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회사에서 보성으로 신년회 겸 여행을 가다가 곡성을 지나갔다. 1월이라 을씨년스러운 계절임에도 섬진강이 흐르는 곡성은 예뻤다. 그 뒤로는 재작년 겨울 남도 출장을 갔다가 우연히 다시 곡성을 가게 되었다. 그때는 코시국에 계절도 겨울이라 관광객도 없고 장터는 거의 문을 닫아 썰렁했다. 가보기 전까지 나에게 곡성이라는 지명은 공포영화에 나오는 무서운 지역이었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강원도로 시집을 와 오랜 시간 살고 있다. 강원도 산 좋고 물 좋다. 그런데 높은 산만 있는 지형만 보다가 남도로 오면 지형이 아담해서 인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중 섬진강이 굽이굽이 흐르는 곡성은 군에서 잘 가꾸어 놓은 탓도 있겠지만 유독 정이 간다. 아버지의 고향이 남도라서 어릴 적 다니던 추억이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세 번째 방문한 곡성은 유독 더욱 예뻤다. 한참 나무에 연두 잎이 새싹을 틔우고, 코시국이 좀 완와 된 탔도 있으리라. 곡성 레일바이크를 타는 역이있는 섬진강 줄기의 도로를 달리다 보니 영산홍 군락이 나온다. 다홍색의 영산홍이 길 따라 쭉 심어진 길이 황홀할 지경이다. 사람들은 너도 나도 길가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는다.
레일바이크를 타는 기찻길 강 건너에는 야영장이 있다. 캠핑카와 텐트로 활기차다.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곡성의 영산홍
도로를 따라 영산홍은 수백 미터 심어져 있다. 사진을 많이 안 찍어온 게 한이다.
나에게는 곡성에 살고 싶은 꿈이 있다. 그전의 글 " 20년 후의 나에게" 쓴 글에도 곡성이 언급되어있다. 농사를 지어도 좋고 라벤더를 심은 마당이 있는 작은 카페를 해도 좋겠다. 무엇을 해도 좋으니 글도 쓰고 책도 읽을 수 있는 약간의 여유시간만 있는 삶이면 좋겠다. 이번 방문은 곡성에 내 꿈을 이룰 수 있는 터를 보러 왔던 것인데 지도의 로드뷰와 현실의 모습은 정말 달랐다. 생각한 것과 현실의 지형은 너무 달라서 약간 실망을 했지만 희망이 보였다. 막연한 나의 꿈에 한 발짝 다가간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