 주관과 편향, 그리고 기존 사회 구조의 불평등이 재생산될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즉, ‘과학적’이고 ‘중립적’이라는 명분 아래 새로운 권력 구조가 은밀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이처럼 현대의 신화들은 단순한 옛이야기의 재현을 넘어서 오늘날 사회의 가치관 형성과 권력 관계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대 신화를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일은 우리 시대의 사회 구조와 문화를 이해하고, 불평등과 권력 남용을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더 투명하고 평등한 사회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통찰과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