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혜진 Jul 27. 2022

핫도그에 바람이 분다.

(바람의 핫도그 vs. 바람의 언덕 핫도그)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은 핫도그 가게 앞을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다. "엄마 나 핫도그 하나만 먹으면 안 될까요?"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되어가기에 아이와 협상이 필요했다. "아들, 지금 핫도그를 먹으면 저녁밥을 맛있게 먹기 힘들 것 같은데... 엄마가 내일 간식으로 사주면 안 될까?" 다소 상심한 아들은 "예 내일 간식으로 꼭 사주세요."라고 말하면서 아쉬운 듯 핫도그 가게를 지나간다.


집에 가서 저녁밥을 할 생각에 마음이 어려워지자 핫도그가 간식이 아니라 한 끼 식사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누군가도 이와 동일한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바람의 핫도그'라는 가게에서는 핫도그를 간식이 아닌 한 끼 식사로 제공하고 있다.


[바람의 핫도그 인터넷 홈페이지]


'바람의 핫도그'는 거제도의 명소인 '바람의 언덕' 입구에 위치해 있다. '바람의 언덕'은 '거제 9경'으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하고, SBS 아침드라마 '이브의 화원(2004년), MBC 수목드라마 '회전목마(2004년)',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2019년)’ 등의 드라마 촬영지로 잘 알려져 있다. 한편, '바람의 핫도그' 또한 거제도를 대표하는 지역 음식인 '거제 9미(味)'로 선정되었다. 지금은 '바람의 언덕' 때문에 '바람의 핫도그'가 유명한 것인지 '바람의 핫도그' 때문에 '바람의 언덕'이 유명한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두 곳 모두 거제도에 가면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필수 코스로 알려져 있다. 


[바람의 언덕: https://tour.geoje.go.kr/]


<바람의 핫도그 vs. 바람의 언덕 핫도그의 싸움>


주식회사 바람에프앤비는 2015년경 설립되어 '바람의 핫도그'라는 상표로 핫도그 등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로서 거제시와 전국에 10여 개의 가맹점이 있다. 


그런데 A가 2019년경 거제도의 '바람의 언덕'에 부근에서 '바람의 언덕 핫도그'라는 상호를 사용하여 핫도그 등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바람에프앤비와 다툼이 시작되었다.  


[바람의 언덕 핫도그 가게]


바람에프앤비는 A를 상대로 자신의 '바람의 핫도그'와 A의 '바람의 언덕 핫도그'는 서로 유사하므로 상표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상표권 침해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였다. 


<누가 이겼나?>


법원은 '바람의 핫도그'와 '바람의 언덕 핫도그'는 서로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그 이유는 양 상표의 외관이 서로 다르고, 호칭이 '언덕'의 유무로 서로 차이가 있으며, 관념도 '바람의 언덕'은 거제 지역에서 유명한 장소로 특정한 관념을 연상시키므로 서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바람에프앤비는 상표권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패소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9. 25.자 2020카합20282 결정). 


<승패 이유는?>


[왜 패소하였을까?]


'바람의 핫도그'와 '바람의 언덕 핫도그'는 앞부분에 '바람'이라는 동일한 단어를 사용하고 있기에 유사하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런데 왜 법원은 위 두 상표가 서로 다르다고 본 것일까?


가장 중요한 근거는 '바람의 언덕 핫도그'에서 소비자들이 '언덕'을 제외하고 '바람'만으로 호칭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바람의 언덕' 부분은 거제도의 명소인 '바람의 언덕'을 연상시키므로 '바람의 언덕'을 전체로 호칭한다는 것이다. 


[바람의 핫도그 vs. 바람의 언덕 핫도그]


만약 '바람의 언덕'이 거제도의 명소가 아니었다면 소비자들이 특정 장소인 '바람의 언덕'을 연상하지 않을 것이므로 두 상표가 유사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바람의 언덕'이 거제도의 명소였기에 '바람'의 핫도그와 '바람의 언덕' 핫도그는 서로 다르다고 본 것이다. 


[핫도그에 바람이 분다...]


'바람의 핫도그'가 패소함에 따라서 거제도의 '바람의 언덕' 부근에는 '바람의 핫도그'와 '바람의 언덕 핫도그'가 공존하게 되었다. '언덕' 유무를 제외하고는 문자 부분이 동일하기에 소비자들이 혼동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바람의 핫도그'가 '바람의 언덕 핫도그'의 사용을 금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바람의 언덕'은 소비자들에게 알려져 있는 지리적 명칭이므로 '바람의 언덕' 부근에서 '바람의 언덕 핫도그'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하는 것은 허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바람의 핫도그' 또한 '바람의 언덕' 입구에서 영업을 시작하였으므로 '바람의 언덕'에서 '바람'이라는 명칭을 가져왔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바람의 언덕'이라는 특정 장소로 제한하지 않고 '바람'이라는 단어만을 사용함으로써 공기의 흐름에 따라 이동하는 바람을 연상시킨다. 


'바람의 핫도그'라는 이름 때문일까? '바람의 핫도그'는 바람을 타고 전국에 알려지면서 유명해졌고, 이젠 거제뿐만 아니라 천안, 인천, 통영 등에도 매장이 생겼다. '바람의 핫도그'는 '바람의 언덕 핫도그'를 막지 못했지만 거제도의 '바람의 언덕'이라는 특정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바람을 타고 전국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바람을 타고 우리 동네까지 찾아오지 않을까? 아들과 함께 핫도그를 한 끼 식사로 먹게 될 그날이 기다려진다. 









이전 10화 몬스터 에너지, 네 안의 OO을 해방시켜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