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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부럽지 않은 핸드메이드 푸딩

복숭아 통조림아 잘 가~

작년 여름 제주도 여행길에 큰아이의 추천으로 공항 근처의 ‘우무’라는 푸딩집을 갔다. 평소 물렁한 식감의 디저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처음 갔을 때는 아이들 것을 한입씩 뺐어 먹었다. 어라! 부드럽고 많이 달지도 않으면서 고소한 게 너무 맛있잖아! 돌아오는 길에 들러 한번 더 사 먹었다.      


우무는 한천의 원료로 쓰이는 우뭇가사리다. 한천은 젤리상태로 굳어지는 물질을 칭하는 말인데 우뭇가사리를 한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역, 다시마 같은 해조류라 미네랄, 요오드, 칼륨이 풍부하고 모양은 톳처럼 생겼다. 우뭇가사리를 잘 말려서 풀을 쑤듯이 끓여 식히면 묵이 되고 말리면 가루가 된다. 가루는 한천이라는 명칭을 붙여서 유통된다. 식이섬유가 많고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가 많다.     


작은 봉지에 담긴 한천가루가 갑자기 많이 생겼다. 지인은 건축을 하는 사람인데 친환경 황토미장 실험을 해보려고 한천을 샀다가 남았다고 했다. 이걸 갖고 뭘 하나. 그래, 말랑말랑 디저트를 만들어보자. 한천을 받아두고 한 번 해보자 맘만 먹고 있다가 일 년여 만에 도전했다.     


오렌지 주스로 할까 사과주스로 할까 궁리 끝에 복숭아통조림 한 캔을 샀다. 맹물대신 복숭아통조림의 물을 넣고 복숭아를 잘게 잘라 넣음 될 것 같았다. 그럼 별도로 설탕을 넣지 않아도 될듯하여 통조림물에  한천가루를 넣고 끓였다. 두어 번 부르르 끓어 오른 다음 불을 끄고 '우무'푸딩 용기에 담았다. 여행에서 사 먹었던 푸딩용기를 씻어서 가져와 여태 보관했었다.  복숭아를 잘라 고명으로 얹어주니 그럴듯했다. 이제 식기만 기다리면 된다. 한 시간 정도 냉장고에 넣었다.      


차마 초처럼 굳은 사진은 찍을 수가 없었음 사진이 없는 게 아쉽지만 망친 복숭아 푸딩 굳기 전



엄마 뭐 하냐며 관심을 갖던 딸들도 내심 기다리는 듯했다. 두어 시간이 지나 냉장고를 열어보니 굳어 있었다. 그런데 느낌이 싸하다. 한 수저 뜨는데 느낌이 초 같다. 먹어보니 식감은 식은 감자 맛이다. 망했다. 통조림값이 아깝지만 다 버렸다. 아이들은 재미있다고 깔깔거리고 난리다. 한천가루를 너무 많이 넣어 응고가 과하게 되었다. 레시피를 다시 검색하면 될 것을 귀찮다고 대충 했더니 이런사달이 났다.      


검색을 해서 레시피를 보고 다시 도전했다. 복숭아통조림은 다 써서 없고 망쳐도 덜 아깝게 집에 있는 우유와 설탕만으로 했다. 물 50ml, 우유 100ml, 설탕 밥숟갈 1스푼, 한천가루 2-3g 커피숟가락으로 반수저 안되게 넣었다. 물과 한천가루를 넣고 잘 풀리게 저어주면서 끓인다. 이때 오래 끓이지 않고 두어 번 끓으면 불을 끄고 우유와 설탕을 넣고 잘 섞어준다. 한 김 식힌 다음 용기에 담고 냉장고에 넣는다     


다시 기다린다. 정확히 한 시간이 지나고 열어보니 한천가루가 조금 적었는지 아직 다 응고가 되지 않았다. 삼십 분 정도 더 기다렸다 꺼내보니 굳었다. 계란찜, 연두부 같은 식감의 푸딩이 완성되었다. 단걸 안 좋아하는 나로서는 적당히 달짝지근한 게 우유 때문인지 연유맛 같기도 한 게 맛있다. 아이들도 잘 먹었다. 하하 성공이다.      


부드러운 우유 푸딩 용기는 제주도여행에서 먹고 맛있어서 푸딩을 한번 만들어보리라 맘먹고 가져온 1년여 보관한 그릇



푸딩과 젤리가 뭐가 다른 건지 궁금해졌다. 검색을 해보니 보통 젤리에는 젤라틴을 넣고 한천으로는 푸딩을 만든다. 젤라틴은 동물의 가죽 ·힘줄 ·연골 등을 구성하는 천연 단백질인 콜라겐을 뜨거운 물로 처리하면 얻어지는 유도 단백질의 일종이다. 젤라틴은 동물성 원료를 이용해서 추출해서 그런지 식감이나 촉감이 좀 더 쫀득하고 탱글탱글하다. 푸딩은 식물성 원료를 넣어 탱글거리지 않고 계란찜처럼 부드럽다. 간식과 군것질을 즐기지는 않지만 단 것이 당길 때 종종 만들어 먹으면 건강한 간식이 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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