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혜진 Aug 06. 2022

몬스터 에너지, 네 안의 OO을 해방시켜라!

(몬스터 에너지 vs. 망고몬스터, 괴물 발톱 vs. 네 개 사선)

아침에 큰 아들 방을 정리하면서 책상 위에 괴물 발톱에 할퀸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몬스터 에너지 빈 캔을 발견하였다. 평소 콜라를 즐겨 마시던 아들이 몬스터 에너지를 마신다는 것은 학교 시험이 코앞에 다가왔다는 것을 의미했다. 


'몬스터 에너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355ml의 큰 용량에 괴물 발톱 자국이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다. 카페인 함량이 100mg로 같은 용량의 아메리카노 커피가 150mg인 것과 비교하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무시무시한 이름과 디자인 때문인지 한 캔을 마시면 절대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몬스터 에너지는 젊은 층인 2030을 주된 타겟으로 하고 있다.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2030에게 'Unleash Your Monster!(네 안의 괴물을 해방시켜라)'라는 슬로건은 그들의 지친 마음을 격려하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와 함께 'MONSTER(괴물)'라는 이름과 '괴물 발톱' 자국의 강렬한 인상, 그리고 다른 에너지 음료에 비하여 큰 용량의 캔은 소위 '괴물 마케팅' 전략으로 빠르게 에너지 음료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이러한 괴물 마케팅 전략으로 전 세계 에너지 음료 1위인 레드불을 바짝 뒤쫓고 있고, 국내에서는 이미 3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몬스터 에너지를 성공으로 이끈 괴물 마케팅 전략에는 '몬스터'라는 이름과 '괴물 발톱' 자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몬스터 에너지는 이를 상표등록하고, 이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는 업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상표권을 방어하고 있다.



<몬스터 에너지 vs. 망고몬스터, 괴물 발톱의 싸움>


A는 '망고몬스터'라는 상표를, B는 4개의 사선인 도형 상표를 등록하였다. 이에 몬스터 에너지는 A를 상대로 자신의 '몬스터 에너지' 상표와 A의 '망고몬스터' 상표는 서로 동일 유사하고, B를 상대로 자신의 '괴물 발톱' 상표와 B의 도형 상표는 서로 동일 유사하므로, A와 B의 상표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각각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누가 이겼나?>


법원은 몬스터 에너지의 상표들과 A, B의 상표는 서로 다르다고 판단하여, 몬스터 에너지가 A와 B를 상대로 제기한 두 건의 소송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첫째, '몬스터 에너지'와 '망고몬스터'에서 공통된 '몬스터'는 종래에 음료수 제품에 많이 사용되어 왔으므로 다른 상품과 구별되는 상표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특정인만 독점하여 사용하게 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아 '몬스터'만을 이유로 두 상표가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상표 전체를 기준으로 유사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데, '몬스터 에너지'와 '망고몬스터'는 전체적으로 차이가 있고 그 의미도 '괴물 에너지'와 '망고 괴물'로 차이가 있으므로 서로 유사하지 않다는 것이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후2447 판결).



둘째, 몬스터 에너지의 '괴물 발톱' 도형과 B의 '4개의 사선' 도형은 선의 개수 및 색채, 방향, 배열 형태 등 전체적으로 차이가 뚜렷하므로 서로 유사하지 않다는 것이다(특허법원 2016. 12. 29. 선고 2016허6616 판결).



<승패 이유는?>


[몬스터: 거래계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고 누구나 사용하고 싶어 하는 단어는 독점할 수 없다.]


'몬스터'라는 명칭은 크고 강하며 야생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므로 이를 제품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 '몬스터'를 포함한 상표가 특허청에 출원되거나 등록된 사례가 다수 있다. 이 경우 소비자들이 '몬스터'만 보고는 누구의 제품인지 구분하기 어렵기에 '+α'를 부가하여 다른 제품과 구분하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몬스터 에너지의 경우도 '몬스터'가 아닌 '에너지'가 부가된 '몬스터 에너지'로 상표를 등록하여 사용하고 있다. 만약 '몬스터 에너지'에게 '몬스터'를 독점시킨다면 공익을 위해서도 타당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법원은 '몬스터 에너지'와 '망고몬스터'는 서로 다르다고 판단한 것이다.


[괴물 발톱: 강렬할수록 다른 상표와 쉽게 구분된다.]


몬스터 에너지의 괴물 마케팅 전략은 소비자들이 한 번 보면 잊히지 않을 정도로 강렬하다. 'Unleash Your Monster!(네 안의 괴물을 해방시켜라)'라는 슬로건은 마치 몬스터 에너지를 마시면 내 안의 야성을 깨울 것 같은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날카로운 괴물 발톱에 깊이 찔려 위에서 아래로 패인 자국이 캔에 선명하게 표기되어 있다. 보고만 있어도 끔찍한 상황이 떠올라 잠이 확 달아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몬스터 에너지는 괴물 마케팅 전략이 성공함에 따라 시장에서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괴물 마케팅 전략이 강렬한 만큼 소비자들에게는 캔의 표기된 도형은 '괴물 발톱' 자국으로 인식되었고, 이에 따라 보통의 할퀸 자국과는 확연히 차별화되었다. B의 상표는 검은 바탕에 흰색으로 된 4개의 사선이고 '괴물 발톱' 자국이라고 볼만한 아무런 근거도 없으므로, 몬스터 에너지와 뚜렷한 차이가 느껴진다.


이러한 이유로 법원은 몬스터 에너지의 '괴물 발톱' 도형과 B의 '4개의 사선' 도형은 서로 다르다고 판단한 것이다. 


강렬한 상표는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어 쉽게 기억되지만, 다른 상표와 쉽게 구분됨에 따라 누군가 고의로 모방하지 않는 한 상표권 침해가 성립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그런데 상표가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어 쉽게 기억될 뿐만 아니라 다른 상표와 쉽게 구분되어 혼동의 우려가 없다면 그야말로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가장 이상적인 상표인 것이다.


이처럼 이상적인 상표를 구비하고 있는 몬스터 에너지로서는 굳이 혼동의 우려도 없는 상표에 대하여 무리하게 소송을 제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몬스터 에너지의 강렬한 상표는 소비자들의 뇌리에 뚜렷이 각인되어 다른 상표와 쉽게 혼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괴물 마케팅과 2030이 살아가는 세상...]


에너지 음료는 2030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내면의 야성을 깨워할 정도로 각박한 현실을 살아내고 있는 2030에게 'Unleash Your Monster!(네 안의 괴물을 해방시켜라)'라는 슬로건이 마음에 와닿았을 것이다. 여기에 강렬한 괴물 발톱 자국은 지친 심신을 각성시켜 앞으로 달려 나아가게 한다. 


2030이 살아가는 세상이 자신 안의 괴물을 깨워야 하는 각박한 곳이 아닌 자신 안의 꿈과 희망을 깨울 수 있는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세상이라면 어떨까? 그러한 세상에서는 'Unleash Your Monster!(네 안의 괴물을 해방시켜라)'가 아닌 'Unleash Your Dream!(네 안의 꿈을 해방시켜라)'이라는 슬로건이 2030 마음에 더 와닿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다시금 2030 안의 괴물을 풀어놓아야 하는 세상이 아닌 그 안의 꿈과 희망이 펼쳐지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Unleash not Your Monster but Your Dream!"

이전 09화 송중기의 ‘펌핑 치약’, 누구나 사용할 수 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