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의 저자 연이입니다.
오늘은 무겁지 않은 가벼운 주제를 가지고 왔습니다. 가벼운 주제를 가지고 왔다고 하면서 연이는 지방공무원 임용령까지 가지고 왔느냐 반문할 수 있는데, 팩트 기반 사실과 정보를 드리고 순차적으로 얘기를 드릴까 해서 누구나 찾아볼 수 있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교행 신규 발령이 나고 9급인 '지방교육행정서기보시보'에 임명이 되고 대부분 학교로 발령이 납니다. 거기서 6개월이 지나면 '시보'가 없어지면서 '지방교육행정서기보'가 됩니다. 거기서 1년이 더 지난 시점이 되면 8급인 '지방교육행정서기'로 승진을 합니다. 요즘은 이 기간도 늘어서 딱 이 기간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 주인공 '연이'를 불러서 교행 사춘기, '8급병'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불같은 것이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증상
누가 나한테 일부러 그러라고 시켰나?
속에서는 천불이 일어나고 가슴이 답답하다.
OO초등학교 발령받아 근무하던 중에 실장님과 차석 주무관님이 나누던 대화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던 얘기에 연이는 귀가 쫑긋했습니다. 8급이 되면 8급병이 몰려온다고 했습니다. 그게 그 당시에는 연이를 놀리려고 그러는가 했고 흘려 들었습니다. 하지만, 8급이 되고 꽤 시간이 지난 지금 그때 흘려 들었던 말을 다시 주섬주섬 찾아와 상기해보는데요. 아래 증상이 보이면 교행 사춘기에 접어든 8급병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심각하게 듣는 분들 살짝 릴랙스하고 들어주세요. 아래는 예시이니 절대 오해하지 말고 들어주기입니다. 예시의 주인공은 '연이'로 하겠습니다. 콜록콜록)
1. 깊은 한숨, 일부러 그러지?
연이는 하~~~ 한숨이 나옵니다. 오늘도 연이는 저분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말문이 막혀 버립니다. 연이는 벌써 몇 번째 설명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주위에 그런 사람이 한 두 명도 힘든데, 여러 사람이 동시에 그러니 정말 누가 시킨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연이의 마음 한 구석에 미움의 싹이 틉니다. 오늘 할 일도 많아 죽겠는데, 왜 오늘따라 저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설명을 합니다.
"OOO 선생님, 그게 아니라, 이건 이렇게 진행이 됩니다."
듣고 있던 선생님이 갑자기 말을 안 하고 얼굴색이 달라집니다.
"그게 아니라니, 연이 주무관님 너무 하시네요."
싸움이 번지기 일보직전이 됩니다. 워워~~~~ 진정을 해야 합니다.
연이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선생님에게 풀어서 설명을 해드립니다. 선생님은 일단 알아듣겠다고 하고 행정실을 나갑니다. 자신도 모르게 나온 한숨에 그날 남아 있던 에너지가 탈탈 털립니다. 순간 방전이 된 연이는 마음이 한 번 더 돌이 깨진 면처럼 날카로워집니다.
2. 깊은 빡침,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당 건에 대해 연이는 업체와 수십 번의 전화를 통해 계속 얘기를 했지만, 전화통화를 할 때뿐이고 일정을 자꾸 지연시키는 통에 연이의 인내심에 한계가 발생했습니다.
"안녕하세요. OO초등학교 행정실 연이입니다. OO업무 담당자와 통화하고 싶은데요."
"전화 돌려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OO초등학교 행정실 연이입니다. OO업무가 9월 10일까지 마무리 짓겠다고 하셨는데, 지금 벌써 5일이 지났습니다. 언제 학교로 방문을 하시겠습니까?"
"월요일에 방문하겠습니다."
연이는 달력을 보았습니다. 하~~~ 월요일이라 추석 연휴에 방문하겠다는 사람이라... 연이는 기가 찹니다. 그래도 다시 확인합니다.
"진짜 월요일에 방문하시겠습니까?"
그렇다고 하는 업체 직원에 연이의 인내심은 폭발하기 일보직전이 됩니다. 그래도 눌러야 합니다. 일단은 심호흡을 하고 전화를 이어갑니다.
"진짜요?"
"네. 뭐가 문제가 되나요?"
"하하, 추석 명절인데, 일부러 오시겠다는 거죠?"
헛웃음을 일부러 흘렸습니다. 그제야 성의 없고 무례하게 대답한 업체 직원은 다시 정정하고 대답합니다.
"23일에 가겠습니다."
"정말 23일 와야 합니다. 벌써 OO업무로 제가 선생님께 전화드린 게 총 15번입니다. 그때마다 언제까지 꼭 간다고 얘기했습니다. 이번에도 안 오시면 본사에 얘기를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연이는 15번의 전화를 하면서 쌓인 울분을 꾹 참고 문제만 해결이 되면 된다고 생각하며 얘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본사 얘기를 했지요. 실장님과 차석 주무관님이 일의 진행상황을 신경을 쓰지 않고 연이에게 모두 일임한다고 해도 일의 진척상황이 너무한 상황까지 왔기에 강력하게 얘기를 했습니다.
3. 극대노, 속에서는 천불
지연되는 건을 그렇게 뒤로 하고 연이는 정말 앞이 칠흑에 가까운 일에 봉착을 했습니다. 업체에게 전화를 하면 다 들어줄 것 같은데, 실제 그날이 되면 다른 소리는 하는 업체입니다. 일이 되기만 하면 연이의 마음이야 어떻든 상관이 없습니다. 빨리 진행이 되고 끝나기를 바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전화를 드립니다. 사정과 절규에 가깝습니다.
그렇게 실수가 없어야 하는 일이 진행되는 날이 다가왔습니다. 미리 도착한 연이는 그 업체에 전화를 해서 아침 진행상황을 묻습니다. 중국집에서 주문을 하고 안 오면 전화 걸었을 때 들리는 목소리를 연이는 여기서 듣습니다. 거의 다 왔답니다. 이미 시간은 지났고, 실장님도 교장선생님도 연이를 쳐다봅니다.
속에서는 천불이 납니다. 등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흐릅니다. 뭐가 잘못되어서 늦어지면 전화를 해주면 좋은데, 무슨 배짱인지 그 업체는 전화 한 통이 없습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업체의 태도에 자꾸 화가 치밉니다. 왜 그들이 그러는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위의 세 가지 예시는 모두 픽션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현실에 가깝게 설정을 하면서 8급 주무관님의 마음 상태를 그리려고 했습니다.
어떠세요?
그 마음이 느껴지시나요?
혹시, 위 세 가지 모두 지금 해당되시는 분이 있나요?
혹시나 3가지 모두 해당이 된다면 8급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돌팔이 전문의 연이가 8급병으로 진단을 내립니다. 웃고 넘어가면 좋을 일이지만, 한숨을 쉬고, 울분을 삭이고, 천불이 나고 식은땀이 흐르는 증상은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올라와 있는 '화병'의 증상과 너무도 유사합니다. 이제 조금 알 것 같고, 배운 지식도 1년 6개월이 되었으니 웬만큼 하고 학교의 이곳저곳을 알아 새로운 장소가 사라지고, 주변이 보이고, 사람들의 얼굴을 거의 익힐 무렵이 1년 6개월입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일을 처리할 때 '화'를 내면 모두 지는 거라고.
상대방이 아무리 잘못을 하고 '화'의 동기를 제공을 했어도, 진짜 화를 내면 결국 사과를 하는 쪽은 자신이 됩니다. 일의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게 '화'라는 얘기죠. 그렇다고 쌓이는 감정들을 그냥 두면 8급병이 옵니다. 누군가가 행정실에 찬바람이 불어서 행정실에 척진다면 그 누군가도 손해고 행정실도 손해가 됩니다. 다른 쪽으로 풀어서 그 감정을 없애지는 못해도 조금은 감쇄시켜 자신의 통제하에 두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