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6.  꽃이 왜 좋아?

 나는 꽃이 너무 좋다. 하나하나 꽃의 모양을 살펴보면 신비롭다. ‘어떻게 이렇게 예쁘게 생겼지’ 꽃잎의 두께와 질감, 모양, 색상 어느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어찌 저런 색을 낼까 싶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아무리 정교하게 따라 한다 해도 그 느낌을 똑같이 낼 수 없는 색상이다. 여름철  길가에 흔한 백일홍 한 가지만 보아도 색이 각양각색이다. 백일홍의 빨강과 오렌지, 자주색 꽃은 채도가 높고 선명하다 선명하다 못해 형광빛을 띤다. 반면 노란색 꽃은 쨍한 노랑이라기보다는 겨자색에 가깝다. 핑크는 연한 핑크와 진한핑크색 꽃도 있지만 그중 인디언핑크색의 꽃을 보면 빈티지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색상에 ‘우와 예쁘다’는 탄성과 함께 입이 절로 벌어진다. 꽃잎은 국화처럼 홑겹으로 피는 것도 있지만 겹겹이 소담스럽게 피는 피는 백일홍을 보면 너무 사랑스럽다.          


백일동안 꽃이 핀다하여 이름이 백일홍 오래가기도 하고 다양한 색의 꽃으로  눈이 즐거운 아이


이리도 꽃을 좋아하면서 꽃을 사러 꽃집을 가본 적이 거의 없다. 어릴 적 아버지의 전시회 코르사주를 찾으러 몇 번 가본 것과 아이들 졸업식 꽃다발 두어 번 사봤을 뿐 꽃을 사러 꽃집을 가지 않았다. 심지어 비싼데 금방 시들어 버리는 게 아까워 졸업식이나 입학식 때 인터넷으로 비누꽃을 샀다. 그토록 꽃을 좋아한다면서, 이상한 일이었다.

             

꽃집의 꽃은 뿌리가 없다 절화라고 불린다. 농장에서 키워 도매시장으로 유통되고 시세도 출하량에 따라 올랐다 내렸다 하는 농산물이다. 학원에서 꽃을 만질 때 예쁘다는 생각도 했지만 예전처럼 마냥 신나고 좋지는 않았다. 느낌이 좀 달랐다. 다발을 만들고 바구니를 꽂고 부케를 만들어도 좋은 감정은 잠시 일뿐이었다. 사형선고를 받은 죽은 꽃 같았다. 포장도 겉치레일 뿐 환경을 오염시키는 쓰레기로 보였다. 이게 내가 원하는 게 맞나? 의아했다.   

   

꽃을 좋아하면서 꽃을 자주 사지 않고, 꽃집에서 일하면서 마냥 신나지 않았던 이유를 차차 알게 됐다. 꽃을 좋아하는 것과 식물을 좋하하는 감정이 같은 것 같지만 달랐다. 식물에 대한건 몽땅 공부해보고 싶었다. 화훼장식산업기사 과정평가형을 하며 조경기능사 공부를 병행했다. 공부를 해보니 알게 된 건 많으나 내가 하고자 하는 일과는 달랐다. 조경은 식물도 알아야 하지만 건축 쪽에 더 가까웠다. 

          

조경은 꽃과 나무를 심기만 하는 것이 아닌 토지를 계획·설계·시공·관리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식물을 주변식생과 환경에 잘 어울리게 심는 것은 조경이고 식물을 어떻게 잘 키울 것인가는 원예인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원예였다. 조경기능사 시험이 이론공부의 범위가 방대하고 실기시험은 수작업으로 조경설계도를 그려야 해 어려웠지만 기왕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 했다. 결국 자격증을 따냈다.  


꽃이 예쁘고 좋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아직도 새로운 꽃을 보면 감탄해 눈을 떼지 못한다. 심어서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나만의 정원을 갖고 싶다는 욕망이 점점 커진다. 베란다에서 하는 가드닝은 성에차지 않는다. 키우는 기쁨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씨앗을 채종하고 파종 후 흙이 마르지 않게 물을 주며 기다리는 즐거움.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작고 앙증맞은 싹이 고개를 쏙 내민다. 그때부터는 뿌리와 잎이 녹지 않게 물 주는 주기를 조절해야 한다. 자라는 모습을 보면 싱그러움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꽃망울을 맺고 활짝 피면 마음 가득 기쁨이 차오른다. 그 예쁨에 감탄한다.



베란다에서는 아무래도 해가 부족해 웃자라서 키우기에 에로사항이 많음



이 글은 꿈을 찾아 도전하고 창업을 하려는 과정을 담은 시리즈 글 입니다. 

화훼장식산업기사 과정평가평이 뭐지? 궁금하신 분은 창업도전기 2화를 보시면 이해가 가실겁니다. 


2. 내 꿈에 한 발짝 (brunch.co.kr)

매거진의 이전글 5.  어쩌다 첫 수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