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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달 Sep 21. 2023

예루살렘 올드시티

누구나 좋아하는 올리브산

"난 올리브산에 매일 갈 거야"


예루살렘에 동행하던 미리암이 한 말입니다. 돌이켜보면 올리브산을 매일 산책 삼아 가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저도 한번 간 후에는 예루살렘에서 지낼 때는 거의 매일 오르락내리락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긴 코스도 아니면서 중간중간 들릴만한 명소들도 많고, 무엇보다 기드온 계곡 건너 맞은편에 보이는 예루살렘 올드시티의 석양이 꽤 좋거든요.


올드시티에서 가면 라이온게이트(Lion Gate)를 통해 나가서 골든게이트(Golden Gate)와 무덤들 사이의 오르막을 따라 올라가면 됩니다. 곳곳에 유명한 사람들의 무덤과 동굴, 교회까지  있는데 가장 유명한 만국교회(Church of all nations), 눈물교회(Dominus Flevit Church), 주기도문교회(Pater Noster church), 예수승천기념교회(Chapel of the Ascension)를 주욱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정상입니다. 올라가면서 보이는 막달라마리아교회(Church of St. Mary Magdalene)도 함께 멋진 풍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기독교인들에게는 반드시 들려야 하는 성지 순례 코스라서 단체 관광객들도 많고 이들에게 간단한 물건들을 판매하려는 상인들도 있습니다만, 대체로 다른 곳보다는 훨씬 편안한 분위기로 다닐 수 있는 곳입니다.


골든게이트 앞의 묘지들에는 사연이 있는데, 유대인들과 무슬림 모두가 이곳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유대교에는 마지막 날에 메시아(구원자)가 오는 문이 골든게이트이고, 이슬람에는 심판의 날에 이 문을 통해 천국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는 전승이 있습니다. 두 종교 모두 영혼과 육체가 부활하는 것을 믿기 때문에 바로 그 현장에서 그날을 기다린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기독교에서는 메시아를 예수님으로 보기 때문에 이미 유대교의 전승이 이루어졌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이런 골든게이트가 이곳을 통치하던 오스만투르크에서 유대인 억압 정책으로 막혔다고 하니, 하나의 문에 꽤 많은 이야기가 있지요. 예루살렘이라는 곳이 전체적으로 많은 이야기가 겹치는 곳이라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미리암이 또 좋아했던 통곡의벽도 유대인에게는 가장 중요한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 년에 한 번 예루살렘의 성전을 찾아가는 전통이 있었던 유대국가 이후에 로마가 성전을 완전히 파괴할 때 유일하게 하나의 벽을 남기고, 비잔틴 시대에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 순례자들이 이곳에서 기도할 수 있게 한 것이 통곡의벽이 되었는데 지금도 계속 순례자가 방문합니다.


벽 바로 뒤는 이슬람의 황금사원인데, 전설이 가득한 바위 위에 세워진 이슬람 사원입니다. 신이 이곳에서 천지를 창조했다고도 하고, 아담이 이곳에서 생명을 얻었다고도 하고,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고 했던 곳이라고도 하고, 이슬람의 창시자인 무함마드 승천했다고도 합니다. 셋 다 이슬람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이라 이슬람에게도 중요한 장소라고 할 수 있지요.


예수님의 무덤으로 유명한 곳이 두 곳이 있는데, 한 곳은 좀 더 오래된 곳으로 기독교로 분류되는 가톨릭, 그리스정교회, 콥트교회, 미국 개신교, 에티오피아 정교회, 아르메니아 정교회, 시리아 정교회가 구역을 나누어서 공동관리하는 성묘교회(Church of the Holy sepulchre)가 있고, 유럽 개신교 쪽에서 주장한 정원무덤(Garden tomb)이 따로 있습니다. 둘 다 예수님이 묻혔다가 부활한 곳으로 기념하고 있는 걸 보면 약간은 웃프다는 생각도 듭니다.


성묘교회는 비잔틴 이전의 로마가 건설한 비너스신전 위에 세워졌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그리스 신전의 흔적을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글에 예루살렘 곳곳의 이야기를 모두 담을 수는 없겠지요.


1. 올리브산: 한국어 성경에는 감람산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올리브 나무가 많아서 그렇게 불렸다고 하는데 지금은 만국교회와 막달라마리아 교회가 있는 겟세마네 지역에 일부 남아있다고 합니다.

2. 성묘교회: 예루살렘에 있는 교회와 장소들은 종교마다 종파마다 여러 이름으로 불립니다. 제 글에서는 기독교 개신교에서 부르는 이름과 영어 명칭을 같이 적었습니다.

3. 기독교의 종파: 기독교의 정통 종파는 크게 네 부류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가톨릭, 개신교, 동방 정교회(그리스, 불가리아, 러시아, 루마니아 등 비잔틴 정교회를 계승한 곳), 오리엔트 정교회(시리아, 이집트 콥틱, 아르메니아, 에티오피아 등 로마 이전에 기독교 종파가 성립된 곳), 이 외에도 아시리아나 레바논 같은 곳에 자생적인 기독교가 있다고 합니다. 성묘교회는 큰 종파 모두가 함께 관리할 정도로 중요한 장소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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