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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달 Sep 26. 2023

마사다 요새와 사해

다시 혼자되기

"그녀를 좋아해? 이제 늦었어"

"아니 우리에겐 한 번의 기회가 더 있어"


트립에서 계속 미리암이랑 붙어 다니는 것을 보고 리더가 한마디 합니다. 딱히 그녀를 좋아한다기 보담, 처음 들어올 때 말이 잘 안 돼서 조용히 지내다가 늦게 터진 수다 본능과 미리암이 발론티어로 들어온 시기가 우연히 맞아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말로 설명할 만큼 영어가 잘 되지 않아서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한국 들어가는 마지막 여행지가 프랑크푸르트라는 것을 알고 미리암이 꼭 독일에서 보자고 보채서, 다시 보기로 했습니다.


트립의 두 번째 날에는 아침 먹고 마사다에 간다고 다들 부산이었습니다. 하지만, 간밤에 춥기도 했고 다들 캠핑을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일출을 볼 수 있게 출발하기에는 무리였습니다. 


마사다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요새인데, 사해를 끼고 서쪽 절벽 꼭대기를 요새화 한 곳입니다. 로마에 대해 독립전쟁을 할 때, 예루살렘이 점령당하고 마지막까지 항전하던 곳이고 최후에는 모든 사람이 자결했다는 일화로 유명합니다. 전해 내려오는 더 디테일한 이야기들도 많은 영감을 주어서, 유대인이면 한 번쯤 와보는 곳이라고 합니다.


요새에 올라가다는 길에 로마군이 요새를 함락하기 위해 건설했던 캠프와 도로, 공성전을 위한 토벽들도 흔적이 남아있어서, 로마군의 가장 중요한 전투 기술이라는 건축술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로마 군단에 맞서서 3년 동안 항전한 것도 역사에 남을 일이기도 하지요. 이 전쟁의 승리가 로마의 성군 중 하나인 티투스의 대표적인 업적이기도 합니다.


가이드가 요새에서 여러 가지 시설에 대해서 설명해 줬는데, 제 눈에 띄는 것은 최초의 시나고그라는 곳이었습니다. 발견된 시나고그 중에 가장 오래된 곳이라고 해서 그렇게 이름이 붙었는데, 로마에게 성전이 함락되어서 성전에서 제사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용된 곳이라 더 의미가 있다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로마는 이 전쟁에 대한 보복으로 예루살렘 성전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통곡의벽만 남겨 놓고, 유대인을 로마 전역으로 흩어버려서 유대인들이 전 세계에 퍼지게 되었다고 하네요.


마사다 요새를 내려와서는 바로 사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해변에서 간단하게 옷을 갈아입고, 바로 사해물에 들어가서 사해 시그니처 포즈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 책 읽는 포즈를 위해 잡지를 가지고 온 사람도 있었습니다. 가끔 사해물이 짜다 쓰다 논쟁이 있을 때가 있어서, 제가 맛본 결과로는 쓰다는데 한표. 염분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고 합니다.


여행하다 보면 가끔 성의식이 달라서 당황할 때가 있는데, 해변에서 옷을 갈아입는 모습에서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남자들은 짐을 가지고 나가는 것도 귀찮아서 대부분 버스 좌석에서 재빨리 갈아입었습니다. 여자들은 각자의 방법대로 미리 입고 온 사람들도 있고, 해변에서 수건으로 가려달라고 하고 갈아입는 사람도 있고, 누가 보든 상관없이 당당하게 갈아입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갑자기, 아일랜드의 호스텔에서 샤워실에서 알몸으로 나오면서 말을 걸던 프랑스 여자분을 보고서 당황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여행하면서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면 그 나라 사람이 성적으로 개방적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되는데, 제가 생각하기로는 서로가 별로 신경을 안 쓴다는 것이 더 정확한 것 같습니다. 같은 나라 사람들도 어떤 분들은 훨씬 종교적이기도 하고, 어떤 분은 훨씬 더 노출을 꺼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만난 여러 친구들도 서로 꽤나 개방적으로 자유롭게 이야기하면서도 각자 살고 싶은 원칙대로 살더군요. 


날씨도 쌀쌀해지고 물속에서 나와서 샤워하고 점심 겸 저녁을 먹고 나니 이제 진짜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리더는 조용히 선물하나 더 쥐어주고, 미리암은 독일에서 꼭 보자고 다짐을 하고, 나머지는 악수와 포옹으로 마무리하고 버스는 저를 사해의 주차장에 남겨두고 떠났습니다.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주차장에서 사밧이 지나고 나면 다니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두 시간 정도 사막의 뜨끈한 아스팔트 위에 누워서 뒹굴뒹굴 대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제 다시 혼자가 되었구나'


1. 사막의 추위: 밤이 되면 사막은 꽤 춥습니다. 건조한 땅에 해가지고 바람이 불면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져서 상황에 따라 물이 얼기도 해서 사막에서 잘 때는 추위에도 대비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2. 유대독립전쟁: 로마의 전체 역사 중에도 유대독립전쟁은 꽤 독특한 역사라고 합니다. 로마에 한 번 점령당한 곳이 독립전쟁을 하는 경우가 많이 없기도 하고, 유대인 역사가 플라비우스 요세푸스가 지은 저서로 더 유명해진 경우이기도 합니다. 역사를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려주는 예이기도 합니다.

3. 티투스 황제: 아버지를 도와 유대독립전쟁을 진압했고, 뒤를 이어 황제가 되었습니다. 황제이지만 원로원하고 잘 지내려고 하고, 통치시절에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해서 뽐뻬이 같은 도시가 멸망했을 때 그 지역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짧은 통치에도 불구하고 대표적인 성군으로 기록됩니다. 지금 로마에서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개선문의 주인공이고, 개선문에도 유대독립전쟁 내용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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