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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달 Sep 02. 2023

시칠리아의 만남

배낭족의 동행

"쓰미마셍, 니혼진 데쓰까?"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팔레르모 기차역 근처에서 저에게 말을 건 친구가 있었습니다. 거의 유일하게 알고 있는 일본어로 한국인이라고 대답한 나에게 그녀는 더듬대는 영어로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여기 처음 왔는데, 숙소를 잡기가 힘들어."

"난 이제 로마로 가는 데, 내가 묵었던데 알려줄까?"


위치를 알려주려고 가이드북을 펼치고 있는데, 어떤 노부부가 우리를 부릅니다.


"학생~ 학생~ 이리 와봐"


알고 보니, 호주에서 사시는 분들인데 여기에 파견 나와서 잠시 일하러 왔다고 합니다. 우리 같이 한국에서 배낭여행 온 사람을 만나면 기특한 마음에 밥을 사준다고 합니다. 얼떨결에 맥도널드에 들어가서 빅맥 세트와 거스름돈까지 받아 든 둘. 그분들은 또 나가시더니 어디선가 한국 여자 두 명을 또 끌고 오셨습니다. 낯선 곳을 여행하는 동안 받은 이런 친절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난 일본 사람인데 괜찮아?“

"괜찮아. 조용히 맛있게 먹어"


노부부가 만들어 준 식사자리에서 우리 둘은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용감하게 혼자서 여행을 하네"

"일본에서 나온 지 9개월 정도 되는데, 남미를 갔다가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중이야. 지금은 아프리카 다른 나라를 들어갈려는데 튀니지에서 배 타고 여권을 갱신하려고 여기로 왔어. 내일 로마에 있는 대사관으로 갈려고."


와. 연약해 보였는데 고수였습니다. 역시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습니다. 여행하다 만난 일본 배낭족들은 우리나라보다 트렌드가 10년 정도 앞선 느낌이 있었습니다. 유럽 배낭여행의 유행은 끝났고 지금 여행하는 친구들은 남미와 중동, 아프리카 같은 쪽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시칠리아에 도착하자마자 받은 가이드 북을 보면서 몇 개 숙소를 찍으면서, 설명을 해줬습니다.


"지금 사람이 많은지 자리가 많이 없더라고, 나도 여기 온 날 세 군데 돌아다니다가 겨우 구했는데, 생각보다 비싸."

"얼만데"

"베드에 다들 20유로는 넘었던 것 같아"

"와 비싸네"


그렇습니다. 우리는 돈 천 원에 목숨을 거는 배낭족이었습니다. 한 때 유행했던 5불 생활자까지는 아니라더라도 전 유럽에서도 하루 25유로 안에서 쓰려고 노력했고, 남미와 아프리카를 여행했던 그녀는 아마도 하루 15불 정도가 생활비였을 겁니다. 숙소비, 교통비 빼고 나면 빅맥세트도 우리에겐 사치였죠. 그녀는 저렴한 물가에 움직이다가 처음으로 느끼는 유럽의 물가에 당황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너 오늘 로마로 간다고 했지?"

"어 야간열차로 갈 거야. 올 때 보니깐 밤새 가더라고"

"같이 갈래?"

"나도 일행이 있으면 좋지, 올 때는 쿠셋(침대칸)이었는데 불편했어"


이탈리아의 야간열차는 좀도둑이 많아서 여자들이 여행할 때 경계를 많이 했었습니다. 물건도 물건이지만 아무래도 성추행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깐요. 바르셀로나에서 로마로 들어올 때도 경험을 해봐서, 그녀가 왜 이런 제안을 하는지 단번에 이해했습니다. 아무래도 유럽에선 기차를 처음 타는 것 같아서 좌석 구조도 말해줬습니다.


"둘이니깐 컴파트먼트 한 칸 차지하고 가면 좀 더 편할 거야. 방처럼 되어있는 칸인데, 쿠셋보다 조금 싸"

"좋아 같이 가자"

"여기도 볼만한 게 많던데. 괜찮겠어?"

"여기 숙소도 비싸기도 하고, 비자를 받고 다시 갈 때 구경해도 될 것 같아"


야간열차는 숙박과 이동을 동시에 해결해주는 고마운 수단이었고, 배낭족의 여행은 바뀌기 마련입니다.


1. 쿠셋, 컴파트먼트: 유럽은 기차가 먼저 발달한 곳이고 많은 나라가 각자의 체계를 가지고 있어서 다양한 객실이 있습니다. 일반 좌석칸도 있고 쿠셋이라고 하는 침실칸도 있고, 컴파트먼트라고 하는 몇몇 들어갈 수 있는 방 같은 곳도 있습니다. 구간마다 구성도 다르고 가격도 다르고, 같은 타입이라도 1등석, 2등석으로 구분되는 경우도 있어서 복잡합니다.

2. 기차의 좀도둑: 유럽 기차는 대체로 표검사가 까다롭지 않아서 무작정 기차에 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입석으로 그냥 타서 이리저리 옮기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야간열차를 타고 잠을 청하는 사람들을 노리는 좀도둑들이 있는 편입니다. 특히, 낯선 땅에 오고 모든 짐을 다 들고 다니는 배낭족은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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