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매력의 예루살렘
쉐루트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들어온 것은 어쩌면 행운이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예루살렘 올드시티, 다마스커스 게이트 앞에 우리를 내려주었거든요. 내리자마자 중세시대 성같은 예루살렘 올드시티를 보면서 내가 역사 속으로 들어왔구나 하는 느낌이 확 들었습니다. 예루살렘도 신시가지가 있고 그곳은 유럽처럼 발달되어 있는데 거기로 내렸으면 기분이 달랐을 것 같습니다.
다마스커스 게이트를 들어서자 마자 성 안의 좁은 길에 아랍어와 영어를 섞어쓰는 상인들이 주욱 늘어서 있는것이 중세 영화 속 한 장면 같았습니다. 처음 오는 곳이다보니 성 안이 미로같아서 론리플래닛에 나오는 가장 싼 숙소는 못찾고, 깊숙히 들어가서 루프탑에서 황금사원이 잘 보이는 호스텔을 잡았습니다. 그 중 한명을 기어코 더 싼 숙소를 찾겠다며 혼자 모험을 떠났지만서도요.
무사히 도착한 기념으로 물어물어 신시가지의 마트에서 먹을 걸 잔뜩 사와서 작은 파티를 했습니다. 황금사원이 보이는 루프탑에서 이 도시의 매력에 빠져, 키부츠는 며칠 후에 가기로 마음을 먹게 되더군요. 뭐 어차피 기약없이 다니는 여행이니 하루이틀 늦어진다고 무슨일 있겠어요.
예루살렘 올드시티는 묘한 분위기가 사람을 사로잡는 곳입니다.
중세시대의 성안에 사막의 종교라고 하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지가 모여있고, 그 사람들이 그대로 이곳에서 함께 살고 있으면서 갈등도 하는 그런 곳입니다. 통곡의 벽이 보이는 쪽으로 히스기야 성벽을 중심으로 한 유대인지구, 황금사원과 다마스커스게이트를 잇는 구역이 이슬람지구, 예수의 행적을 기념하는 교회들이 몰려있는 기독교지구가 있고, 기독교의 일파이긴 하지만 오래전부터 독립적인 지위를 유지해 온 아르메니아 정교회 지구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슬람지구와 기독교지구를 관통하는 예수님의 마지막 길이었다는 비아돌로로사라는 길이 있습니다.
여기 사는 사람들, 그리고 각자의 종교를 가지고 순례오는 사람들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특별히 무슬림과 유대인은 언제든지 충돌할 수 있어 가능하면 서로 조심하는 것이 눈에 띕니다. 다음날이 성전파괴일이었는데, 통곡의벽에 순례오는 유대인이 늘어 많아진 경호 경찰들도 인상 깊었습니다.
해가 뜨자, 예루살렘에서 가장 싼 숙소라는 곳을 찾아 가장 싼 방으로 옮겼습니다. 어제 모험을 떠난 친구가 어딘지 친절하게 알려줬거든요. 물론 가는 길에 또 헤메긴 했지만.
Tabasco hostel의 Summer room 이라는 커다란 도미토리룸인데, 이곳을 찾는 가난한 여행자들은 모두 모이는 곳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이 곳에 있던 사람들, 특히 무슨 이유에서건 장기로 있는 사람들은 평범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통곡의벽에는 평소보다 많은 유대인들이 민족의 슬픔을 애도하고 있었는데, 한쪽에 실신한 듯한 여자분도 있었습니다. 바로 옆 황금사원에선 이맘의 코란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비아돌로로사에는 예수님의 마지막 행적을 따라 기도하면서 걷는 기독교 순례자들을 보았고, 던게이트(Dune gate)를 지나 실로암으로 가는 길에서 적대감을 드러내는 팔레스타인 아이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중동전쟁 때 치열했다는 요르단과 이스라엘의 전투의 흔적이 남아있는 성벽들도 보았고, 조용하고 깔끔한 거주지구도 돌아보고 시끌먹적한 상가와 식당들이 몰려있는 다마스커스 게이트의 활기참도 느끼면서, 예루살렘 성안을 천천히 구경하고 돌아온 저에게 뜻밖의 메모가 남겨져 있었습니다.
"나 예루살렘에 왔어. 사유리"
아. 이번 여행 이야기에서 사유리를 빼먹을 수 없겠군요.
1. 성전파괴일: 유대국가가 멸망하는 과정에 예루살렘의 성전이 두번 무너졌다고 합니다. 한번은 바빌론에게 한번은 독립운동 후 로마에게. 유대의 전승으로는 두 날이 같은 날이었다고 하는 군요.
2. 아르메니아 정교회: 로마에 기독교가 국교가 되기 전부터 몇몇 나라는 독자적으로 기독교가 발전했는데 그중 하나가 아르메니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