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은 그냥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10월 말 스시인 디너에 다녀올 수 있었다. 명성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현재 회원제로 운영 중이어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그곳.. 스시인!!!
남편은 여러 번 방문하였지만 기존 회원들조차도 순서가 밀려있어서 자주 가지 못하는 음식점이기에 마누라까지 데리고 가기에는 꽤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남편과 남편 지인분 덕분에 기적?처럼 기회가 돌아와서 방문하게 되었다.
남편은 스시를 정말 좋아하고 난 스시를 엄청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 가을은 특히 물고기들이 가장 다양하고 맛있는 계절이어서 남편은 이 가을, 스시인을 방문하게 된 것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내가 뭘 알겠는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스시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다른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방문하기 전보다 두근두근 설레었다. 추측해 보건데 아무래도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라는 심리적 요인이 작용한 게 아닐까. 어찌나 기다려지고 설레던지. 혹시라도 감기에 걸려서 가지 못하는 건 아닐지 온갖 걱정을 하면서.. 그렇게 건강 관리까지 하며 예약일을 기다렸다. ㅎㅎ
서론이 너무 길었다. 그만큼 기대되고 기다려진 스시인 방문이었음을 강조하기 위한 부연설명?이었음을 이해해 주시길! 음식이라는 게 모두가 알다시피 인간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셰프님의 컨디션, 원물의 상태 등이 큰 변수로 작동한다. 그래서인지 스시인에 여러 번 방문한 남편도 음식맛의 '편차'에 대하여 이야기하곤 했으니.. 지난번에는 '샤리'의 물기가 많고 질었다고. 이번에는 어떤 컨디션의 샤리가 나올지 알 수 없다고 약간의 염려 섞인 말을 건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방문하게 된 스시인..
그런데 이게 웬 행운인가. 식사를 하면서 남편과 남편의 지인분들은 감탄에 감탄을 하였고 그동안 방문한 스시인 중 오늘이 top이라고. 샤리도 아주 최적의 상태라고 흥분하며 이야기했다. 난 비교 대상 군이 없으니 비교까지는 못하지만..
'와.. 이것이 진정한 스시인의 맛이구나.'
저절로 감탄이!!! 운이 좋았던 것도 있지만 셰프님의 요리 방향이 나의 음식 성향과 잘 맞았다. 이진욱 셰프님의 손을 거치면 물고기의 비릿한 맛도 부드러워졌다. 나처럼 비린 맛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최고라고 할까. 원물 자체도 워낙 좋긴 하지만 '조합'이 환상적이었다. 식재료들을 마치 수학 연산하듯이 또는 건축이나 도형, 조각을 완성하듯 굉장히 입체적으로 잘 조합하는 능력이 확실히 뛰어났다. 어떻게 이런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는지. 그렇다고 조잡하게 여러 가지 식재료를 의미 없이 섞는다기 보다는 2~3가지의 메인 식재료가 서로 만나서 시너지를 내는 것 같은 느낌이 강했다.
'요리도 머리가 좋아야 하는구나.'
이 생각은 훌륭한 셰프님들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바이지만 스시인에서 디너 식사를 하면서 정말 여러 번 이 생각을 했다. 음식들을 하나하나 분석하자면 A4 10장도 넘어갈 것이기에 세세한 분석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한 가지 분명하게 느낀 바는 있다. 어떤 경험이든지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건 정말 황홀하고 흥분되는 일이라는 것. 그런 경험을 살아가면서 매번 하고 있는데 예전에는 미술, 문학, 클래식, 발레, 여행 같은 예술 분야였다면. 남편을 만나면서는 자연스레 미각의 세계에 대한 시선이나 영역도 함께 확장시켜 나가게 되었다. 이 영역은 경험하면 할수록 또 한 단계씩 레벨 업 할 때마다 굉장히 폭넓고 흥미로운 영역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물론 그만큼의 시간과 물질을 투자해야 하지만.. 그 정도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할까. 어떤 뛰어난 영역을 경험하는 건 정말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 사실 나는 어떤 대가를 지불할 때는
'이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두세 번 꼼꼼하게 고민하는 편인데..' 그럴 때면 남편은 늘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고. 경험해봐야 한다고 조언을 해주곤 했고. 그 말은 늘 옳았다. 2024년 10월의 가을 스시인을 경험한 건 역시 놀라운 경험이었다. 스시의 영역이 이렇게 넓다는 걸 어찌 알았겠는가. 그날을 회상하면 아직도 그때 느낀 미각의 감각들이 살아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 카메라 사진을 다시 옮기려니 너무 귀찮아서 SNS에서 다운로드하여 올리니 사진 퀄리티가 떨어짐을 양해부탁드립니다. 포스팅도 보통 노동이 아니고 꾸준히 포스팅하는 분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