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안지구의 체크포인트
이번 목적지는 예수님이 탄생했다는 베들레헴입니다.
베들레헴은 팔레스타인 안에서도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성지로 기독교의 지원을 많이 받는 곳입니다. 물론 다윗이 탄생한 곳으로 유대교에서도 성지입니다. 그래서인지 여느 중동 도시 못지않게 발전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이곳에 갈 때는 체크포인트라는 국경인 듯 아닌 듯 한 곳을 지나야 하는데, 이것이 항상 여행자들을 긴장하게 합니다.
웬만한 국경보다 훨씬 삼엄하게 요새화되어 있는 곳이라 모습 자체가 긴장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평소에 통과 가능한 시간에는 간단한 신분증 검사와 문답, 짐검사 정도로 별문제 없이 통과할 수 있는데, 문제는 아무런 예고 없이 이 문이 닫힐 때가 있다는 겁니다. 군이 관할하는 곳이라 왜 그런지, 언제 다시 열리는지 알려주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지시에 따르지 않을 때는 사격도 하는 곳이라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에도 체크포인트를 지난 버스가 집중사격을 당해서 몇 명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왔었습니다. 물론 군에서도 사격하는 이유가 있었겠지만, 제가 그 안에 타고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함께 탄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 일지 모르니깐요.
금요일 오후에 룸메이트 필리페와 새로운 발론티어 미리암과 같이 셋이 함께 예루살렘으로 출발했는데, 이번에는 지름길로 바로 가는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여기의 사밧데이는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이라 오후에 움직이다 보면 교통이 끊길 때가 있거든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를 통과하는 직통버스를 탈 수 있는 벳샨(Bet Shean)까지 고속버스로 가다가 사막 가운데에 있는 휴게소(Peza`el junction)를 지나 예루살렘으로 가는 코스였습니다. 미리암이 유대계 독일인이었는데 이곳에 몇 번 와서 더 좋은 코스를 알려주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리더한테 양해를 구해서 각자 일하는 곳에서 1시에 퇴근해서 출발했는데도, 내리고 나니 모든 교통이 끊겨서 올드시티까지 걸어갔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필리페는 친구가 일한다는 수도원으로 들어갔고, 타바스코 호스텔에 자리 잡은 둘. 미리암은 유대교를 믿는 건 아니지만 통곡의벽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해서 동행했었습니다. 저녁 때는 디스코클럽에 가자고 졸라서 나갔는데 도대체 지도만 보고 찾을 수가 없어서 돌아왔습니다.
여기까지 동행은 했지만, 각자의 여행을 즐기는 것이 신기하다고나 할까요. 다들 자기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전 키부츠 사리드에서 만났던 한국인 중에 혜림이와 베들레헴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사리드 일행은 발론티어 생활을 마치고 예루살렘의 코리아하우스에 머물면서 여행을 하고 있었거든요.
베들레헴으로 가기로 한 날 아침.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베들레헴 안에 아는 사람들에게 연락하느라고 부산을 떨었습니다. 미리암은 자기 친구에게, 혜림이는 조이하우스(베들레헴 안에 있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유치원) 원장님께. 미리암 친구는 예루살렘에 나와있다고 해서, 이번 베들레헴은 혜림이와 둘이서 가게 되었습니다.
가는 방법은 다마스쿠스게이트에서 쉐루트를 타고, 체크포인트로 가서, 걸어서 통과하고 다시 서비스택시를 타고 탄생기념성당까지 가는 것입니다. 아랍사람들과의 끈질긴 흥정의 시작. 오랜만에 다시 하니 적응하는 게 시간이 좀 걸렸지만 뭐 둘 다 이제 관록이 붙어서 어렵지 않게 도착했습니다.
아. 베들레헴을 들어가는 주요한 체크포인트는 두 곳인데, 가끔 한 곳이 막혀서 다른 곳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근데 이것을 이용해서 지금 상태가 어떤지 모르면서 일부러 돌아가는 기사들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체크포인트를 지나서도 정식 서비스택시가 아닌 사설 택시기사가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있으니 이것도 주의.
탄생기념교회(Church of the Nativity)는 기독교에서 가장 중요한 성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서 오래전부터 잘 관리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슬람이 그렇게 강했던 시기에도 건드리지 않았던 몇 군데 중에 하나지요. 사실 중동 지역에는 이슬람이 강했긴 하지만, 기독교 신앙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인구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무작정 무시할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탄생기념교회의 여러 명소를 보고 조이하우스로 걸어갔는데, 듣던 데로 조이하우스가 어디냐고 물어보니깐 대부분 알더라고요. 고생하시면서 이곳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많이 지났습니다. 혜림이는 일단 다시 나갔다가 짐을 챙겨 와서 이곳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일을 도운다고 하더군요.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택시들이 죄다 높은 가격을 불러서, 그냥 걷기로 했습니다. 체크포인트까지 한 40~50분 걸렸는데, 걸어오면서 본 베들레헴 풍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꽤 도시화되어있긴 하지만, 역시 어느 순간 발전이 멈춘 느낌이 강했고, 폐허가 된 곳들도 있었습니다. 공사 중인 곳이 있어서 물어보니, 나름 서방에서 투자가 들어와서 만들어지는 것들이 있다고 합니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체크포인트를 빠져나오니 버스가 끊긴 겁니다. 뭐 그래도 둘 다 당황하지는 않고 히치를 해서 버스 다니는 곳까지 얻어 타고, 버스로 예루살렘으로 돌아왔습니다.
1. 사밧(Sabbath): 유대인의 안식일, 주말. 우리의 시간개념으로는 금요일 해질 때부터 토요일 해질 때까지 입니다. 이 때는 유대교의 율법에 따라 유대인이 운영하는 모든 것이 멈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사람이 살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2. 체크포인트: 팔레스타인 지구로 들어갈 때는 체크포인트라는 곳을 지나가야 합니다. 등록된 차량이나 버스는 간단한 절차로 통과하기도 하는데, 상황마다 지역마다 달라집니다. 이곳을 지날 때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으니 여유로운 마음가짐이 필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