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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C이호선 Dec 21. 2021

첫 기차여행

"아빠 기차 타고 싶어요."

며칠 전부터 아들은 나에게 기차를 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다. 아마도 엄마랑 읽은 그림책 속에 기차가 그려져 있었나 보다. 그러고 보니 아들은 태어나서 아직 기차를 타본 적이 없다. (아웃렛에서 타본 미니 기차 빼고.....)


토요일 아침 눈 뜨자마자 말했다. "아들 ~ 기차 타러 가자." 그리고 무작정 차에 태웠다. 그리고 집 근처 SRT 수서역으로 갔다. 


"부산 가는 표 2장 주세요."

"매진입니다. "

"네?"

설마 표가 없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예약을 해야 한다는 걸 깜빡했다.


"그럼 어디 가는 표가 있나요?"

"없습니다. 동탄 가는 표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곳은 지하로 가서 기차 타는 재미는 없어요. 시간도 짧고요."


큰일이다. 아들에게 큰 소리를 쳤는데 아들을 실망시킬 수 없었다. 

"아들 더 재밌는 기차 타러 갈까?"


그리고는 청량리 역으로 향했다. 지하철을 타고.... 

"춘천행 기차 2장 주세요. "

"매진입니다. "

"아들과 기차 여행하려고 수서에서 이곳까지 왔습니다. 제발 기차 좀 태워주세요."

"원주 만종역 가는 열차표는 있습니다. "


이렇게 아들과 첫 기차여행을 시작했다. 원래 목적지인 부산은 아니었지만 , 춘천도 아니었지만...


칙칙폭폭 달리는 기차소리에 흥분했다. 아들은 기차 창밖을 보며 신나서 소리쳤다. 세상을 다 가진 표정으로 웃으며 내게 말한다. "아빠 기차 너무 재밌어요." "신난다."


아들의 행복한 웃음에 나도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행복하다.


"아들 다음에는 꼭 기차 타고 부산 가자.... 미리미리 예약할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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